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삼성전자·현대차 활발 … 탈락기업 ‘앰부시 마케팅’ 통한 우회홍보전략도 치열

올림픽과 월드컵은 스포츠 마케팅의 꽃이다. 각나라 대표선수들의 자존심을 건 경기인 만큼 전세계인의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관중 및 시청자들의 눈길이 머무는 경기 또는 경기장은 곧 기업입장에서 볼 때 최대의 광고·홍보 효과를 보장하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올림픽 및 월드컵 마케팅의 가장 핵심은 바로 공식후원사(월드와이드파트너)로 참여하는 것.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와 국제축구협회(FIFA)의 공식후원사로는 통상 세계적인 기업 10여개사가 선정된다. 당초 후원업체 개념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필요한 물품이나 장치, 기계류 등을 대회조직위원회가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는 대신 경기장에 해당기업 광고판(펜스광고) 우선 배치, 올림픽 및 월드컵 공식로고 사용 등 후원금에 걸맞는 각종 특혜를 해당기업에 제공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처음엔 IOC나 FIFA가 경기에 필요한 물품에 대한 후원을 관련 업체에 요청하는 식이었다.그러나 초창기 후원업체들이 이들 경기로 인해 투자비용의 수십배를 능가하는 마케팅 효과를 거두면서 공식후원을 자원하는 업체가 급증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해당 올림픽 및 월드컵 위원회는 공식 후원업체를 까다로운 심사 끝에 선정해야 했으며, 선정기준은 크게 세계 수준의 기술과 후원금, 즉 돈으로 대별된다. 일단 기술력이 비슷한 업체일 경우 ‘돈’이 선정기준이 된다는 뜻이다.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경우 코닥 코카콜라 IBM 비자카드 존한콕 후지제록스 UPS 맥도날드 파나소닉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타임(매거진),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등 11개 기업이 공식 월드와이드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들 중 1896년 세계 최초로 올림픽을 후원해온 코닥을 비롯해 코카콜라(1928년), IBM(1960년)은 올림픽 마케팅을 가장 오랫동안,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기업으로 꼽힌다.올림픽 공식후원업체를 의미하는 ‘탑(TOP·The Olympic Partner)’이란 명칭사용 및 경쟁을 통한 공식후원업체 선정작업이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시작됐음을 감안할 때 이들 업체는 ‘올림픽파트너’란 개념이 생기기전부터 올림픽 마케팅을 활용해온 셈이다. 다시 말해 세계적인 기업의 성장 뒤편에는 그들의 상품가치와 더불어 일찍부터 스포츠마케팅에 눈을 뜨고 이를 계속 활용해온 선견지명이 큰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국내 기업중 올림픽 스포츠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이면서 또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1997년 동계올림픽과 하계올림픽을 묶어서 패키지로 뽑는 공식파트너 선정작업에서 모토롤라를 제치고 무선전화부문 공식파트너로 선정됐다. 국내 업체중 올림픽 월드와이드파트너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4천만달러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막대한 후원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겠지만, 기술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세계 각국의 선수 및 대회 관계자들이 올림픽 공식 무선전화기로 삼성전자 애니콜을 사용하는 만큼, 세계 수준의 기술은 기본요건인 셈이다.삼성전자의 올림픽 마케팅은 사실상 1990년 북경아시안 게임 펜스광고로부터 시작됐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스포츠마케팅 효과 연구를 통해 공식스폰서 진출을 노렸지만 당시로선 역부족이었다. 이미 세계적인 기업들로 공식파트너 선정이 끝났기 때문이다. 삼성의 2차 시도는 94년 히로시마 아시안 게임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당시 경쟁력이 비교적 낮았던 가스오븐레인지 부문 공식스폰서로 참여, 그 광고효과를 절감했기 때문이다.98년 나가노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무선전화기 분야 진출은 세계시장을 향한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올림픽 마케팅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또 삼성의 월드와이드 파트너 선정에는 삼성 이건희 회장이 IOC위원이란 사실도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이같이 막대한 돈과 공을 들인 삼성전자로선 이번 시드니 올림픽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묘안을 짜낼 수밖에 없는 입장. 삼성의 기본전략은 이번 올림픽 마케팅을 통해 2005년까지 애니콜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시키면서 무선통신 분야의 세계 최고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 이를 위한 삼성전자의 올림픽 마케팅은 크게 현지 프로모션과 광고로 나눌 수 있다.