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동창생들로부터)e-메일을 받았을 때는 집안 어딘가에 박혀 있었는지도 모르던 먼지 묻은 졸업앨범을 꺼내 들고 얼굴을 확인했죠. 하지만 이제는 메일을 보낸 친구의 이름을 보면 대부분 얼굴이 기억날 정도예요. 즐겁잖아요. 옛날 친구들을 만나고 그때 추억도 되살리고.”지난 9월27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술집에서 D초등학교 동창생끼리 만나 모임을 갖던 이은정양(29)의 말이다. 얼마 전에 가입한 아이러브스쿨을 통해 동창생 모임을 가지면서 연락이 된 친구 몇몇과 다시 만나는 자리였다.같은 날 저녁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만난 여고생 김모양(17). 초등학교 동창 2명과 “다른 동창생이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김양은 “반 친구 대부분이 아이러브스쿨을 통해 초등학교 반창회나 동창회를 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한 동창찾기가 “장난이 아니다”는 것은 함께 있던 친구들의 말이다. 신촌에 자리잡은 D주점의 고모(36)사장은 “한동안 손님들이 크게 줄었지만 주말만큼은 인터넷을 통해 동창들의 소식을 접해 모임을 갖는다는 팀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말했다.비단 인터넷에 익숙한 10∼20대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30∼40대까지 동창회 등의 이름으로 모이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강원도 홍천의 박모씨는 “33년만에 (초등학교)동창을 만났고, 37년전의 추억을 얘기하며 참으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는 글을 아이러브스쿨의 ‘만남성공담’이란 코너에 올리기도 했다.실제로 강남역 신촌 대학로 등 만남의 장소로 애용되는 지역의 커피숍이나 음식점 주인들도 최근 30∼40대들의 동창모임이 많아졌다는 말을 하고 있다. 강남역 근처 뉴욕제과의 한 직원은 “30∼40대들이 동창회 등으로 모이는 사례가 최근 늘고있다”고 전했다. 인근에 자리잡은 고기집 두레의 직원도 “주말이면 직장인 주부 등 30대들이 동창회 등으로 만나서 2차 장소로 (두레를)찾아오는 사람들이 40∼50석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많아졌다”고 말했다.이처럼 아이러브스쿨을 통한 만남이 잦아지면서 ‘낙서장’ ‘만남성공담’과 같은 코너에는 각종 사연이 수두룩하게 오른다. 교포나 유학생들도 연락을 주고받은 후일담을 남기는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대부분은 동창을 만나거나 은사를 찾아 “기뻤다”는 감회와 아이러브스쿨에 대해 고맙다는 글들이다. 이중에는 아이러브스쿨을 통해 만나 결혼에 골인하거나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도 있다.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가슴아픈 만남을 전하는 사람들도 적잖으며, 짝사랑 첫사랑 등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을 만난 뉘앙스를 풍기는 글들의 조회수가 일반적인 글의 조회수보다 높다는 점이다. “사랑했던 이가 다시 날 찾네여…그는 이미 결혼했는데…”,“(아이러브스쿨을 통해 소재를 알고 미국에 전화통화를 했는데)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전해듣고 … 뭐냐면 결혼해서 잘 산다고 했습니다”, “널 떠나버린 그 대가라고…” 등이 최근에 조회수가 많은 내용들이다.◆ 옛 사랑 만난 주부 가슴앓이 하기도이처럼 아이러브스쿨을 통해 만남이 이뤄지면서 일부에서는 아이러브스쿨에 가입하기 전까지 유지돼온 애정이나 가정이 흔들린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 여성은 ‘낙서장’에 남자친구가 초등학교 첫사랑을 찾아 떠났다는 사연을 남기기도 했다. 옛 사랑을 만난 주부들의 가슴앓이도 들려온다. 이와 관련한 글을 월간지에 썼던 자유기고가는 “30대 전업주부나 직장여성들 사이에 아이러브스쿨을 통해 첫사랑을 찾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처녀시절 자아에 대한 갈증이 옛 이성친구를 찾게 만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