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의 전성시대’. 요즘 신용카드시장이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IMF로 한때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일 정도로 위축됐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를 전환점으로 삼아 팽창을 지속하고 있다. ‘빅뱅’ ‘폭발’ 등의 수식어 외에는 달리 마땅하게 설명할 단어가 없을 정도다.업계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전업카드 7개업체(BC 국민 삼성 LG 동양 다이너스 외환)와 20개 카드사업 겸영은행들의 총취급고(일시불+할부+현금서비스)는 모두 89조6천여억원. 지난 한해 동안의 총 취급실적인 90조7백억원대에 육박하는 실적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33조원에 비해 2.5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발급된 카드 수도 업체간 뜨거운 경쟁에 힘입어 지난해 약 3천9백만장보다 8백만장이 늘어난 약 4천7백만장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뿐만 아니다. 신용카드 가맹점도 지난해 4백80만개에서 올 상반기에 6백60만개로 35%나 증가했다. 1인당 사용액도 지난해에는 4백40만원대에 그쳤으나, 올해는 7백70만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소득공제·복권제가 빅뱅 ‘으뜸공신’이러한 신용카드시장의 빅뱅은 신용카드사용을 권장하는 정부의 각종 정책이 나왔던 지난해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여신전문금융협회 신용카드부 이태운과장은 “신용카드사용을 장려하는 정부의 각종 정책지원, 경기회복에 따른 구매력 향상, 개인의 신용한도제한 상향조정 등이 올해 신용카드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지난해 국세청은 신용카드 확대를 위해 의무가맹점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연말에는 신용카드 사용분에 대한 소득공제까지 제공하면서 일반인들의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했다. 올 들어서는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를 시행하면서 신용카드 사용 확산에 더욱 불을 당겼다. 대다수의 전문가들도 정부의 이러한 신용카드 사용 권장이 신용카드시장의 팽창에 일등공신이라는 점에 주저없이 동의하고 있다.정부내에서도 같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재경부에서 지난 4월말을 기준으로 분석한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의 효과분석’에 따르면 신용카드 사용건수와 금액에 있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나 증가했다며 정책의 성공을 ‘홍보’하기도 했다.●2백조시장 ‘군침’ …대기업·제2금융권 진출 채비신용카드시장이 커지자 파이를 늘리려는 신용카드업체간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한 카드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면서 자신의 신용카드를 관리하는게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고 신용카드 소지자들에게 인식되면서 지갑에서 가장 먼저 손에 잡히는 ‘으뜸카드’가 되기위한 업체간 경쟁이 뜨겁다.여기에 LG 삼성 등 전문계 카드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공격적인 영업에 자극받은 신용카드업체들도 다양한 신용카드와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신용카드 한장에 모든 서비스를 담는다는 의미의 원카드, 인터넷의 확산에 따른 전자상거래업체와의 제휴, 고객관리 시스템을 활용한 타깃 마케팅형 등이다.이러한 전문계 카드사들의 공격적인 영업에는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목적이 크지만 국민카드의 성공적인 코스닥등록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D경제연구소에서 신용카드업종을 담당하는 한 연구원은 “전문계 카드업체들이 코스닥등록을 추진하는 업체들로 (신용카드업체로 상장사가 없어)시장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웠지만, 국민카드의 코스닥등록에서 보듯 시장에 모든 경영실적이 드러나는 상황을 감안해 실적을 늘리기 위한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실제로 삼성카드와 LG카드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코스닥등록을 추진해온 업체들로 시점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한 관계자는 “지난 1월에 코스닥 등록심사신청을 냈지만 증시사정이 안 좋아 연기된 상태로 빠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 등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신용카드시장이 폭발하면서 덩달아 새로 시장진입을 하려는 업체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물론 기존업계에서는 시장이 ‘포화상태’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SK 롯데 현대 등은 이미 수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보유한 정유카드나 이동통신회원, 백화점회원 등을 기반으로 하는 신용카드시장 진출을 준비해왔으며, 새마을금고연합회 산은캐피탈 등도 새롭게 시장진출을 위한 다각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이 가운데에는 이미 전산시스템을 구비하는 등 인가만 나면 바로 영업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고 있는 곳도 있다.그러나 이처럼 신용카드시장이 팽창한다고 해서 신용카드업체들이 마냥 호시절을 구가할 때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용카드업체들로서도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장 큰 수수료라는 해묵은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실제로 수수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상당해 지난해 8월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에 따르면 신용카드에 대한 불만족으로 비싼 수수료와 연체이자, 수수료 본인부담 등 2개 항목이 각각 44.8%, 31.2%로 1,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이러한 수수료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 “신용카드업체들의 경영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국조세연구원 현진권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수요가 늘면 가격이 내려야 하는데 카드회원과 사용이 늘어도 수수료가 내려가지 않고 있으며, 가맹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수수료는 애프터택스로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박사의 설명.따라서 신용카드 사용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업체의 원가분석시 30% 가량을 차지하는 부실채권을 털어 내는 등 경영쇄신을 통해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