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오렌지 주스가 사라지고 있다
일본 음료 업체들이 잇달아 오렌지 주스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오렌지 과즙 부족 현상으로 원액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조치다. 일본은 현재 유통되는 과즙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5일 일본 모리나가 유업은 오는 6월 1일부터 오렌지 주스 상품 ‘선키스트 100% 오렌지(200mL)’ 제품 가격을 120엔에서 130엔으로 인상하고, 과즙 원료가 소진되는 대로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모리나가 유업은 "오렌지 과즙의 생산이 감소한 데다, 포장재료와 물류비까지 올라 오렌지 주스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앞서 유키지루시메구밀크도 ‘돌 오렌지 100%’ 1,000mL 와 450mL 제품 판매를 지난해 4월부터 중단했다. 아사히음료 역시 ‘바야리스 오렌지(1,500mL)’의 판매를 지난해 12월 1일부터 중단했다.

오렌지 주스 감소 및 원액 가격 폭등은 오렌지 재배지의 흉작에서 비롯됐다. 세계 최대 오렌지 생산지인 브라질과 미국 플로리다주가 폭우, 한파, 질병 확산 등으로 오렌지 작황 부진을 겪게 되면서 연간 오렌지 수확량이 감소하게 된 것이다.

또 여기에 엔화 약세도 큰 영향을 미쳤다. 가뜩이나 오렌지 과즙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에 달러 대비 엔화 가치까지 하락하면서, 일본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수입 비용이 많이 늘어나게 됐다.

지난 3월 일본 무역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 오렌지 주스 가격은 지난해 동기 대비 6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년 전 대비 5배 증가한 수치다.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오렌지 주스를 일본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이지만 이 방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본의 산악 지형으로 인해 농경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일본의 감귤 재배는 주로 미칸이라고 불리는 귤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칸을 이용한 오렌지 주스 대체품을 만드는 움직임도 보인다. 일본 전국농업혐동조합연합회(JA전농)의 자회사 협동유업은 14년 전 생산 중단했던 미칸 주스를 지난달부터 재판매하고 있다.

한편, 전 세계 오렌지 주스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오렌지 주스 원액 선물 가격은 2022년 5월 기준 파운드당 1.77 달러였다.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사상 처음 3달러를 넘어섰다. 올해도 평균 3달러 중후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관련 업계도 "지난 1년간 원액 가격이 계속 상승한 영향으로, 오렌지 주스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 탓에 오렌지 과즙 함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슈링크플레이션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롯데칠성음료는 델몬트 오렌지 주스의 과즙 함량을 100%에서 80%로 낮춘 바 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