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써니 샘슨 지음/ 김희정 옮김/ 책갈피/ 408쪽/ 2000년/ 1만원

다시 석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973년의 오일쇼크가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더해지는 요즘이다. 우리나라는 석유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 탓에 가격이나 수급 등에 대해 아무런 통제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처분만 기다리는’ 처지다. <석유를 지배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designtimesp=20254>는 한번쯤이라도 이를 답답하게 생각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한 책.저자의 관심은 엑손·걸프·텍사코·모빌·소칼·쉘·BP 등 일곱 개의 다국적 메이저 석유사들이 어떻게 전세계 석유 산업을 지배하게 되었는가에 집중돼 있다. 그는 지금까지의 석유 산업 역사를 살펴보는 작업을 통해 석유회사와 산유국이라는 두 개의 카르텔이 석유라는 국제적 자본을 좌지우지 해 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현재의 석유 통제 방법은 최악의 것이며, 전세계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자본인 석유를 어떤 국제기관의 손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오일쇼크도 두 카르텔 간의 대립에서 기인했다.“이 책은 석유의 정치적 결말에 관한 것이며 석유의 경제적 바탕이나 기술적 진보에 관한 것은 아니다. 나는 문제를 기본적인 정치 문제로 단순화시킨데 대해서 사과하지 않는다”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석유를 둘러싼 정치적 역학관계를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분석한 보고서다. 1980년에 미국에서 처음 나왔고,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지배력을 넓혀간 시기인 60년대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시대에 뒤처진 내용도 없지 않다. 그러나 샘슨의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상황이 30년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