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정보 DB 발판, 5년내 1백조원 기업가치 구축 자신

◆ 약력김한경 사장은 1941년 강원도에서 출생했다. 강원도 강릉상고와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68년 SK(주)의 전신인 유공 기획부에 입사했다. 이후 줄곧 이곳에서 기획부 차장, 석유개발담당 이사, 원유.제품담당 전무를 거쳐 지난 98년, 입사 30년만에 사장에 선임됐다.▶ 요즘 SK(주)의 면모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종합에너지·화학기업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을 정도로 사업영역이 다각화되고 있습니다. 대변신의 배경이 궁금합니다.시장이 이젠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위주로 바뀌었습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도태되는 시대가 된 거죠. 고객이 자발적으로 지갑을 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이들의 잠재적 필요를 찾아내 개발하고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인터넷과 네트워킹 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졌어요. 기존의 오프라인 사업을 온라인화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e-비즈니스에 대한 투자와 사업진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에너지·화학기업의 온라인화 변신작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하고 있습니까.우선 SK(주)가 보유하고 있는 오프라인 네트워크와 시설물, 그리고 엔크린 회원과 계열사인 SK텔레콤, 신세기통신의 방대한 가입자를 하나로 묶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이죠.대표적인 것이 OK캐쉬백 서비스예요. 지난해 6월부터 시작했는데, 골자는 7백40만명의 엔크린 보너스카드 회원과 1천1백만명의 SK텔레콤 회원을 대상으로 포인트를 통합하는 것입니다. 사용할수록 현금으로 찾아갈 수 있는 포인트가 늡니다. 반응이 좋아서 신세계 백화점, KFC, 종로서적, 크라운베이커리 등도 합류시켜 통합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형 가맹점을 포함해 올 연말까지 가맹점을 10만개로 늘릴 계획입니다. 어디를 가도 SK(주)의 회원이면 우대를 받는 것이죠.▶ 말하자면 브랜드로 가치를 창조하겠다는 것인데요, 이런 방향이 에너지화학기업에서 온라인을 통한 종합마케팅기업으로 간다는 것과 어떻게 맥이 닿는 것입니까.예를 들면 지난 6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중고차 중개서비스(www.encar.com)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SK(주)라는 신뢰성 있는 브랜드를 통해 중고차를 중개하는 사업입니다. 그동안 중고차를 살 때 제품의 신뢰성이 제일 문제였습니다. 이것을 고객이 원하는 경우 우리 회사 지정 경정비업체의 차량정비사가 핵심 부품을 진단해준 뒤 중고차를 거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오프라인망과 SK(주)의 브랜드를 이용한 서비스인 셈이죠.이뿐만 아니라 SK(주)가 그동안 정유·석유화학 공장을 운영하면서 쌓아놓은 공장 운영 경험을 상품화해서 인터넷(www.sktecsolutions.com)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회원은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기술관련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고, 24시간내 기술자문도 받을 수 있습니다.▶ SK(주)가 추구하고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최근 세계적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시대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기업으로 저희 회사를 꼽았는데 앞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업을 잘만 결합하면 시너지가 크게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축적해온 브랜드 및 고객DB, 전국적 네트워크, 경영노하우 등 4대 무형지적자산을 바탕으로 인터넷사업, 생명과학사업, 지식사업 등 미래 유망사업 분야에 투자를 확대해 나갈 생각입니다.실제 올해 말까지 생명과학과 인터넷, IT분야에 총 1천5백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미 16개 생명과학 분야의 벤처기업에 82억원을 투자했고, IT분야에는 7개 벤처에 56억원을, 11개 인터넷 벤처에 95억원을 투입했습니다.생명과학 분야는 새로운 신약개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연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전력, 연료전지, 신에너지사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도 하고 진출해 종합에너지 공급자로서의 기업이미지도 정립해나갈 복안입니다.▶ 올해 경영목표는 별 무리없이 추진되고 있습니까.