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 앤아버(Ann Arbor)에 사는 한 유학생에게 미국 생활이 어떠냐고 물어보자 이렇게 대답한다. “미국은 재미없는 천국이고,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입니다.” 미국은 안정되고 많은 것이 순리대로 진행돼 좋긴 하지만 특별한 사건이나 이벤트가 없어 지루하고, 한국은 온갖 잡일과 말도 안되는 일로 항상 시끄럽지만 재미는 있다는 얘기다. 그 얘기를 들으며 공감을 했다. 이렇게 다양하고 재미있는 드라마를 리얼타임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절찬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고관부인의 옷 파동’도 사람들의 짐작대로 끝이 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사건들도 아마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 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이런 부정부패 사건을 워낙 많이 보아 왔기 때문에 모든 국민들은 당사자들이 아무리 부인해도 모든 스토리를 꿰뚫는 혜안을 갖게 됐다. 왜 저런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중간과정은 어떨 것인지, 결말은 어떻게 날 것인지 다 짐작하고 있는 것이다.어리석은 정치인, 부패한 공무원, 정치가와 기업인의 유착, 잘못된 제도와 이러한 것을 전혀 개선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유지함으로써 발생되는 수많은 현상에 관한 이야기는 아침 저녁 뉴스를 통해 하루에 수 십건이 매일 중계되고 있다. 그 똑똑하고 잘난 한국인이 왜 저 지겨운 메뉴를 몇 십년째 계속하고 있을까. 좋은 얘기도 자꾸 들으면 지겨운데 저 지긋지긋한 얘기를 저렇게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치고는 싶은데 못 고치는 것일까, 아니면 고치고 싶지 않은 것일까. 그도 저도 아니면 잘못된 제도를 유지함으로써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사업을 즐기는 것일까?….겉으로 드러나건 그렇지 않건, 이런저런 부정한 거래가 많이 이루어졌고 현재도 벌어지고 있으며 특별한 조치가 없다면 앞으로도 재현될 거란 것을 우리는 장담한다. YS가 칼국수를 먹으며 자신은 한푼도 안받는다고 얘기할 때도 우리는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을 품었고 시간이 지난 후 역시 내가 맞았어 하며 우리들의 총명함을 자랑스러워했다. 고액과외 사건 관련자를 처벌한다고 할 때도, 병역비리 사건으로 나라가 시끄러울 때도 그것이 깨끗하게 해결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우리나라는 이미 오래 전에 부패에 관한 한 인적으로 제도적으로 굳건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규제철폐의 위기가 있었지만 슬기롭게 이를 극복했다. 오히려 그런 과정을 통해 부패의 영역을 넓히고, 부패인구를 늘리고, 생산성을 높이고, 자생력을 키웠고 마침내 세계에서 제일가는 부패공화국으로 나라의 위치를 끌어 올렸다. 장관 몇 사람 바꾼다고, 몇 사람 잡아넣는다고 무너질 인프라가 아니다. 제도 몇개 개선한다고 나아질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부패를 척결하라고 아무리 목이 쉬게 외쳐도 아무 소용이 없다. 아니 외치는 대통령 입만 아플 뿐이다. 그 바로 밑에는 “너는 떠들어라, 나는 이 기회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라고 생각하는 엄청난 병력이 부지런히 자신과 자신의 가족과 친지와 부족(部族)을 위해 일하고 있을 것이므로.프랑스의 대정치가 클레망소에게 기자가 질문을 했다. 여태까지 본 정치가중 누가 가장 최악입니까? 그는 아직 못 찾았다고 대답했다. 의아해진 기자가 왜냐고 물어보자 그는 분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저 사람이 최악이다 싶으면 그 순간 꼭 더 나쁜 사람이 나타나더군요”. 어쩌면 우리 현실과 그렇게 같은지. 그래서 역사는 반복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