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브스쿨, 9월25일 새벽 4시 현재, 회원수 5백40만명’. ‘1일 평균 회원 가입 6만명’. ‘알렉사닷컴 발표, 사이트 순위 세계 3위, 아시아 순위 1위’.닷컴 기업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의 한결같은 소망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아무에게나 오는게 아니다. 신(神)만이 아는 일이라고 자조섞인 시선도 팽배하다. 물론 회원 숫자가 수익과 함수관계가 있는건 아니다. 그렇지만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는 콘텐츠 중심의 커뮤니티 사이트는 회원수만이 내세울만한 무기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래서 닷컴 기업들은 회원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이런 가운데 사이트 오픈 1년도 채 안된 아이러브스쿨에 대해 경이적이라는 시각을 넘어서 신드롬이라고까지 표현한다. 식당이나 전철에서 아이러브스쿨에서 겪은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그리 생소한 일이 아니다.“글쎄 있잖아, 초등학교 동창한테서 메일이 왔지 뭐니.” “아는 이름이 있길래 초등학교 때 기억을 몽땅 동원해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아직까지 안왔지 뭐야. 잘못 찍었나봐 쩝.”지금 불고 있는 아이러브스쿨 사이트의 열풍에 ‘왜’라는 의문사를 굳이 붙일 필요는 없다. 아이러브스쿨 김영삼 대표(57쪽 사진)는 “1년 내내 동문회와 향우회 모임 벽보로 도배돼 있는 대학 게시판만 보더라도 동창 사이트가 충분히 가능성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아이러브스쿨이 오픈되기 이전에도 포털사이트마다 사람찾는 모임이 있었고 사람찾기 사이트와 학교마다 동창회 홈페이지도 많았다. 그러나 유독 아이러브스쿨만이 뜬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초중고등학교를 한 곳에 모아 놓은 사이트는 아이러브스쿨이 유일했다”는 점도 중요한 사항으로 지적했다.◆ 임대비용 없어 더부살이로 사업 시작김대표가 아이러브스쿨을 개설하기로 맘먹은 것은 KAIST 경영정보공학과 박사과정이던 지난해 초. 당시 그는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의 벤처 동아리인 싸이월드에서 인맥 네트워크 자문 역할을 맡고 있었다. 싸이월드의 인맥 네트워크는 친구의 친구를 연결해 나가는 방식의 인맥 관리 시스템이다. 이 방식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아는 사람을 연결하기 보다 인터넷에서 직접 찾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김대표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선배에게 동창찾기 사이트를 개설해 보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의견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부정적이었다.그럴바에는 차리리 직접 만들어 운영해 보자는 심정으로 뜻을 같이하는 선후배 3명과 개인 홈페이지 만들 듯 가벼운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결정을 하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휴학을 결정했을 때 지도 교수의 질책은 대단했다. 학교라도 졸업하고 창업하라는 지도교수의 권고를 뿌리칠 수밖에 없었다. “지도교수에게는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의욕적으로 시작한 사업이 동아리 활동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사무실 임대 비용이 없어 남의 사무실 한쪽 구석에서 더부살이로 사업을 시작했다. 서버 1대 구입비, 법인등록비, 도메인 등록비 등 3백만원이 초기 운영자금 전부였다. 더부살이 생활은 올해 2월까지 계속됐다. 지금의 사무실에 정착하기까지 다섯 차례나 짐을 쌌다.올 5월에 들어서면서 사이트에 대한 입소문이 퍼졌다. 회원이 급속히 증가했다. 접속자 폭주로 시스템 다운이 수시로 발생했다. 당면과제는 서버 증설인데 자금이 문제였다. 투자 유치를 위해 창투사 포털사이트 엔젤 등 찾아 다니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러나 번번이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김대표는 “지금 생각하면 그들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털어 놓는다. 그럴듯하게 포장된 사업 계획서 하나 없이 의욕만 가지고 찾아온 그를 믿을 곳은 아무데도 없는 것은 당연했다.지금은 소유 기업이 된 금양으로부터 투자는 우연찮게 이루어졌다. 금양의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J&P홀딩스를 통해 처음 1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지분 40%를 넘겼다. 회원이 3백만을 넘어서면서 인수나 투자 제의가 밀려 들었다. 숱한 루머속에 금양에서 추가출자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금양 자회사의 전문 CEO가 된 것이다. 금양의 주가는 이후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아이러브스쿨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별한 마케팅없이 튀는 사업 모델 제시김대표는 “설립자가 반드시 소유자일 필요는 없다”며 “제리양은 야후를 구상하고 만들었지만 그의 소유가 아니다”라며 야후의 예를 상기시켰다. 자신도 그런 모델을 본받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소유가 누구이건 자신이 생각한 비즈니스 모델대로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 야후코리아와 협상이 결렬된 이유중에는 사업 모델에 대해 추구하는 방향의 차이점도 있었다. 돈만 생각했다면 적당한 선에서 협상이 완료됐을 것이라고 덧붙인다.김대표는 아이러브스쿨이 컴퓨터 문외한을 인터넷 세상으로 끌어들이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아이러브스쿨에 가입하고 싶다는 40~50대 계층의 전화 문의가 폭주하면서 이들에게는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법부터 일일이 가르쳐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상담 인원도 10명 이상으로 늘렸다. 사이트에 전화번호를 게재하지 않은 이유도 밀려드는 문의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대표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는 사이트는 인터넷 소외 계층을 인터넷 마인드화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현재 수익은 광고가 전부다. 회원 가운데 유료화를 검토하자는 의견도 많아졌다. 최근 콘텐츠 업체들이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내세우지는 못하고 있다.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김대표는 “초창기 커뮤니티 사이트가 광고를 수익모델로 생각했던 것은 잘못”이라며 “광고는 수입원 중의 하나이지 수익모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익확보 차원에서 단순한 배너광고보다 이벤트 광고도 시도해 볼 계획이다. 회원 5백만명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지만 이 수치가 당장 수익과 직결되는게 아니므로 회원수 확보에만 안주할 수 없다. 회원들이 지속적으로 머물 수 있는 아이템 개발도 시급하다는 질책이 잇따르고 있다.사이트 오픈 1년에 맞춰 대대적인 서버 증설과 사이트 개편 작업도 시작했다. 회원 1천만명 시대에 대비한 것이다. 사이트 개편은 학교 커뮤니티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공익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잡았다. 단점으로 지적됐던 회원간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기 위해 채팅 솔루션을 도입했다. 이번 서버 증설을 통한 개편작업을 계기로 회사 체제도 정비했다.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해 커뮤니티 사이트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기반을 다지고 있다.아이러브스쿨이 특별한 마케팅없이 이만큼 성장한 것은 수익모델을 따지기에 앞서 인터넷 세상에는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