◆ 삼성-올림픽, 현대-월드컵 파트너로 지정이중 삼성전자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프로그램은 ‘올림픽 랑데부@삼성’. 시드니 올림픽 파크안에 4천5백평방미터 규모의 대형 복합시설을 마련, 올림픽 참여 선수들이 가족들과 만날 수 있는 편의시설을 비롯해 삼성 제품전시관, 레스토랑,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림픽 기간중 20만명 이상이 이 복합시설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드니시내 록스지역에 삼성디지털 숍을 개관, 각종 무선통신 제품과 디지털제품을 전시함으로써 기업홍보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삼성은 이밖에 미국의 세계적인 육상선수 마이클 존슨을 모델로 올림픽의 육상경기 장면을 삼성 핸드폰과 연결시킨 광고 ‘Playing Field’를 제작해 미국 및 유럽, 아시아지역 TV 및 인쇄매체를 통해 내보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림픽 마케팅을 대행하고 있는 제일기획 스포츠사업팀 전수익국장은 “올림픽 공식후원권을 따내기 위해 4천만달러의 거액을 지불하긴 했지만, 올림픽 마케팅을 이용한 홍보효과는 1억달러 이상의 광고 및 프로모션 효과에 버금간다”고 말했다.올림픽에 삼성전자가 있다면 2002년 월드컵엔 현대자동차가 있다. 현대자동차는 99년 4월 국내기업중 유일하게 2002년 월드컵 공식파트너로 선정되면서, 99년부터 2002년 월드컵 당시까지 FIFA가 주관하는 모든 종류의 국제 축구대회 공식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열렸던 FIFA 여자 축구대회를 비롯해 대륙간 축구챔피언대회(멕시코), 17~19세 청소년 축구대회(나이지리아) 등과 올해 6월 벨기에 및 네덜란드에서 열린 ‘EURO 2000’ 등이 현대자동차가 공식파트너로 참여했던 대회들이다.특히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개최된 여자월드컵대회에선 미국 대표선수와 중국 대표선수단의 불꽃튀는 결승전 TV 생중계 장면을 통해 현대자동차 광고판이 집중적으로 부각되면서 EF소나타를 비롯한 현대자동차의 미국내 브랜드인지도 향상 및 판매증가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은 이 대회 결승전 한 경기에서의 현대자동차 광고노출 효과가 3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 공식후원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3천5백만달러의 후원금을 내놓았던 현대자동차로선 이미 투자비용에 대한 ‘본전’을 뽑고도 남았다는 얘기다.한편 현대자동차의 월드컵 공식후원업체 선정에도 현재 FIFA 부회장이자 대한축구협회 회장인 정몽준 의원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올림픽과 월드컵 공식후원업체로 선정되지 못한 업체들의 우회적인 마케팅, 즉 ‘앰부시(Ambush·매복)마케팅’도 치열하다. 이 마케팅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공식적인 명칭사용 및 로고사용권을 갖지 않은 기업들이 선수단 지원, 경기장 주변 전시장설치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올림픽 및 월드컵에 참가, 공식후원업체에 버금가는 효과를 누리는 것을 말한다. 특히 경쟁업체가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공식후원업체로 선정됐을 경우 해당기업은 적극적인 앰부시마케팅으로 인지도 동반상승 효과를 누리기도 한다. 스포츠용품 업계의 숙적인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대표적인 사례.◆ 각종 이벤트로 올림픽 마케팅 편승98년 프랑스 월드컵 공식후원업체는 아디다스였다. 아디다스가 공식후원업체 자격으로 경기장안에 아디다스 광고판 설치 등 비교적 정형화된 마케팅활동을 펼친 반면, 나이키는 경기장밖에 대형 나이키용품 전시장을 설치, 수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임으로써 엄청난 ‘앰부시(매복)’ 효과를 누렸다. 이번 시드니올림픽에선 나이키가 한국 국가대표 축구선수단을, 아디다스는 일본 국가대표 축구선수단을 후원하는 앰부시 마케팅을 각각 펼친다. 아디다스는 최근 2002년 한일 월드컵 공식후원업체로도 선정돼 나이키의 또 다른 앰부시마케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국내 업체중 앰부시마케팅으로 올림픽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업체는 LG전자다. LG전자는 프랑스 및 호주 국가대표 축구선수단 지원(스폰서) 자격으로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LG전자는 호주대표팀 스폰서에 대한 특혜로 올림픽 본선을 제외한 예선전에서 경기장안에 입간판 설치, 전광판에 LG로고 노출 등의 효과를 갖게 된다. 또한 시드니 시내에 향후 3년 동안 2개의 옥외광고판을 설치하는 것도 LG의 호주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몫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LG전자의 스포츠마케팅을 대행하고 있는 LG애드 프로모션 신사업팀 송준구 국장은 “2001년까지 지속될 호주 국가대표 축구팀 스폰서십으로 삼성의 올림픽 파트너십에 버금가는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진단했다.이밖에 국내 업체들이 요즘 너도나도 활용하고 있는 시드니올림픽 관련 각종 이벤트도 앰부시마케팅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