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혼란 우려해 부실기업 계속 끼고 살면 증시 상황만 더 악화

거의 3개월이 가깝도록 종합주가지수는 500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은 주가지수 500선은 바닥권이며, 대부분의 악재가 다 반영돼 더 이상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한다.정말 지금의 주가수준이 예상가능한 모든 악재, 내년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다 반영한 것인가.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이 500선의 주가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주식가격의 변동은 결국 주식의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 공급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이 유상증자나 대규모 기업공개를 감히 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과거보다는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요측면에서는 결코 지금보다 나아지거나 최소한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증거를 찾을 수가 없다.정부는 구조조정의 시늉만 내다가 이제는 구조조정의 참의미마저 잊어버리고 대증적 구제책 마련에 허겁지겁 쫓아다니면서 이곳 저곳에 흙탕물을 뿌리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세계 경제가 둔화되는 과정중이다. 미국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있으나, 그 폭과 시기도 의문이고 그 영향이 우리에게까지 미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린다.구조조정이란 자원 배분의 주체가 적시적소에 국가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고, 자원을 배분받은 주체는 가능한 최고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며, 자원배분자와 자원 공여자가 그 자원의 사용자를 적절히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이뤄지면 투입 자본당 부가가치 생산이 높아지고 이는 곧 자본의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것이고 따라서 주가는 자연히 올라 간다.(그림 참조)이러한 목적에서 정부와 은행은 부실 한계 기업에는 더 이상의 자원 배분을 중단하겠다는 뜻으로 지난 11월3일 부실 기업의 퇴출을 단행한 것으로 이해했다. 또 정부의 약속대로 은행에 의한 상시 퇴출제도가 활성화되리라 기대했다.그러나 이후 정부는 대우차 협력업체에 대한 은행지원이라든가 퇴출제외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공공연히 요구하고 있다. 이미 프라이머리 CBO의 발행으로 부실기업들의 악성 부채를 떠맡은 은행은 앞으로도 정부의 강요에 의해 더많은 부실을 떠안을 것이다.지금 당장 은행으로의 부실 전가 중지해야상장기업중 법정관리, 워크아웃, 화의 등을 진행하는 기업의 부채만 전상장기업 부채의 30%를 육박하는 85조원이다. 여기에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이며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의 부채까지 합치면 40%가 넘는 1백18조원에 육박한다. 더이상 은행이 이러한 부실 부채를 껴안는다면 은행 건전성이 다시 심각히 의심받을 것이다. 그러면 그나마 은행을 믿고 저축하던 사람들이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현금을 자기집 방바닥에 묻고 살아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지금 당장 은행으로의 부실 전가를 중지해야 한다. 그러면 채권시장, CP시장, 주식시장이 다 기능을 정지했는데 기업들은 어떻게 살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못 사는 기업은 죽으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 지금의 상태를 지속한다면 모두가 다 죽는 길이다.주식시장의 딜레마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더 많은 기업이 퇴출되고(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아닌 Shut-down을 의미함) 금융시장은 중단기적으로 큰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이것이 무서워 부실 기업을 계속 끼고 살면 은행도 어려워지고 우량기업도 부실화되니 주식시장은 붕괴할지도 모른다. 이러나 저러나 한번은 겪어야 할 고통이고 비용이다. 500선이 깨지더라도 지금 진정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다. 이러나 저러나 500선이 깨질거라면 지금 깨자.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