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금리 인하 시사 발언은 나스닥 안정을 통해 국내 증시의 바닥 다지기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위기증후군이 감지되고 있다. 대만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과 아르헨티나를 위시한 중남미 국가, 터키의 위기를 계기로 재연되고 있는 러시아와 동유럽 지역, 최근 들어서는 미국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이런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중요한 순서대로 몇가지만 살펴본다. 무엇보다 이번 세계경기의 특징을 따져보면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이 나온다. 98년 9월 이후 세계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든 것은 주로 ‘부(富)의 효과(주가상승→자산소득 증대→민간소비 증가→경제성장)’에 기인하고 있다.이에 따라 과거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주도하던 때는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경제주체들이 예측가능할 만큼 완만했으나, 이번에는 세계증시 하락으로 역자산 효과가 나타날 경우 세계경기는 빠르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세계소득의 기여도에서 설비투자는 10% 미만이나 민간소비는 60%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미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것도 커다란 요인이다. 지난 10년간 호황으로 미국경제는 세계소득(GDP)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시장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심하다. 이처럼 불균형이 심화됨에 따라 최근처럼 미국경제와 미국증시가 흔들리면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된다.국제금융시장에서 글로벌투자·기금투자가 보편화된 것도 문제다. 각종 기금들이 가장 많이 쓰는 투자기법인 레버리지 투자(증거금대비 총투자비율)는 금융시장이 호조를 보이면 투자규모와 투자수익간에 선순환 고리가 발생되지만 침체국면에 빠지면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악순환이 나타난다.국제금융시장 3년마다 위기 반복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못한 것도 위기감이 증폭되는 요인이다. 아시아 위기 이후 세계 각국들은 각종 국제협상에서 단골메뉴로 이 문제를 논의해 왔으나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태다. 오히려 논의과정에서 세계 각국간의 이해대립으로 공동대응이 불가능한 점이 확인됐다.최근처럼 헤지펀드를 비롯한 국제투기자금들의 활동이 재개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 점은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결국 개도국들이 외환위기에 다시 몰리게 될 경우 세계공동차원의 해결책이 없다는 점을 시사해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이밖에 선거와 같은 정치적인 일정이 맞물려 있는 것도 원인이다. 정도 차이는 있으나 대만 필리핀 한국 모두가 정치불안이 위기우려의 단초를 제공해주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결과 지연에 따른 세계적인 리더십 부재는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안정감을 빠르게 와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특히 최근 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들이 3년마다 반복되고 있다고 해서 ‘국제금융위기 3년 주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90년대 이후 위기를 겪은 시기를 보면 92년 들어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중심으로 두 차례에 걸쳐 유럽이 커다란 통화위기에 휩싸인 바 있다.유럽통화위기 이후 3년이 지난 94년말 당시 살리나스에서 세디오로 대통령이 바뀌면서 고평가된 페소화 가치를 23% 평가절하한 것을 계기로 멕시코가 페소화 위기를 치렀다. 그 후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금융시장은 97년 하반기 들어 태국의 바트화 가치폭락을 계기로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은 후 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세계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점을 곰곰이 따져보면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을 쉽게 추론해 볼 수 있다. 바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 이달 19일 연준회의를 앞두고 전세계적으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다.불행히도 선진국들은 경기둔화속에서도 인플레 징후가 상존하고 있는 데다 정치적 문제로 지금 당장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입장이 못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최근처럼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들이 금리인하 시기를 끌면 끌수록 한국과 같은 개도국들은 애간장이 끓는다는 점이다.공교롭게도 최근 들어 거론되고 있는 우리 경제내에서의 제2의 위기론이 가시화될 수 있느냐 여부를 국제금융시장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금융기관들은 한국과 같은 IMF국가들의 위기는 세 단계를 거친다고 보고 있다. 먼저 외화유동성에 금이 가면서 생기는 외환위기를 겪게 된다. 외환위기를 겪게 되면 우리처럼 담보관행이 일반화된 국가에서는 금융위기로 진전된다.위기론 과잉반응보다 초심 필요당연하겠지만 금융위기로 실물부문에 필요한 기름(돈)을 공급해 주는 엔진장치에 해당하는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실물경제 위기를 겪게 된다. 이러한 세단계도 크게 보면 외화유동성 위기와 시스템 위기로 나눌 수 있다.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도 이같은 수순을 밟아야 한다. 우선 외화유동성을 확보해 대외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바탕으로 외환위기를 낳게 한 부실을 털어내야 금융과 경제시스템의 복원이 가능하고 궁극적으로 경제가 안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다행히 한국은 98년에 3백90억달러, 99년에는 2백50억달러에 해당하는 경상수지흑자로 여타 금융위기국에 비해 외화유동성을 빨리 확보했다. 그 결과 경제가 회복될 수 있었고 국가신용등급도 위기를 당한 후 불과 1년만에 다시 투자적격 단계로 조정될 만큼 해외시각이 개선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문제는 최근 들어 우리 경제내에서 위기론이 다시 거론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시스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현실에 대해 경제주체간의 인식차가 크게 확대되고 있는 점을 향후 우리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현재 우리 경제의 상황에 대해서는 정책당국자들은 97년 외환위기로 몰릴 당시와 마찬가지로 거시경제 지표의 양호함을 들어 위기가 아니라는 소위 ‘펀더멘털론’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국민들 사이에는 위기감을 체감적으로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이 부문은 중요한 지적이다. 과거의 예를 볼 때 우리처럼 초기단계에 외화유동성 문제를 해결한 후 경제가 계속해서 안정되느냐 여부는 얼마나 빨리 시스템 위험을 치유하는 단계로 이행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국제금융기관들은 바로 이 부문에 대한 평가를 신용공여 지속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시한다.대부분 외환위기 국가들이 유동성 위험을 해결한 후 시스템 위험을 해결하는 단계로 순조롭게 이행하지 못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현재 한국의 정책당국자처럼 펀더멘털론에 취해 정책을 실기(失機)할 경우 ‘IMF 3년차 증후군’이 나타나면서 제2의 경제위기론이 대두되는 것이 관례다.결국 국제금융기관들의 이같은 평가는 최근에 한국경제의 위기론을 ‘경제주체의 신뢰위기’로 집약해 볼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우리 경제는 위기가 완전히 끝나기 전에 너무 빨리 경제회복의 맛을 본 상태다. 시기적으로도 총선 이후 위기의식이 해이해져서 그런지 경제주체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우선 정부는 시장에서 신뢰받을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런 의도에 맞춰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적극 임해야 한다. 국민들은 위기론에 지나치게 과잉 반응하지 말고 위기초기 당시의 마음가짐을 갖고 경제가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