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4/4분기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10, 11월 두달 연속 하락했으며 12월 들어서도 안정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물가불안의 진원지였던 국제원유가격의 오름세가 주춤해진데다 채소 과일 등 농산물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농산물은 예년에 비해 작황이 좋은데다 경제위기감 확산으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된데 힘입어 전반적인 물가안정을 주도하고 있다.내년 1/4분기 물가는 다소 불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나라 물가의 연중 상승패턴을 보면 통상 1/4분기 중에 그 해 물가상승의 절반 이상이 이뤄지는 계절적인 특성을 보여왔다. 제조업체나 서비스업체들이 주로 연말 연초에 가격·요금조정을 하는데다 입학을 앞두고 각급 학교 납입금이 1/4분기 중에 집중적으로 인상되기 때문이다.주로 비용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급등한 국제원유가격이 시차를 두고 국내물가 상승요인으로 나타나는데다 원화환율이 크게 올라 새로운 물가불안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원화환율 상승은 수입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통해 관련 공산품의 가격인상 압력으로 나타나게 된다. 금융불안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되면서 원화환율이 추가로 크게 상승한다면 물가는 상당히 불안해질 것이다.공공요금도 물가 상승 변수공공요금도 변수다. 인상시기가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개인서비스요금 등 여타 물가부문에 대한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적지 않은 불안요인이다. 의료보험수가, 담배가격, 전화요금 등의 인상이 추진되고 있고 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상·하수도 요금 등도 들썩일 것이다.그러나 계절적인 요인을 제외할 경우 물가안정기조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연초 물가안정을 좌우하는 경향이 있는 가을 농산물 작황이 좋은데다 소비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어 물가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비용측면에서는 인플레압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실물경기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총수요 측면에서 인플레압력이 낮아지고 있어 전반적인 물가상승압력을 완충시키는 작용을 할 것이다. 국제원유가격 상승이 국내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1, 2차 오일쇼크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국제유가의 실질가치가 크게 떨어진데다 우리 경제규모가 커지고 개방이 진전되면서 인플레 내성이 커졌기 때문이다.최근 주택 매매 및 전세가격 등 전반적인 부동산가격 하락도 주거비와 임대료 안정으로 이어져 물가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내년에는 실업자가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노동시장 측면에서는 물가안정요인이 우세하다. 임금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폭으로 올랐으나 생산성증가율이 임금상승률을 웃돌고 있어 물가상승압력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다.이에 따라 내년 1/4분기 물가는 향후 국제유가의 움직임과 원화환율의 향방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국제유가 및 원화환율이 현수준에서 안정된다면 내년 1/4분기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대비 3% 안팎의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