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산업에서는 ‘기술의 물류’가 중요합니다. ‘종자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 공급돼야 그 다음 단계 기술이 벤처에서 공급이 되고 여기서 마케팅과 산업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지요.”최근 창립된 한국바이오벤처기업협회(KBiVA) 초대회장 한문희박사(66)는 바이오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산업화 성공을 위해서는 공공자금을 통한 공통기반 기술의 확보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생명공학연구소장을 지낸 한박사는 단백질칩 기술개발업체인 프로테오젠을 올 2월 창립하는 등 생명공학기술의 산업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한국생명공학계의 거두이다.한박사는 “유전공학 육성시책이 시도되던 80년대 초반에도 ‘유전공학보다 다른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투자회임기간도 짧고 경제발전 선도역할도 크다’는 저항론이 많았다”고 밝힌다. 하지만 그때 투자를 안했다면 “한국은 현재 수준의 분자생물학 기술도 확보하지 못해 대부분의 기술을 수입해야 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한박사는 생명공학 분야는 투자회임기간이 긴 점을 고려, 선행투자기간을 길게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민간이 시도하기 어려운 초기에는 공적자금으로 초기기술 기반을 만들고 기술화단계에서 민간자본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생명공학기술은 산업화에 실패해도 그 과정에서 기술이 축적되고 다른 기술과 융합, 활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어 위험도가 높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한박사는 주장했다. 따라서 바이오벤처의 창업자나 투자자들도 이같은 특성을 이해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비즈니스플랜을 가져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한박사는 “지난해 1백개 미만이던 바이오벤처들이 현재 2백50개 업체 정도로 창업이 활발하다”고 밝혔다. 그간 대학과 연구소에서 이뤄진 연구성과가 산업화로 연계되는 단계라는 것. 그래서 협회에서는 “전문컨설팅회사 등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서로 다른 단계에 있는 바이오벤처들의 자금지원 및 프리코스닥업체의 등록지원 등 비즈니스를 돕는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대기업 참여와 관련, 한박사는 대기업이 직접 생명공학 기술개발에 뛰어들기엔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국의 대형 제약사들처럼 바이오벤처 초기단계에 일부 투자를 하고 성공 가능성이 보일 때 직접 참여하거나 흡수하는 단계적 투자방식이 윈윈게임”이라는 것이다.“선진국에 비해 한국같은 후발주자가 경쟁우위에 설 수 있는 틈새도 있다”고 말하는 한박사는 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프로테오믹스(proteomics)분야의 분석기술 등이다. 프로테오믹스는 유전체의 산물인 단백질의 기능을 연구하는 생명공학 분야. 현재 기술의 돌파구가 없어 선진국에서도 발전답보 상태라는 것이다. 또 유전자 자체를 연구하는 지노믹스 분야라면 한국인에게 많은 특정질환유전자 연구 등도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로 꼽았다.“정보통신기술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바이오테크는 건강 먹거리 등 인간삶의 가장 기본적인 것을 변화시킨다”고 말한 한박사는 이 분야 투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