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못내거나 빚 갚을 능력이 없는 부실기업들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 이달중으로 주채권은행의 종합검진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그동안 은행들은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질까봐 부실기업 정리에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부실기업을 감춘 사실이 적발되면 해당 은행장을 경질하겠다고 선언할 만큼 정부의지는 강력하다.판정대상 기업은 총여신이 5백억원 이상인 6백70여개 대기업중 미래상환능력을 감안한 신용등급(FLC기준)이 ‘요주의’ 이하이거나 최근 3년간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약 2백개 업체다. 여기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중인 44개 기업도 포함된다. 법정관리·화의업체 70여곳은 법원에 의해 정리절차를 진행중이므로 제외됐다.부실판정기준인 ‘요주의’ 등급은 차입금 이자를 1~3개월 연체하고 앞으로 원리금을 갚을 능력이 의심스러운 업체를 의미한다. 또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수치. 이자보상배율이 1배를 넘으면 이자를 내고도 이익이 남는 정상기업이고 1배 미만은 이자를 다 감당못하는 기업이며 마이너스인 경우엔 영업부문에서 적자를 낸 기업이다.부실판정은 물론 은행의 몫이다. 각 은행이 만드는 부실기업 평가기준에는 △산업위험(3년간 업종전망 등) △영업위험(시장내 지위, 점유율 등) △경영위험(지배구조, CEO 자질 등) △재무위험(부채구조, 부채비율 등) △현금흐름(유동자산비율 등)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다. 주채권은행은 이런 기준으로 거래기업의 신용위험을 점검한 뒤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자체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이달말까지 부실판정을 내리게 된다.11월부턴 부실징후기업 가운데 정상영업이 가능한 기업과 유동성 문제가 일시적인 기업에만 은행이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구조적인 유동성 문제를 안고 있는 ‘진짜 부실기업’으로 회생가능성이 없으면 법정관리 청산 매각 등의 퇴출절차를 밟게 된다. 채권은행들이 대출금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을 해줄 경우 기존 대주주의 지분은 감자(주식소각)되므로 사실상 경영권이 박탈된다.은행권에선 2백개 안팎의 판정대상 기업가운데 10%선인 20개 안팎의 기업이 퇴출대상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여기엔 채권단이 계속 끌고가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워크아웃업체 5~6곳도 들어있어 실제 추가로 부실판정을 받을 대기업은 10~15개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 “4대 기업도 예외없다”정기홍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이와 관련, “이번 부실판정으로 퇴출될 기업보다는 살릴 기업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해 퇴출보다는 회생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그럼에도 재계의 관심은 단연 어떤 기업이 퇴출될 것인가로 모아진다. 현대 LG 등 4대그룹의 계열사 2~3곳도 판정대상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배 미만인 상장기업이 79개에 이른다.최종판정까진 걸림돌도 적지 않다. 은행들이 수치화 할 수 없는 산업·경영위험 등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퇴출기업 숫자가 달라질 수 있다. 또 은행과 2금융권의 이해관계가 크게 달라 채권단이 자금지원이나 퇴출을 쉽게 합의할 지도 미지수다.부실기업의 옥석가리기에 대해 금융시장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시체나 마찬가지인 ‘강시’기업들을 솎아내지 않고는 금융불안을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