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에서 미국에 새까맣게 뒤져 있는 일본이지만 일본인들이 미국을 겁내지 않는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무선 인터넷이다.휴대전화를 이용한 무선 인터넷 서비스는 일본 정보통신업체들의 첨단 하이테크와 일본인들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꼼꼼한 장인기질을 바탕으로 눈부신 발전 속도를 뽐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테크노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i모드’로 대표되는 무선 인터넷이 정보통신 전쟁의 패권을 미국으로부터 빼앗아 올 비밀병기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하지만 알맹이, 즉 가입자들이 휴대전화로 건져 올릴 수 있는 콘텐츠의 내용이 부실하다면 무선 인터넷의 장래는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사이버드(Cybird·www.cybird.co.jp)’의 호리 카즈토모사장(堀 主知, 34)은 일본의 무선인터넷 문화를 꽃피울 최고의 기대주로 각광받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65년 미국 워싱턴에서 출생한 호리사장은 간사이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런던대학에서 마케팅을 공부했다. 학생시절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귀국 후 가업인 호텔업을 돕다 98년9월 친구들과 함께 사이버드를 설립했다. 사이버드라는 이름은 ‘사이버 세계를 새처럼 날아 다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대다수 인터넷 벤처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세상이 알아 주지 못해 초기에 고생을 하듯이 호리 사장도 첫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휴대전화의 엄청난 시장성에 주목한 호리 사장이 이동통신업체들에 콘텐츠 제공 아이디어를 설명했지만 경청해 주는 곳은 많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준 곳은 J-PHONE의 담당자 한 사람이었다. J-PHONE의 협력을 얻어냈지만 호리 사장의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자금과 인재 때문이었다. 이때 나타난 사람이 호리 사장이 학생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나다 테츠야씨였다. 사이버드의 사업은 오무론의 지원과 함께 사나다 테츠야씨 등 친구들이 브레인으로 가세하면서 본궤도에 진입했다.사이버드는 현재 NTT도코모에 18개를 비롯, 모두 55개의 사이트를 이동통신회사들에 제공하고 있다. 이중 서퍼에게 파도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파도전설’이나 ‘e-메일로 친구를 만드는 만남채널@AJA’등은 일본 청소년과 젊은 가입자들에게 절대적 인기를 얻고 있다.올 2월부터는 게임 및 CD판매업체인 메이쿄사와 손잡고 아이모드로 게임 소프트웨어를 예약,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시작했다.호리 사장은 휴대폰 시장의 팽창에 따라 무선 인터넷이 앞으로 정보통신 혁명을 리드할 최강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또 전세계가 무선 인터넷의 무대가 될 것이라며 지구촌 곳곳이 사이버드의 잠재 시장이나 마찬가지라고 믿고 있다.지난 9월 한국에 자본금 10억원의 합작회사 ‘사이버드 코리아’를 설립한 그는 “아시아에서 한국이 가장 성숙된 정보통신 시장이라 자신이 먼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사이버드는 현재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이용자를 예측할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보다 데이터베이스적 내용의 것에 더 비중을 둔다는 계획이다.무선 인터넷의 선구자가 되겠다는 그는 굳은 신념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사업 성공의 첫 요건으로 꼽고 있다. 취미는 스포츠. 못하는 종목이 없는 만능 스포츠맨이지만 수영과 검도를 특히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