올 목표는 지난해 대비 4.7% 증가한 11조8천억원으로 책정했지만, 국제 원유가격이 상승하고 내수 판매량이 늘어 지난해에 비해 16%가 증가한 13조6천억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따라서 경상이익 예상치는 72%가 증가한 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또 SK(주)가 정유회사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 석유화학 분야에도 선두그룹입니다.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를 전량 자급하는 국내 유일의 회사죠. ZIC로 대변되는 윤활유 사업도 선두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연간 1천억원의 수익을 얻는 유전을 보유한 회사는 SK(주)밖에 없을 것입니다.SK(주)는 또 국내 최대의 정제시설(81만 배럴)과 3천7백개에 달하는 주유소가 있습니다. 지난 상반기 내수시장의 점유율이 36%에 달해 1위였고, 현재 7백40만명에 달하는 엔크린 보너스카드 회원도 수가 꾸준히 늘고 있어 매출증대에 큰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해외 진출도 활발합니다. 페루에서 40년 동안 총 매장량 13조 입방피트 규모의 가스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지난 2월 이 지역 유전 및 가스개발에 3억2천만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외형뿐만 아니라 조직내의 문화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고객의 가치창출 없는 기업가치 증대는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고객이 저희들의 월급을 주고 있는 셈이죠. SK(주)가 고객만족 경영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매월 임원급들이 사례발표를 하는 등 솔선하고 있지요. 또 모든 직원이 인터넷 환경에서 업무를 하고 지식을 축적, 공유하여 업무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사내 아이디어 공모제도를 도입해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우수한 것에 대해서는 포상도 하고 있습니다.또 사업화가 가능한 것에 대해서는 사내벤처를 통해 직접 지원하고 성공할 경우 충분한 보상도 해주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사장이 될 수 있도록 격려해 신규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해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 환경친화적인 기업이 고객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SK(주)는 더구나 석유화학기업이어서 더욱 이 분야에 투자가 많이 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데요.환경문제를 단지 국내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구온난화, 산성화 등 지구적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합니다. 이 때문에 대체에너지, 저유황 연료유, 탈황탈질 촉매 등 청정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엔 환경부에서 주최하는 환경경영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앞으로 3년간 총 시설투자비용의 30~40%를 환경관련 시설 및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 자금으로 질소산화물 저감 촉매를 개발하고, 폐수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해 악취 저감시설을 설치할 것입니다. 올 하반기엔 환경경영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보고서도 발간할 계획이구요.▶ SK(주)의 장기 비전은 어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까.우리 기업환경은 세계화, 기술혁명, 고객중시 등 3대 변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기존의 매출과 이윤을 극대화하는 전략보다는 고객을 중시하는 수익 모델로 전환해야 합니다. SK(주)는 이미 몇년 전부터 발빠르게 새로운 변화에 대한 준비를 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핵심역량 발굴, e-management 추진, 벤처기법 활용을 토대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세워가고 있습니다.결국 외형중심의 자산규모보다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세계화를 지향하는 종합마케팅기업으로 성장해 5년내 1백조원의 기업가치를 갖는 국내 최대의 기업이 될 것으로 자신합니다.★ Profile in Mirror김한경 사장은 지난 68년 유공(SK(주)의 전신)에 입사한 이래 32년간 줄곧 외길을 걸어온 SK맨이다. 김사장은 종합기획부장 재직 시절 도시가스사업 진출, 석유개발사업, LPG 인수사업 등 신규설비투자를 진행시켜 SK(주)가 석유사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종합에너지·화학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석유사업담당 부사장 시절엔 50여개에 이르는 석유사업내의 부서를 일일이 방문해 직원들과 식사를 하며 어려운 점을 경청하는 등 꼼꼼하게 사업을 챙기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직원들을 ‘내부 고객’으로 간주, 격의 없이 소줏잔을 기울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