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수세도 한계 … 기관 매수세 부활·시장 매물 소화 지켜보며 리스크관리

하반기 들어 주식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수급불균형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해 외국인과 기관이 증시의 양편에 서서 강하게 장을 끌어올렸던 것과는 달리 올해 들어서는 1월의 며칠을 제외하곤 거의 반대편에 서서 개인을 사이에 두고 물량을 주고 받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주식시장의 공급측면을 보면 지난해 코스닥 등록 열풍과 그에 뒤이은 유무상증자 물량, 뮤추얼펀드 만기 도래와 주식형 수익증권 환매 등이 시장을 압박해 온데다 현대 유동성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지수 하락을 부채질해 왔다. 거기에 7월부터 증시관련 제도가 개편되면서 시장활성화에 도움을 주리라고 믿었던 주식형 사모펀드와 비과세 펀드도 정부의 안이한 원칙고수로 투자자들의 실망을 불러왔다.최근 증시 주변에서 주식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요인이라고 한다면 9%대를 밑돌고 있는 저금리이고 지수 급락에도 지난 5월과 달리 크게 요동하지 않은 원/달러 환율이다. 채권금리의 하향 안정이 대기업의 우량채권에만 몰린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중견기업의 BBB 이하 채권도 발행되면서 채권시장을 둘러싼 양극화의 우려는 다소 풀리고 있는 듯하다.상장사들의 상반기 기업실적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기록했다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그만큼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관들이 강한 매수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시장의 하락 지속과 펀드 수익률 저조 등으로 투자자들이 주식형 수익증권 등 간접시장을 회피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객예탁금마저 감소해 외국인들이 어느 종목을 입질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또 하나 시장의 수급을 조이고 있는 요인은 9천억원대가 넘는 매수차익잔고 규모다. 8월의 옵션만기일을 전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던 매수 차익거래 잔고가 다시 증가하고 있어 9월의 선물만기일과 옵션만기일이 겹치는 더블위칭데이(Double Witching Day)를 앞두고 현물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물시장에 강한 매수세가 지키고 있다면 문제 없겠지만 지금 순매수를 보여주고 있는 외국인의 힘만으로는 감당해 낼 수가 없다.이런 상황에서 거래소 시장은 8월 들어 20일 지수 이동평균선이 수급선이라 불려지는 60일선을 하향 돌파하며 내려와 하락추세에서 데드크로스를 발생시켰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10년 동안 대세 하락기에 주식시장에서 수급선을 하향 돌파한 데드크로스 발생이후 추가 하락세를 보여왔다는 점을 기억할 때 9월의 주식시장은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다.편의상 최근의 경우를 살펴보자. 지난 2백40일간의 종합주가지수와 이동평균선, 그리고 이격도를 비교해 보면 세번의 데드크로스 발생이후 지수는 단기 상승으로 60일 이동평균선을 뚫지만 60일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20일 이격도도 매도권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었다. 즉, 데드크로스 발생 이후 단기간은 지수상승을 보이지만 결국 하락추세를 면치 못했다.(표 1 참조) 8월7일의 데드크로스 발생 이후 이격도의 매도권 진입 조짐도 시장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을 요하는 신호라 하겠다.결국 시장을 둘러싼 여러가지 요인의 하락압박이 높은 상황이라 9월의 더블위칭데이 때까지 공격적인 매수는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9월 들어서 추석을 앞두고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에 자금사정이 안 좋은 중견기업의 입장에서는 다시 한번 위기감이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9월에는 기관의 매수세 부활과 함께 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물이 큰 충격없이 소화되는 것을 보고나서 매매를 고려해 보는 것이 위험을 줄이는 안전한 투자가 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