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가진'자가 아니라 '운영'하는자가 권력을 가진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제 3의 물결 designtimesp=20280>이라는 책에서 ‘지식이 권력이 되는 사회가 도래한다’고 예견한 것이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정보 혁명은 이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학생들은 ‘권력’이 되는 ‘지식’을 찾기 위해 도서관을 뒤졌다. 요즘 대학생들은 도서관보다는 인터넷 사이트를 먼저 탐색한다. 어디 대학생들 뿐일까. 이제 ‘디지털화되지 않은 정보는 정보가 아닌’상황이 벌어지면서 정보를 수집, 운영, 관리하는 일이 관심사가 되고 있다.50년대 출판계를 풍미했던 선친의 가업(신구출판사)을 이어받은 이사영 사장(41)의 고민 역시 이런 환경 변화에서 시작됐다. 과거 출판사는 우리나라 지식의 집결지 노릇을 했다. 이사장은 잠시 사회 경험을 쌓다가 출판사 운영에 뛰어들었지만, 온라인 혁명으로 인해 출판사의 역할도 달리해야 했다.그는 ‘정보 관리’에 생각이 미쳤다. “정보화라는 단어가 남용되고 있지만 실상을 한 번 돌아보십시오. 지금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정보는 얼마나 빈곤합니까.” 또한 정보의 양도 이제는 문제가 된다. “체계가 없는 정보가 넘치고 있어 정보가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이 재앙이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식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로 변신을 시도하게 됐고, 95년 ECO를 설립했다.현재 ECO가 주력하고 있는 사업 분야는 디지털 라이브러리(DL) 솔루션 개발과 보급이다. 특히 국가지식정보의 근간이 된다고 판단한 도서관 정보화 사업에 주목했다. 처음 맡게 된 굵직한 프로젝트는 국립중앙도서관 정보화 사업. 98년 국립중앙도서관과 공동으로 공공도서관 표준자료관리 시스템(KOLAS II) 개발에 착수했다. 3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완성, 이제 시스템 구축과 보급 단계에 이르고 있다.당시 LG EDS시스템 등 대형 SI 업체도 프로젝트 수주에 참여했다가 개발에 대한 초기 투자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물러났었다. 그러나 이사장은 계속 밀고 나갔다. “이 사업 자체로 돈을 벌겠다는 목적보다는 노하우를 쌓기 위한 프로젝트였다”고 그는 설명한다.“도서관이야말로 과거에 고급 정보가 집중되던 곳이었고, 따라서 지식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서 수백년간 축적된 노하우가 있습니다. 도서관 정보화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이 노하우를 배울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사용하는 방식은 세계적으로 표준화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점입니다.”이사장은 디지털 라이브러리 운영 시스템이 결국은 정보 관리 시스템이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곧 정보 사회화가 진행되는 한 고객이 무한하다는 의미다. 그가 중앙도서관 디지털 라이브러리 시스템에 과감히 투자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중앙도서관 시스템을 기반으로 ECO가 구축한 국회 전자 도서관, 산업기술정보원의 국가산업기술정보유통 시스템, 국방과학연구소의 민군겸용기술정보기반 시스템 등이 응용 사례입니다.” 이사장은 지식을 ‘가진’ 자가 아니라 ‘운영’하는 자가 권력을 가진다는 패러다임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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