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3세 기업인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에 대해서는 한국에서도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그러나 21세기 일본 재계를 이끌어 나갈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손사장에게 일본 인터넷 벤처의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는 친동생이 있다는 것을 아는 한국인들은 드물다.“형이 워낙 유명한 인사라서 상대적으로 손해보는 일은 없지만 그렇다고 신세지는 것도 없습니다. 나는 나대로의 길을 갈 뿐이지요.”인디고(Indigo: www.indigo.co.jp)의 손 타이조(한국명 손태장·28)사장은 자신이 좋아서 시작한 인터넷 사업이니 어디까지나 자신의 책임으로 미래를 개척할 뿐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도쿄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손 타이조 사장이 밝힌 대로 인디고는 소프트뱅크와 아무런 자금이나 원조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하지만 타이조 사장은 돈 이상의 가치를 지닌 사업 기회와 금쪽같은 아이디어를 형에게서 도움받았다. 그가 인터넷 세계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게 된 것은 대학 3학년생 때인 지난 96년1월. 손정의 사장 집에서 식사를 하던 중 ‘야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손정의 사장으로부터 야후가 일본에서도 서비스를 하게 됐다는 말을 듣자마자 바짝 흥미를 느낀 그는 다음날 일본을 방문한 제리 양을 만났다. 그리고 세상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음(패러다임 시프트)을 실감하면서 자신도 제리 양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야후 재팬의 개발 리더를 맡은 그는 96년2월 회사설립, 4월 서비스 개시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내면서 벤처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인디고는 창업 이래 인터넷과 관련한 시스템 통합, 소프트웨어 개발, 콘텐츠개발 등을 취급해 왔으나 최근 업무 내용이 다소 바뀌었다. 컨설팅업체를 통해 웹사이트 구축을 지원하고 시스템통합 기능으로 적절한 시스템을 개발하며 자금조달 등 인큐베이션을 실시하는 방식의 토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인디고라는 회사 이름은 영어로 남색(藍色)을 말한다. ‘남’은 일본에서 물을 들일 때 사용하는 전통적 염료중 하나다. 인도가 원산지이며 실크로드를 따라 일본과 유럽에 전파된 이 남을 회사명으로 사용한 것은 ‘국경없는 인터넷을 통해 인디고처럼 전세계에 퍼져 나간다’는 뜻을 알리기 위함이다.타이조 사장은 상호 정보 공유의 틀을 제공하는 것이 인터넷의 최대 매력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일대일의 한계를 넘어 일대 다(多), 다대 일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무한대로 확장시킨데서 인터넷의 최대 장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타이조 사장은 일본의 인터넷 벤처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 영 CEO들과도 밀접한 친교를 맺고 있다. 옐넷의 혼마 사장, 넷이어의 고이토 다케시 사장, 비트밸리 이마쓰야마 타이가 이사 등이 그와 머리를 맞대고 일본 벤처산업의 내일을 의논하는 인물들이다. 그는 IT(정보기술)산업의 부흥을 위해 총력을 쏟는 일본 정부의 안타까움은 이해하지만 언어의 국제화라는 면에서 일본어가 안고 있는 한계가 문제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도전정신 그리고 열정 등에서 볼 때 한국의 인터넷 벤처기업들로부터 배울 점이 적지 않습니다.”한국 벤처들과의 전략적 제휴 등 협의를 다각도로 진행중인 타이조 사장은 한·일 양국 벤처인들이 사업 시작 초기부터 두 나라를 한데 묶은 시장으로 생각하는 글로벌 시각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촌평했다. 지난 8월 총각 신세를 면한 그는 ‘일하는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즐겁다’고 서슴없이 말할 만큼 밝고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약 1시간 동안에도 다른 기업인들과 달리 타이조 사장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