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설비의 자동화가 폭넓게 이뤄질수록 사람의 손질이 줄어들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즉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란 그같은 기계화 자동화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지칭하는 말로 19세기 초 영국의 산업혁명 과정에서 나타난 기계파괴 운동을 말한다.러다이트란 명칭은 당시 이 운동을 주도했던 N.러드라는 인물의 이름을 딴 것이지만 러드라는 인물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이 운동을 전개한 비밀조직에서 만들어 낸 가공의 인물이었다고 한다.이 운동은 비밀결사의 형식을 취하여 가입자로 하여금 조직에 대한 충성을 선서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야간에는 얼굴에 복면을 하고 무장훈련과 파괴활동을 자행했기 때문에 치안당국에서 조차 그 실체 파악이 어려웠었다는 것이다.처음에는 노팅엄의 직물공장에서 시작하여 랭커셔 요크셔 등 북부의 여러 주로 확대되어갔다. 즉 기계에 의한 상품의 대량 염가생산이 수공업적 숙련노동을 압박하여 임금을 인하하게 한데 원인이 있었다. 이 운동은 산업자본가와 정부에 공포를 불러일으켜 무력을 수반한 가혹한 탄압이 강행되어 일단 진압은 되었으나 불황이 불어닥치면서 재연되기도 했다.그러나 경기호전과 함께 이 운동은 소강국면으로 접어들고 그 이후로는 의회 개혁운동으로 그 방향이 전환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신러다이트족(族)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기술을 외면하고 차라리 컴맹과 넷맹으로 살겠다는 젊은이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디지털 혁명은 산업혁명 때와 마찬가지로 고용구조 변화로 인한 마찰적 실업을 발생시키는 것은 물론 IT산업과 그 밖의 직종간의 소득격차 유발, 기존 가치관과의 괴리 등 적지않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얼마전 세계노동기구(ILO)와 세계보건기구(WHO)는 디지털 혁명 등 신기술의 발전과 세계화의 충격이 지구촌 근로자들을 정신질환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내용의 공동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 영국 독일 핀란드 폴란드 등 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 작성한 <작업장에서의 정신건강 보고서 designtimesp=20333>에서 신기술 도입으로 인한 작업환경 변화로 세계 각국의 근로자들이 우울증, 정서불안, 신경쇠약에 빠지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앞으로 그와 같은 고통이 더욱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은 바 있어 주목을 끈다.디지털 혁명에 반대하는 신러다이트운동은 아직 어느 나라에서도 전국적인 규모의 조직으로 발전하거나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되는 것은 없다. 컴퓨터와 휴대전화 사용거부 등이 고작이다.특히 IT혁명이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일시적 변화가 아닌 구조적 변화로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역사에서 도태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물결이란 점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어서 움트고 있는 신러다이트운동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문제는 러다이트 운동이 단기간에 큰 호응을 얻었던 배경은 경제사정의 악화였음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산업혁명 당시 영국은 나폴레옹전쟁의 영향으로 경제불황에 빠져 고용감소와 실업자가 증가하고, 임금체불 등이 성행하는 상태였다. 여기에 물가는 나날이 올라 노동자들은 실업과 생활고를 겪게 되었고, 그 원인을 기계의 탓으로 돌리고 기계파괴운동에 동참했던 것이다. 경제가 불안하면 사람들의 마음도 황폐해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