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통업체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가격할인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격심하다. ‘최고 품질의 상품을 최저 가격에 공급한다’는 명제를 놓고 벌이는 가격전쟁에서 과연 누가 최후의 승리자가 될까.미국에서의 ‘최후 승자’는 월마트나 K마트 같은 대형 할인점도 아니고 프라이스클럽 등 회원제 도매클럽도 아니다. 점포 안에 상품 대신 카탈로그를 진열해 놓고 주문 판매하는 회원제 소매업인 ‘소비자구매클럽(Consumer Buying Club)’이 영예를 차지했다.소비자 구매클럽의 원조는 미국 인디애나주 메릴빌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나이티드 컨슈머즈클럽(United Consumer’s Club)’. 이 회사는 유통업자를 배제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최고 품질의 상품을 최저 가격에 판매한다는 기업 이념을 실현하고 있다. 현재 미국, 캐나다 등에 90개의 점포를 운영하면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이 회사가 내세우는 최대 강점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내셔널 브랜드 제품을 일반 소매가격의 50% 이하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것이다. 중간 이윤을 없애고 회원들이 내는 회비만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체가 제시하는 공장 출고가격이 바로 소매가격이다. 다시 말해서 이 클럽에 가입한 회원들은 제조업자로부터 직접 물건을 사는 것과 다름없게 되는 것이다.회원제의 형태와 기간은 다양하지만, 2백달러의 회비를 내는 10년 기간 회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체 회원수는 55만명을 육박한다. 이처럼 방대한 회원조직에 바탕을 둔 엄청난 구매력으로 출고가격까지 낮출 수 있었다. 물론 할인된 부분은 회원들에게 돌아간다.취급품목은 가구 의류 가전제품 보석류 스포츠용품 사무용품 등 수천 종에 이른다. 이들 제품은 7백여개 제조업체로부터 공급받는다. 대부분이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기업인데, 기업들도 공장도 가격 혹은 그 이하로 가격이 결정되더라도 판매량을 보장받음으로써 도리어 이익을 보고 있다.컨슈머즈클럽의 점포에는 상품이 하나도 없다. 도서관 잡지 열람실 같은 분위기를 연상하면 된다. 진열대 위에는 업체의 카탈로그가 전시되어 있고, 고객들은 점포 중앙에 놓여 있는 탁자에 앉아서 카탈로그를 열람한다.◆ 상품 대신 품목별 카탈로그 진열 주문판매카탈로그에서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찾으면 물품번호 등을 기록해 주문신청하고 회사는 공장이나 물류센터에 보관하고 있는 상품을 손님이 원하는 장소까지 배달해준다. 상품이 도착하면 상태를 확인하고 대금을 지불하면 거래가 끝난다. 또 ‘UCC Total Home’이라는 인터넷사이트를 통해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구매량에서 최소한이나 최대한의 제한은 없다. 주문한 제품을 재판매하지 않겠다는 것만 확인하면 된다.고객들은 이 회사가 물가상승을 막는 최후의 보루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회원들은 쇼핑의 즐거움과 함께 연평균 2백∼2백50달러를 절약하는 이익을 누리고 있다.이처럼 소비자 구매클럽의 성공비결은 운영업자, 고객, 제조업체에 모두 이익을 안겨주는 유통구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앞으로도 실용주의에 기초한 합리적 소비경향이 심화될 것으로 보여 이들 3자간의 결속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02)501-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