다기능·파격적 디자인 앞세워 경쟁 치열 … PT크루저·싼타페, 주문 밀려 ‘즐거운 비명’

“승용차야 지프야?” 지난 5월 COEX에서 열린 수입차 모터쇼에서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PT 크루저’, 미쓰비시의 SUW 어드밴스, 도요타의 렉서스 RX300 해리어 등을 유심히 살펴보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던진 말이다. 차체를 보면 영락없는 지프지만 부드러운 곡면의 외관과 승용차같은 내부 때문이다. 이른바 ‘퓨전카’들이다.최근 세계 자동차업계의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퓨전카는 2종류 이상의 자동차컨셉을 결합시킨 복합기능 차량을 말한다. 서울대 경영학과 주우진교수는 ‘승용차 미니밴 스포츠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특정 장르에 속하지 않고 여러 장르를 수용한 차량’으로 퓨전카를 설명했다. 이처럼 장르를 넘나드는 차량이라는 뜻에서 외국에서는 보통 ‘크로스오버자동차’(Cross-over vehicle)로 불리며, 차종간 경계를 허무는 자동차라는 뜻으로 ‘카테고리 버스터’라고도 불린다.◆ 소비자 선호도, 퓨전카 등장 부추겨퓨전카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 주교수는 소비자들의 변화로 설명했다. “일반 승용차나 단순한 미니밴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차나 자신의 생활에 맞는 차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의 자동차 선호도가 변하는 것을 좇아 퓨전카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요자들의 퓨전카에 대한 반응은 뜨거울 정도다. 올 봄부터 미국에서 시판된 PT 크루저의 경우 현재 세계 각국에서 주문이 밀려 6만여대의 출고적체를 빚을 정도다. 하반기로 계획된 국내 판매도 이미 할당된 50대에 육박하는 예약주문이 이뤄진 상태다.자동차 메이커의 기술이나 차량 성능 등에서의 평준화와 공급과잉상태의 세계 자동차 시장도 퓨전카의 등장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려는 자동차 메이커 특히 공격적인 마케팅과 상품계획능력을 가진 메이저업체들의 의도가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선보였던 퓨전카들의 대부분이 미국의 빅3, 도요타, BMW 등 대형업체들이 만든 차들이라는 점이 그 예라는 것이다.이러한 퓨전카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 기능의 결합을 통한 다기능성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프와 같은 오프로드 차량에 온로드 차량 즉 승용차의 안락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픽업트럭과 SUV를 결합한 SUT, 세단 미니밴 왜건 등의 장점을 합친 SUW 등 다양한 가지치기가 이뤄지고 있다.퓨전카라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에서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퓨전카를 모토로 내걸고 북미시장을 겨냥해 선보인 현대자동차의 싼타페가 대표적인 예다. 이륜구동으로 승용차의 편의성과 SUV의 안정성, 미니밴의 공간활용성 등을 합친 차량이다. 외관은 승용차처럼 라운드 스타일로 처리했으며 패널 등 내부구성이나 편의성에 있어 승용차 못잖게 설계됐다. “6월에 이미 주문대수가 5천5백대를 넘어섰을 정도로 인기있다”는게 현대자동차 관계자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