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1~2년치 한꺼번에 선불로 받아 활용 … 소형 임대소득 비과세도 이점

외국인회사에서 16년 동안 근무하다 2년 전 퇴직한 현정희(45) 주부.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들이 어떤 집에 얼마를 주고 거주하는지 가까이서 지켜본 덕분에 오래 전부터 외국인 대상 임대주택사업에 관심을 가져왔다. 월세 1~2년치를 한꺼번에 선불로 내는 외국식 임대계약 방식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왔던 것이다.“계약 만료 후 보증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고 먼저 받은 임대료를 활용할 기회가 많다는 게 장점이죠. 어떤 부동산 투자 상품 보다 수익성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막연한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은 4년 전인 96년8월. 3년여 동안 운용한 다음인 지난해 12월에는 임대주택을 1채 추가,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세입자들과 친분을 쌓아 ‘민간 외교’에도 한몫하고 있다. 재테크와 생활의 보람을 함께 낚은 현정희 주부의 성공담을 들어보자.◆ 4년전 25평 아파트로 임대사업 시작임대사업을 하기 전까지 현정희 주부의 재테크 수단은 주식 투자였다. 결혼 직후 4백만원의 종잣돈으로 시작했으니 ‘베테랑 투자자’라고 할 만한 연륜이다. 그런 그가 96년 중반 돌연 주식에서 손을 뗐다. 주가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하루하루가 갑자기 피곤해졌던 것. 대신 주식으로 불려 온 여유자금을 오랫동안 관심 두었던 외국인 대상 임대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대기업 부장으로 재직중인 남편은 처음엔 불안해했다. 그러나 이내 아내의 직업상 경험을 신뢰하고 투자 전권을 맡겼다.가까운 외국인 친구들에게 선호지역을 물어보는 등 시장 조사를 시작한 현씨는 서울시 용산구 일대를 투자지로 결정했다. 그리고 몇 차례의 답사를 거쳐 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서울시 이촌동 대림아파트를 첫 번째 투자 대상으로 선택했다. 이촌동은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이고 한강 조망권을 특히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굳이 임대사업 목적이 아니라도 한강변 아파트의 투자가치는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96년8월 대림아파트 25평형을 1억4천만원에 매입한 후 외국인 임대 전문 컨설팅업체에 세입자 물색을 부탁했다.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일본계 상사 주재원이 입주 의사를 밝혀왔다. 계약 조건은 월세 1백50만원에 2년 임대. 2년치 임대료 3천6백만원을 한꺼번에 받았다.“돌려 줄 필요없는 순수익이 2년간 3천6백만원인 셈이죠. 입주한지 2년 남짓한 새 아파트라 수리할 곳이 거의 없었지만, 첫 번째 ‘고객’을 위해 벽지를 바꾸고 붙박이장과 식탁을 설치하는 서비스를 했지요.”현씨는 외국인들이 편하게 살기 위해선 기본적인 가구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자신의 ‘주택 상품’도 가치가 올라간다고 믿었고 예상대로 첫 번째 세입자는 크게 만족해 했다.◆ 외국인 거주지 빌라 매입, 2년치 임대료 ‘한꺼번에’98년 직장생활을 그만 둔 현씨는 ‘노후대책용’ 투자대상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남편과 상의 끝에 임대주택을 하나 더 장만하기로 했다. 이촌동 대림아파트에 두 번째 일본인 세입자가 입주하면서 현씨에게도 ‘임대사업 노하우’가 쌓일 즈음이었다.외국인 대상 임대사업을 컨설팅하는 업체의 도움을 얻어 용산구 한남동의 소형 빌라를 매입하기로 했다. 갓 지어진 각산빌라는 아담한 규모에 정원이 있어 외국인이 좋아할 조건이었다. 각국 대사관이 모여 있고 이태원이 가깝다는 점 또한 마음에 들었다.지난해 12월 현씨는 이 빌라 21평형을 1억7천만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계약금 1천7백만원을 치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외국계 화장품 회사에 파견 온 프랑스인이 입주하겠다고 전해왔다. 계약조건은 월 2백만원에 2년 기간. 선불로 받은 총 4천8백만원은 잔금을 치르는데 요긴하게 쓰였다. 현씨는 이 빌라에도 기본 가구와 세입자가 원하는 시설 대부분을 지원했다.◆ 연 수익률 14~15%, 소형주택 임대소득 비과세현정희 주부는 외국인 대상 임대사업을 통해 연 14~15%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계약과 함께 건네받은 임대료와 그 임대료에 대한 은행 이자를 감안하면 웬만한 은행 정기예금 상품의 두배가 넘는 수준이다. 게다가 개별 부동산이 가진 시세 상승 효과에 목돈으로 받은 임대료를 재투자할 기회까지 가지니 두루두루 이득인 셈. 실제로 이촌동 대림아파트 25평형은 매입 당시에 비해 2천만원 정도 시세가 올랐다.두 채 모두 전용면적 25.7평 이하 소형주택이라 세금에 대한 걱정도 덜었다. 99년부터 외국인에게서 발생한 임대소득은 주택이 국민주택 규모일 경우엔 비과세되기 때문이다.영어구사에 익숙한 편인 현씨 가족은 두 외국인 세입자와 가족처럼 이웃처럼 지낸다. 휴가나 여행을 떠날 땐 함께 갈 것을 권유하고 가끔 집으로 초대해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도 한다. 그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외국인 세입자가 생활의 불편을 느낄 때 부동산 중개인에게 연락하는 것과 달리 현씨의 세입자들은 서로 직접 연락,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한다.“임대사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야 합니다. 일반 전셋집 놓듯 운영해선 절대 성공하지 못하죠. 외국인의 생활 습관을 이해하고 계약기간 동안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어야 합니다. 집을 얼마나 살기 좋게, 아름답게 꾸미느냐에 따라 수익도 달라지지요.”현씨는 현재의 임대 주택을 성실하게 꾸려 여유자금이 모이면 좀 더 큰 주택에 투자할 계획이다. 널찍한 대형 주택을 매입,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인 가족이 살 수 있도록 할 참이다. 물론 그런 고급 임대주택은 수익성 측면에서도 탁월하다.“1~2년 단위로 굵직한 수익을 안겨다 주니 이보다 나은 투자대상이 있을까 싶습니다. 주식요? 미련 버린지 오래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