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박사는 일류고등학교와 일류대를 거쳐 외국 명문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수재다. 집안이 제법 살기 때문에 그는 늘 과외 선생의 지도를 받으면서 성장했다. 그 어려운 시절에도 과목별로 장안의 가장 유명한 강사를 붙였다. 방과 후 학교 앞에 대기한 자가용을 타고사라지는 그를 보고 모두가 부러워했다. 일류 선생에게 배워서 그런지그는 늘 정보에 앞서 있었고 입시 경향에 대해서도 일가견을 가지고있었다. 학교에서 최상위 그룹에 속하지는 못했지만 그럭저럭일류대를들어가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박사학위를 받으면서고생을 많이 했다. 항상 과외선생이 짜 놓은 틀대로 공부하던 그에게 논문 제목만 주고 거의 지도를 안해주는 환경이 낯설었던것이다. 혼자서 계획하고 궁리하고 공부해 본 적이 없는 그는 늘 초조하고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 겨우 학위는끝냈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이렇다할 빛을 내지 못하고 있다.어려서네덜란드로 입양을 가 거기서 성장한 어떤 입양아는 수많은한국의 젊은이가 유럽으로 배낭여행 오는 것을 보고 참 대단한 젊은이란생각을했다고 한다. 공부를 하면서 얼마나 열심히 벌었으면이 먼 유럽까지 여행을 올 수 있을까. 하지만 나중에 대부분의 학생이부모가 준 돈으로 여행을 왔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충격을 받았다고고백한다.무엇 때문에 다 큰 젊은이의 여행경비까지 부모가부담해야하는지모르겠다고. 또 이시형 박사는 요즘 젊은 세대를‘모라토리엄세대’라고 표현한다. 모라토리엄이란 것은 ‘천재지변으로인한 지불 유예’란 의미다. 즉 독립해서 스스로 일어설 때가된젊은이들이 독립을 거부하고 여전히 부모 슬하에서 부모 도움을받으면서 지낸다는 뜻이다.동물중에 가장 독립심이 떨어지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태어난 후내버려두면사망률이가장 높은 것도 인간이다. 그런 만큼 인간은태어나면서부터일정기간 끊임없는 보호, 지도와 도움을 필요로 한다.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도움을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모든 사람의 관심이다. 서양처럼 일찌감치 독립을 시켜 자신의갈 길은 알아서 가게 하고 성장한 후에도 자식은 자식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독립적으로 살 것인지, 아니면 우리처럼 나이 서른이넘어서도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고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 일에 관여하고 보호하는 것이 좋은지….과보호와 이른 독립 중 어느 쪽이 반드시 옳고 그르냐를 떠나 우리사회가 자식을 지나치게 과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우리주변을 조금만 돌아보아도 많은 사람들이 독립을 거부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며 살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석사까지 부모의 도움으로 공부하고 놀러가는 비용과 결혼비용까지 부모에게 의존하고 부모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결혼 전은 물론 결혼 후까지도 그 의존성은계속된다. 주택을 구입하고 자가용을 사고 심지어 생활비까지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다.온상에서 자란 화초는 작은 시련에도 쓰러진다. 나이 먹도록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사람은 제대로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 미국 옐로 스톤 국립공원에는 다음과 같은 팻말이 붙어 있다.“야생동물에게먹이를 주지 마십시오.” 인간이 주는 먹이에익숙해진야생동물은 혼자 힘으로 먹이를 구할 생각을 안하고 따라서 겨울에 굶어죽는 동물이 속출하기 때문이란 것이 공원 측의 설명이다. 지나친 보호는 자식을 망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