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공·흠집내기 등 선두업체 발목잡기 난타전 … 외국선 유머로 포장 감정비화 방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게 ‘보통사람’들의 일반적인 정서다. 그런데 비즈니스 세계에서 경쟁업체가 훨씬 높은 시장점유율로 앞서 나가고 있다면 배가 아픈 상태를 넘어 어떻게든 끌어내리고 싶은게 당연한 반응일 게다. 그래서 보다 나은 품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밤을 세워 연구하고, 또 경쟁업체 고객을 우리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마케팅 및 광고에서 혈투를 벌이기도 한다.이런 혈투과정에서 가장 널리 애용되고 있는 것이 비교 및 비방광고다. 특히 시장점유율이 낮은 2위, 또는 3위 업체가 1위 업체를 물고 늘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또 이런 성격의 광고들은 비교하고 싶은 해당업체를 직접 지칭하기보다는 상징적인 이름이나 기호로 은근슬쩍 해당업체를 끌어내리는 대신 자기 회사(제품)를 부각시키는 방법을 쓴다. 때로는 1위 업체를 선망 또는 시샘하는 차원에서 1위 업체를 직접 거론하기도 한다.지금 업계에서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경쟁업체 비교 및 비방광고로 꼽히고 있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 컴팩코리아, 인텔코리아 등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반대진영(안티썬)의 ‘3자 동맹’이 펼치는 ‘썬다운(Sun Down)’ 또는 ‘썬번(Sun Burn)’ 작전이다.◆ 컴퓨터 서버시장 ‘안티썬’ 전쟁 볼만현재 썬이 차지하고 있는 유닉스서버 세계시장 점유율은 43% 정도. 한국시장 점유율도 비슷한 수준으로 썬이 세계 중대형 컴퓨터 서버시장을 거의 독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유닉스 서버시장에서 3위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컴팩이나 NT서버로 기업시장을 개척해야 할 마이크로소프트로선 ‘썬 타도’가 최우선적인 과제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선 특히 썬의 스콧 맥닐리 회장이 공공연히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을 비난하는 등 반마이크로소프트의 선봉대로 나서는 것에 대해 ‘악감’을 품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이런 배경에서 우선 이들 3자 동맹이 썬(Sun)의 유닉스 서버시장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펼치고 있는 ‘썬다운’ 광고전략을 보자. 마이크로소프트와 컴팩의 주도로 지난 9월부터 일부 IT전문지에 게재된 1차 광고는 ‘그들의 시대는 갔습니다’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태양이 지고 있는 황량한 사막에 뼈로 만든 ‘UNIX’란 글자가 놓여 있다. 그리고 “유닉스에도 전성기는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때를 20세기로 기억합니다”라는 부연설명 카피가 붙어 있다.2차, 3차 광고는 좀더 노골적이다. ‘Unix 다운!’이라는 제목으로 다운된 권투선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권투선수의 몸에는 썬을 상징하는 태양문신이 그려져 있다. 태양그림이 새겨진 셔츠를 입은 역도선수가 무거운 역기를 들지 못해 낑낑거리고 있는 그림(3차)과 함께 ‘넌 안돼!’를 외치기도 한다.이들이 광고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썬의 주력제품인 유닉스 서버는 이제 한물 갔으니 이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제품(NT서버)을 쓰라는 것이다. 광고에는 어김없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컴팩상호가 나란히 붙어있다. 또 ‘썬을 넘어서(www.beyondsun.com)’라는 웹사이트를 공동으로 운영하며 썬 타도를 공식화하고 있다.이들 3사의 집요한 광고작전에 대한 썬의 입장은 일단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썬 마케팅팀 최영준 차장은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한다. 썬은 그러나 이들의 3차 광고가 나온 뒤 태양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들의 그림과 함께 ‘세상은 Sun을 중심으로 돌고 있습니다’라는 문구의 광고로 썬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있다.이 광고가 나온 뒤 반썬 진영의 광고(4차)는 보다 자극적이고 직접적으로 변했다. 이글거리는 태양 앞에 ‘삭제’를 클릭하는 그림이 있고, “Sun이 사라진다고 .com(닷컴)의 점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라는 카피와 ‘닷컴의 더 많은 점들이 윈도우즈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라는 부연설명이 붙어 있다.◆ 야후 아성에 딴죽 건 엠파스 광고 덕 톡톡히무명의 검색엔진에서 1위 업체인 야후를 걸고 넘어지는 비교광고로 일약 스타덤으로 오른 업체가 ‘엠파스(www.empas.com)’다. 지난해 10월에 선보인 엠파스는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첫작전으로 “야후에서 못찾으면 엠파스”라는 슬로건의 지하철 광고작전을 폈다. 야후를 통해 검색엔진임을 주지시키면서, 문장형식(자연어처리방식)으로 검색하는 자사의 특징이 야후보다 나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전략으로 단기간에 시장진입에 성공했다. 서비스 시작 3개월만에 1백만 페이지뷰, 지난 5월에는 검색서비스만으로 5백만 페이지뷰를 돌파했던 것이다. 엠파스 관계자도 “기대이상의 효과였다”고 시인했다.초창기 비교적 느긋해하던 야후도 이즈음 “야후와의 비교광고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경고장을 보내기에 이르렀고, 이에 엠파스는 소용돌이 무늬(눈) 및 물음표 지팡이를 든 토끼이미지의 지하철 광고를 교체하는 식으로 야후의 경고를 수용하는 답변을 보냈다. 이후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엠파스가 7월부터 한국생산성본부와 미국미시간대학이 공동실시한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결과중 검색엔진 부문의 결과를 토대로 “엠파스 1위, 야후 6위”라는 광고를 실으면서 사태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야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엠파스의 비교광고를 허위·과장광고로 제소했던 것이다. 현재 이 사건은 공정위가 네티즌의 의견을 물어 판단하겠다는 쪽으로 보류돼 있는 상태지만 비교광고의 수위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같은 비교광고 현상에 대해 제일기획 김홍탁 차장(카피라이터, 광고평론가)은 “비교광고는 1위를 넘보는 2, 3위 업체 입장에서 매력적인 광고기법일 수는 있지만, 자칫 상대방 업체의 심기를 건드려 감정싸움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외국의 경우 비교광고에 유머를 삽입, 상대방 업체조차 웃어넘길 수 있게 만드는 기법이 발달해 있으나, 국내에선 진정한 비교광고보다 경쟁업체 이름을 교묘하게 이용한 비방광고가 우세한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