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부사장이 됐다면 샐러리맨으로서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두 사람이 한회사에서 동시에 그 자리에 올랐다면 직장인들의 퇴근길 술자리에 화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리젠트화재의 이윤종(39·사진 오른쪽) 방승호(38)부사장이 바로 그런 인물들이다. 이들은 회사 리엔지니어링 작업을 완수하고 새로운 경영 틀을 짜는 등 손해보험시장에서 새바람을 일으키겠다고 의욕에 가득 차 있다.이윤종 부사장은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고합뉴욕생명 기획실장, 고합경영개선본부 재무회계 담당이사 등을 지낸 재무전문가다. 11월 리젠트화재의 지주회사인 KOL에 의해 CFO(Chief Financial Officer)로 영입됐다.이 부사장은 젊은 나이에 무거운 직책을 맡게 된 이유를 스스로 이렇게 분석했다. “97년부터 고합그룹의 독일투자회사인 BASF 마그네틱 GmbH에서 CFO로 일했는데, 한국인으로 드물게 외국 회사의 재무책임을 맡았던 것이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방승호 부사장은 13세 때 호주로 이민을 가 호주 로열보험, 스위스보험, CIC보험 그리고 HIH 등 손해보험사에서만 두루 근무한 정통 보험맨. 99년 HIH보험 한국사무소로 발령이 나면서 귀국했다가 눌러앉게 됐다. 호주 HIH보험 한국 사무소 근무시절, 리젠트 화재의 경영컨설팅을 맡은 것이 인연이 돼 COO(Chief Operating Officer)로 영입됐다.출신과 경력은 다르지만, 이들은 “규모가 아니라 수익성을 중시하는 경영, 합리적인 경영”을 실현해 보겠다고 입을 모았다. 리젠트가 인수한 해동화재는 손해보험 업계에서 가장 시장점유율이 낮은 소형 회사였다. “작은 회사가 성공하려면, 다른 손해보험사와 똑같아서는 승산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달라야 한다”고 이들은 생각한다.현재 방부사장은 자동차 사고율이 높은 불량물건을 털어내고, 우량물건 중심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회사의 규모는 더 줄어들 수도 있지만 수익성은 제고된다. 그는 “보험료가 완전 자유화되면 우량물건과 불량물건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회사가 경쟁력있는 회사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이부사장은 “현재 한국 보험시장은 규모에 치중, 무조건 영업실적만 내려고 경쟁하다보니 대단히 고비용 구조”라면서 “이것을 합리적으로 고치는 것이 우선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이들에게는 나이 많은 아랫사람이 많지만 특별한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처음에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인식을 이분들과 공유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화를 통해 많은 문제를 해결했고 이제 폭넓게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리젠트화재는 올해초 인터넷으로 자동차 보험을 판매하면서 가격을 낮춰 업계에 파문을 일으켰다.“온라인으로 본사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보험을 판매하면 설계사나 대리점에 지급하는 모집수당이 나가지 않습니다. 때문에 그만큼을 반영해 보험료를 낮춘 것 뿐입니다. 그게 파란이었다면 앞으로 그보다 더한 파란을 계속 일으켜 나갈 계획입니다.” 이부사장의 자신있는 말투에서 리젠트화재의 공세적인 마케팅이 앞으로 계속될 것임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