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한빛은행은 하루에 1억3천2백만주가 거래됐다. 총 상장주식(8억7천4백50만주)가운데 외국계 대주주 등의 보유물량을 제외한 실제 유통주식은 7천2백만주 정도이다. 1억3천만주가 거래됐다면 유통가능주식 전부 하루에 두 번씩 주주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다.한빛은행뿐이 아니다. 거래소 상장종목 가운데 지누스(2천3백39.76%)를 비롯, 미래와 사람 대성전선 이룸 대아리드선 고제 등 20여개 종목은 올초부터 7월12일까지의 회전율이 1천%를 넘는다. 반년 정도에 이들 회사의 모든 주식이 10번 이상 사고 팔린 셈이다.코스닥시장은 더하다. 코스닥증권시장에 등록된 주식의 회전율은 지난 1년간 2백12.09%였다. 올들어서는 3월 한달의 회전율만 98.32%에 달했다. 올해말에는 6백%를 넘어설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단타매매는 현물시장에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주가지수선물과 옵션거래 채권선물시장에서도 보편화되고 있다. 지난달 선물거래소가 발표한 상반기 국채선물의 회전율(거래량을 미결제약정으로 나눈 수치)은 0.8이다. 이는 미국 CBOT(시카고상품거래소)의 미국채선물 0.5, 동경증권거래소의 일본국채선물 0.2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이다.◆ 초단타매매, 전체거래 35% 이상 추산증권거래소 추산으로는 전체 거래의 35%이상이 데이트레이딩이라고 한다.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투신사 등 기관도 단타를 치고있다는 것이다. 명실공히 데이트레이딩왕국이다.데이트레이딩(day trading)은 말 그대로 주식을 매수한 당일 팔아버리는 초단기적 거래행태이다. 보다 세분화해 국내에서는 분단위로 사고 팔면 스캘퍼( scalper), 이틀이나 사흘까지도 보유하면 스윙트레이더(swing trader)라는 표현도 쓴다.미국증권협회(NASD)는 “동일한 주식을 5일 이내에 사고 파는 것”을 데이트레이딩으로 정의하고 있다.각종 주식투자 수익률대회는 엄청난 단기매매회수로 최고의 수익률을 올린 우승자를 새로운 스타로 만들어낸다. 무지막지한 수익률을 올린 데이트레이더의 성공담이나 데이트레이딩 안내서적은 베스트셀러이다. 직장을 그만 두고 전업으로 데이트레이딩에 나서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데이트레이딩세미나에는 대박의 꿈을 품은 아줌마 직장인 대학생들이 몰려든다.가치투자 정석투자를 주창해온 워렌 버핏이나 피터 린치류의 투자철학은 지금 한국의 주식시장에서는 유행지난 옷처럼 퇴물취급을 받고 있다. 주식을 일주일 이상 갖고 있으면 장기투자라 하고, 1년 이상 갖고 있으면 바보취급 받는다.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의 지난해 주식회전율이 세계최고라 했는데 올해도 그 영예는 지속될 것이 확실해보인다.왜 한국은 데이트레이딩 왕국이 됐을까. 과연 데이트레이딩은 장기투자보다 유리한 것일까.◆ 힌국 주식회전율 세계 최고데이트레이딩의 확산은 첫째, 인터넷과 온라인주식거래확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터넷인구 급증으로 개인투자자의 정보획득이 빨라진데다 매매가 편리한 증권사의 HTS가 많이 보급됐다. 여기에 사이버거래수수료는 통상 거래금액의 0.1% 수준으로 싸져 잦은 매매가 유도된 것이다.둘째,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이다. 올들어 국내증시는 수급불안에 금융구조조정 문제가 겹쳐 불안한 장세를 지속했다. 또 IMF를 이겨낸 기업의 건실해진 재무구조나 사상최대의 영업실적보다는 한국과 경기사이클도 다른 미국 나스닥의 동향에 국내증시가 춤을 춘다. “주가수준에 대한 예측이 낮아 장기투자를 피한다”(조익재 메리츠증권연구위원)는 것이다.불안감으로 시작된 단타는 다시 증시의 변동폭(volatility)을 확대시키고 커진 변동폭은 다시 단타를 재생산하는 순환고리를 형성하고 있다.셋째, 기업에 대한 불신도 한몫을 하고 있다. 막대한 잉여 현금흐름이 발생해도 계열사편법지원으로 전용하고 장기투자의 유인책이 될 수 있는 배당에는 인색한 것이 국내기업의 관행이었다. 또 삼성전자 같은 고가주의 경우 액면가배당 50%라고 해봐야 배당수익률(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값)이 1% 미만이니 배당메리트가 거의 없다.장기투자로 보상받는 성공모델을 찾기 힘든 것도 단타를 부추기고 있다. 