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 월가에서는 고유가, 유로화 가치 약세와 함께 한국 증시가 폭락하는 문제가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한국증시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밝게 보는 시각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 진전여부에 따라서는 대형 호재가 생길 수 있고 정보기술(IT) 업종이 주도하는 시대에서는 인적자원이 우수한 한국이 매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된 근거다.문제는 단기적으로 주가가 왜 폭락하는가 하는 점이다. 여러 가지 원인을 들고 있으나 한국 정부의 태도가 갈수록 불분명해지고 있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 대출사건과 관련해 처리가 명확지 못했던 점을 들어 정부의 도덕적 해이 문제까지 꼬집고 있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그 결과 최대 현안인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표류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국과 같은 개도국에서 실질적인 주체인 정부가 투명하지 못하다면 과연 구조조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다. ‘설령 정부의 추진의지가 강하다 하더라도 레임덕까지 겹친 경제이기주의로 이를 현실화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기업문제와 관련해서는 포드사의 대우차 인수포기보다는 일부 기업의 유동성 문제와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의혹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우려하는 것은 기업 자체적으로도 해결하려는 의지가 약화되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최근 들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투자가관계(IR) 활동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IR활동에 나서는 기관들은 한국경제의 건전한 기초여건(fundamentals)을 들어 투자유치를 권고하고 있지만 정작 외국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현안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에 김영삼 정부가 보여준 입장과 다를게 없다는 시각이다.◆ 금융기관과 기업 IR 활동 의혹 눈초리따라서 최근과 같은 해외시각이 변하지 않는 한 외국인에 의해 좌우되는 한국증시의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증시가 기조적으로 상승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증시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다간 안정은 고사하고 시장구조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지적에 유념해야 한다.이런 점을 감안할 때 현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해외시각을 우호적으로 돌려 놓는 일이다. 여러 가지 과제를 들고 있으나 우선적으로 최근 한국 정부가 보여준 이해하지 못할 일련의 문제에 대해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투명하게 매듭지어야 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권고하고 있다.특히 정책당국자일수록 신중해야 할 것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집권후반기’라는 특수한 상황이 겹침에 따라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투명하게 처리되지 못할 경우 갖가지 추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집권전반기보다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이런 측면에서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최근의 상황이 어렵다 하더라도 구조조정은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 다만 추진방법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보여준 조직과 인력 축소보다는 기업지배구조나 수익성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로는 한계가 있고 시장에 의해 추진돼야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금융기관과 기업들의 IR 활동도 어느 정도 정리될 필요가 있다. 같은 현안이라도 기관별로 달리 얘기한다면 한국경제나 해당기업에 대한 시각이 우호적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렵다. 현시점에서 정부와 금융기관, 기업들이 합동으로 구성된 테스크 포스팀을 구성해 IR 활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터뷰 / 돈손 메릴린치 증권 부사장“중장기적 한국 증시 미래 밝다”최근 뉴욕 출장중에 돈 손(Don Sohn) 메릴린치 증권 부사장을 만나 한국증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손부사장은 한국인으로는 가장 오랫동안 월가에 근무하면서 최고직위까지 오른 인물중의 한 사람이다.▶ 한국 증시의 입장에서 미국 증시가 여전히 중요하다. 앞으로 미국 증시를어떻게 예상하고 있는가.한마디로 ‘낙관적’이다. 여러 가지 이유중에서 미국은 이제 주식민주주의가 실현된 점이 미국 증시의 앞날을 밝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1인=1표’가 아니라 ‘1달러=1표’가 실현된 상황에서 주가 하락은 곧바로 정치적 지지도 하락과 미국 국민들의 재산 감소에 직결된다. 이 때문에 정치권을 포함한 모든 미국 국민들이 증시안정에 노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가지 더 든다면 미국 국민들의 정책이나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가 높은 점도 향후 미국 증시를 밝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증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중장기적으로 보면 한국 증시의 미래는 밝다. 경제기초여건(fundamentals)이 건전하고 최근처럼 IT 산업이 주도하는 시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적 자원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메릴린치가 최근 세계 각국의 투자 매력도를 파악하기 위해 새로 개발한 국제투자등급시스템에 의해 세계 35개국을 대상으로 인정 자원의 우수성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단기적으로 한국 주가가 적정 수준에 크게 밑돌고 있는 점이다. 한국 증시의 침체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주가가 경제 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최근 한국 증시의 모습은 분명히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다. 그만큼 한국 증시내에 불확실성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증시의 불확실성은 고유가와 같은 대외환경과 정책당국의 불투명성, 시장의 본질적인 요인에 기인한 복합적인 성격이 강하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크게 올라가지 못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렇다고 본다면 한국 증시가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가.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일이다. 여러 대책이 있을 수 있으나 개혁과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일이 급선무다. 정책당국이나 정책에 대한 시장신뢰도 시급히 회복해야 한다. 특히 최근 시중은행 대출사건과 관련해 정책당국의 처리과정은 이해가 안간다.정책당국이 우선적으로 투명해야 시장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정책도 사후적인 대책보다는 선제적인 차원에서 나와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대외환경 변화에 대한 완충능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