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연말자금난이 심각하다. 내년 1/4분기에는 기업들의 자금난이 최악에 달할 전망이다. 은행들이 연말을 앞두고 각종 재무제표비율 관리에 나선 데다 내년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기업대출을 대폭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권 2차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점도 기업자금난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은행들은 연말 결산을 앞두고 기업에 대한 신규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정부방침에 따라 연말까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10%까지 올려야 하는 은행들이 특히 신규대출을 기피하고 있다.최근 H, J, K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은 연말까지 신규대출을 중단한다는 내부방침을 최근 정하고 각 지점에 대출자제를 지시했다. 대출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는데다 대손충당금 부담마저 생겨 BIS비율이 하락하기 때문이다.기업 신규대출 중단 … 자금난 부추겨특히 상반기 때 11%대였던 경남은행의 BIS비율이 동아건설 퇴출 등의 파장으로 6%대로 급락해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된 이후부터 은행권의 몸사리기는 더욱 심해진 상황이다.이에 따라 은행들은 기존 대출금은 기업의 재무상태 등을 엄격히 심사해 연장해주되 신규대출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영업점에서 신규대출 승인 요청이 오더라도 본점 여신관리위원회에서 허락하지 않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J은행 역삼지점장은 “거래 기업에서 신규자금 지원을 요청하더라도 본점에서 승인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견대기업인 S사 자금담당 J과장은 최근 주채권은행에 20억원의 신규 대출을 요구했다가 “BIS비율을 높여야하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신규대출을 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토로했다.이같은 점은 은행수신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11월중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11월중 은행예금은 8조원으로 한달 전보다 1조5천억원 늘었다.반면 대출증가액은 전달보다 1조5천억원 줄어든 4조7천5백억원에 그쳤다. 매출증가액의 대부분은 가계대출액으로 기업대출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이 결과 11월중 은행수신(실세요구불+저축성예금)가운데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월말 현재 사상 최저치인 50.8%로 떨어졌다. 기업대출 비중은 98년말 58.4%에서 99년말 53.7% 등으로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11월중 대기업 대출은 우량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대기업에 대한 신규대출이 줄면서 1천 3백 91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금융권의 몸사리기는 연말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시중 자금경색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내년 1/4분기중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15조원에 달한다. 반면 시중 부동자금은 안전한 국고채 시장으로만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고채 금리는 연중 최저치 경신행진을 거듭하며 6%대에 진입한 반면 회사채 시장은 ‘왕따’를 당하고 있다. 기업신용도에 따른 양극화 현상도 심화돼 AA-급 우량회사채와 투자적격 최하위등급 BBB-급 회사채간 금리격차도 확대되는 추세다. 기업들의 자금조달통로가 사실상 막힌 것이다.더욱이 은행들은 기업구조조정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과 경기가 하향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들어 내년에도 기업들에는 돈 보따리를 풀지 않을 방침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내년 사업계획은 모두 ‘기업여신 축소’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을 정도다.전철환 한은 총재는 “당면한 금융시장 경색현상은 유동성은 충분한데 금융시스템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며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내년 상반기까진 금융 불균형 현상이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