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프리드먼 지음/ 신동욱 옮김/창해/821쪽/2000년/1만3천원

영어의 ‘globalization’을 우리말로 옮기면 ‘세계화’가 되지만, 정확한 번역은 아니다. 적어도 한국에서의 ‘세계화’는 역사적인 맥락 안에서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말인 것이다. 김영삼정부의 구호였던 세계화, IMF경제위기와 동의어로 쓰였던 세계화…. 이런저런 이유로 오용됐다는 점을 감안하고 나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세계화의 실체는 무엇인가. 요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는 주장대로 시장경제와 세계화는 누구도 거스를 수는 없는 대세인가.<렉서스와 올리브나무 designtimesp=20212>는 한 미국 언론인이 바라본 세계화의 실체에 대한 설명이자, 이에 순순히 편입할 것을 재촉하는 선동이다. 토마스 프리드먼은 퓰리처상을 두번이나 받은 <뉴욕 타임즈 designtimesp=20213>의 국제문제 전문 칼럼니스트다. 렉서스는 일본 도요타에서 첨단 기술을 이용해 생산한 고급 자동차의 이름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팔리는 세계화의 상징이다. 반면 지구의 다른 편, 중동 베이루트와 예루살렘에서는 아직도 올리브나무를 놓고 서로 제 것이라며 싸움을 벌인다. 올리브나무는 전통과 지역을 상징한다. 저자는 렉서스 등장의 엄청난 기세뿐 아니라 이에 대한 올리브의 저항을 기술하는데 많은 장을 할애하고 있지만, 여러 사례를 통해 결국 그가 내세우는 주장은 자본주의의 전세계적 승리가 온 세상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를 선사했다는 것이다. 맥도날드가 들어온 나라에는 전쟁이 없다는 ‘골든 아치 이론’ 등이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저자는 ‘미국이 세계화 시대의 주역임은 말할 나위가 없지만 세계 도처에는 이에 대한 저항이 많다. 그래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서로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끝맺는다.그러나 곳곳에서 사례를 주장에 끼워 맞춘 부분이 눈에 띈다. 이를테면, 금융 민주화를 설명하기 위해 ‘이전에는 결코 공개시장에서 거래된 적 없었으나 오늘날에는 당신과 나, 내 숙모 베스가 남미의 채권을 산다’는 사례를 든 경우. 또한 한국에서 97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게 된 것이 경제위기 세계화에 적응하기 위한 국민들의 자위적인 행동이라는 해석도 억지스러운 면이 많다. 진실의 일부일 수는 있어도 전부라 하기는 어려운 것이다.말하자면 저자의 서술 태도에는 은근한 거만함이 배어 있다. 이것은 아마도 냉전 체제가 무너진 후 유일의 강대국으로 부상했으나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거센 변화의 흐름 속에서 불안해하는 이중적인 미국의 위상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큰 논란을 일으켰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designtimesp=20221>에 대한 평가는 극에서 극을 달린다.많은 주류매체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은 반면 미국 시카고에서 발행되는 잡지 <배플러(The baffler) designtimesp=20222>의 편집장 토마스 프랭크는 ‘현경제체계와 점점 강해지는 시장의 힘에 대한 노골적인 찬양’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아무튼 명확한 사실은 세계화는 지금 그 어떤 사상이나 이념보다 힘이 세며, 이 책의 논조는 미국 주류세력의 생각과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