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극복·국가신용등급 상향 ‘합격점’…‘불균형 성장’ 바로잡을 대책 시급

김대중정부가출범한지도 8월25일로 꼭절반이 지났다.과거 정부와 달리 경제적 측면에서 현정부는「외환위기 극복」이라는 뚜렷한 책무를갖고 출범했다. 그런 만큼 집권 1기를평가하는데에있어서 국제적인 시각은 외환위기를어느 정도 극복했느냐에 모아지고 있다.지난 2년 반 동안 현정부는 당면한 외환위기를극복하기 위해 경제이념으로 ‘민주적 시장경제’ 원리를 주창해 왔다.현정부는 이같은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금융, 기업, 노동, 공공 등 소위 4대 부문에걸쳐개혁과 구조조정을 강도높게 추진했다.물론 구조조정이란 기존에 유지해 왔던 관행을 바꾸는 문제이고 그것도 단기간에 추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에게는 그만큼 고통과 비용이 많이 따랐다.이런점을감안해 외환위기 극복을 과거핀란드나 스웨덴이 추진한 북구(北歐)식이아니라 멕시코식 방식을 택했다.그결과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는 다른금융위기국가에 비해 외환위기 극복속도가 빠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역시 가장돋보이는 성과는 외화유동성을 조기에확보한점이다.외환위기에 몰릴 97년말당시 39억달러에 불과했던 가용외환보유고가 현재 9백4억달러에 이르고 있다.원화환율도 한때 2천원을 상회했으나 최근1천1백원대 초반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주가도 다소 기복이 있으나 우리 경제여건을 반영해 꾸준히 회복되고있다.특히 경제성장률은 98년에는마이너스6.7%까지떨어졌으나 지난해에는10.7%로회복한데 이어 금년 1/4분기에는12.6%를 기록했다.이에따라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도개선되고있다. 외환위기에 몰릴 당시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던 국가신용등급이 지난해 초에는 투자적격단계로 조정된 이후 최근에는 1∼2단계 상향 조정된 상태다.반면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책운용이 초기에 약속한 것과는 달리 시장친화적이아니다. 외형상으로는 시장경제라는 간판을 내걸으나 뒷전에서 거의 모든부문에 걸쳐 간여했다. 그래서인지 현정부의 관치경제 문제에 대한 비판은 지난 2년반 동안 끊이질 않았다.정책추진도너무 당위성과 상황론에 휩싸여개혁과구조조정을 서두른 감이 없지않다.이런상태에서 개혁과 구조조정을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대증(對症)적으로밀어 붙이다 보니 정책혼선이 잦았다.◆ 환율·주가 안정, 경제여건 개선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약속도제대로이행되지 않았다. 외환위기초기 경제주체간에 고통분담이 강조됐으나현시점에서 보면 고통을 가장 적게 부담해야할 국민들이 가장 많이 부담하는 꼴이됐다. 그 결과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리현상으로 중산층 몰락에따른빈부격차 문제가 최대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이런부작용을 의식해서인지 현정부도 나름대로새로운 모습을 단장하고 있다. 특히집권 1기에 나타난 부작용을 의식해서인지경제이념부터 ‘생산적 복지’를 도입해무너졌던 중산층을 복원하는데 우선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정책운용도 새로 출범한 진념 경제팀을 중심으로 정부주도보다는 시장 자율로, 화려한 개인플레이보다는 팀워크로, 몇몇 정책당국자의 아이디어보다는 경제주체들의 폭넓은 의견을 구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특히시장현실을 철저히 모니터링해 시장친화적인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점이 눈에띈다.최대현안인 4대 부문의 개혁과 구조조정도김대중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는 내년2월25일까지는끝낸다는계획이다. 이를바탕으로남은 집권 2년 동안에는 외환위기로 실추됐던 우리의 국제위상도 다시 찾고최근들어 봇물이 터지듯 급진전되고있는남북관계도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일단국제금융시장에서는집권 2기 동안구상하고있는정책이념이나 정책목표는잘잡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책추진도 현경제팀이 구상대로 잘만 이행하면 집권 1기에 정책효과를 내는데 최대맹점으로지적됐던 시장의 신뢰를 얻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문제는 이런 과제나 구상들이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느냐 하는 점에 있어서는 집권2기로넘어가는 현시점에서 우리 경제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고보고 있다. 동시에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대내외여건도 점검이 이루어져야 한다고권고하고 있다.아직까지 우리 경제가 해결해야 할 최대과제는외환위기를 완전하게 극복하는 일이다.우려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정서가최근 들어 외환위기가 끝난 것인지 끝나지않은 것인지에 대한 가치관이 혼돈된 상태를 보이고 있다.통념대로 외환위기를 유동성 위기(liquidityrisk)와 체제 위기(system risk)로 나눌때 현재 우리나라는 유동성 위기만 극복한 상태다. 따라서 집권 2기에도 개혁과구조조정을통해 금융과 기업부문의 부실을 털어내는 과제는 남아 있다.우리 경제의 바이오 리듬에 해당하는 경기순환적인측면에서도 지난해와 금년 상반기에걸쳐 두자릿대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대다수의국민들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이는 그동안 경제성장을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다른 산업의 연계효과(linkage effect)가 적은 반도체 위주로, 계층별로는자산소득이많은 ‘있는 사람’(일부에서는‘이대로’계층으로 표현)을 위주로불균형성장을 모색해 왔기 때문이다. 집권 2기에는 이같은 불균형성장을 균형성장으로 시정해야 한다.◆ 정책추진 여건 간과하지 말아야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집권 2기에는 집권1기만큼 정책추진 여건이 좋지 않다는점이다.최근 들어 대다수의 국민들이 개혁피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종 근로자,의료계 심지어는 하위 공무원 단체에 이르기까지 파업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정책당국이운신할수 있는 폭도 좁아진상태다.재정 여건은 집권 1기 동안에 무분별한 공적자금 투입으로 국가 채무가 한해의예산을 상회할 정도로 악화됐다. 금리는시장여건을 도외시한 저금리 정책의지속으로이제는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수없는 상태다.대외적으로도 우리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했던 미국경제가 최근 들어서는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제로금리정책포기로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에대출해준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높아지고있다. 동남아 사태도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이런상황에서 현정부가 집권 2기에 구상중인이념과 목표를 어떻게 성취할 수 있을것인가.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로부터 폭넓은사회적 합의(moral suasion)를 구해야한다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당국자일수록 어느 경제주체보다도 투명하고겸손해야 한다.만약 집권 2기 동안에 집권 1기 마지막 무렵에 총선을 앞두고 나타난 것처럼 특정목적을의식하거나정부만이 모든 것을 할수 있다는 식으로 경제를 운영하다간 과거김영삼정부가집권 마지막 무렵에 당한외환위기가 또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점에국제금융시장에서는예의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