전문데이트레이더들은 “한국적 냄비장세에서는 장기투자는 리스크관리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기관투자가나 큰 손도 단타를 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의 불가피한 맞대응전략”이라는 항변도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증권사와 투자정보사이트, 일부 매체의 마케팅수단으로 수익률게임이 각광받고 있는 것도 단타확산에 큰 몫을 하고 있다.한화 교보 등 증권사를 비롯, 쉐르파(www.cyberics.co.kr), 이큐더스(www. ekudos.co.kr), 앤인베스터(www. ninvestor.com), 스타트레이드(www. startrade.co.kr)등 각종 투자정보사이트들이 수익률대회를 열고 있다. 데이트레이더를 겨냥한 시스템트레이딩 프로그램도 메리츠증권과 교보증권 등에서 선보이고 있다.◆ 미국도 이익남기는 데이트레이더 12% 미만한국증시의 현실에서 데이트레이딩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문제는 ‘데이트레이딩=대박’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트레이딩은 대박을 위한 비결도, 지름길도 아니다. 철저한 준비없이는 손절매만 거듭하다가 아주 짧은 시간에 돈을 잃기 쉬운 매매기법이다.데이트레이딩의 원조인 미국의 전미증권감독위원회(NASAA)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트레이더 대다수가 돈을 잃고 돈을 벌어도 소액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데이트레이딩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미국의 데이트레이딩회사가 자체 조사한 결과 역시 데이트레이딩으로 돈버는 사람은 12% 미만이었다.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장중에는 내내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집중해야 하므로 전업투자자가 아니면 성공하기 힘들다.한국에서 장기투자는 반드시 손해를 보게된다고 비관할 필요도 없다. 간접투자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자산운용사 스커더 캠퍼가 운용하는 뮤추얼펀드인 코리아펀드는 지난 84년부터 편입한 삼성전자 등 한국 대표종목을 십수년간 보유하고 있다. 이 펀드는 IMF때의 주가폭락기를 거치면서도 연평균 22%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이후 전세계 컨트리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거래될 만큼 성공한 뮤추얼펀드이다.★ 인터뷰박정윤 마이다스에셋 펀드매니저 / “장기투자가 성공률 더 높아”지난해말과 올해초 세 차례의 수익률게임에서 두번이나 2천% 이상의 수익률을 올려 데이트레이더스타가 된 박정윤씨(현 마이다스에셋 펀드매니저). 그러나 박씨는 정작 “데이트레이딩은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돌아오는 수익과 성공률이 장기투자에 비해 높지 않다”고 강조한다.박정윤씨 스스로도 가장 성공한 투자는 97년 초 한일화학을 3만원에 사서 IMF때 8천원까지 떨어져도 손절매하지 않고 2년 반 정도 보유하다가 지난해 6월 8만원에 판 사례라고 밝혔다. “정석대로 기업가치를 보면서 회사를 사는 기분으로 투자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대학시절부터 1천만원으로 투자를 시작, 저평가주식을 사서 대개 한달 이상씩 보유해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파는 방식으로 투자해왔다고 한다. 데이트레이딩은 수익률대회를 위해서만 주로 했다는 것이다.직장생활을 한 이후 거의 주식투자를 하지않는다는 박씨는 “얼마전 새롬기술로 데이트레이딩을 해봤다가 실패했다”고 털어놓는다. 예전처럼 틱차트를 보고 했다가 떨어져 손절매했더니 오르더라는 것. “요즘은 하루짜리 작전도 극성이고 데이트레이딩을 역이용한 매매도 많아 성공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박씨는 “일반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성공하기는 너무나 힘들며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웬만하면 주식하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