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을 빼고 한국음식을 얘기할 수 있을까. 우선 김치부터 젓갈(젓국)로 만드는 것이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우리네 식탁에 흔히 오르는 대표적인 젓갈만 해도 새우젓, 멸치젓, 어리굴젓 등을 비롯해 황석어젓, 조기젓, 창란젓, 명란젓, 오징어젓, 아가미젓, 꼴뚜기젓, 밴댕이젓 등 30여종에 이른다.김장철이 예전보다 늦어지고 김장의 양도 많이 줄었지만 젓갈시장을 찾는 발길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자가용 이용객이 많은 인천 소래포구를 포함, 충남 홍성군의 광천이나 논산시 강경, 전북 부안군의 곰소포구 등이 대표적인 젓갈쇼핑 여행지다. 그 중에서도 광천 새우젓은 지하 토굴에서 숙성시키기 때문에 가장 뛰어난 맛으로 알려져 있다. 토굴 내부 온도가 항상 섭씨 13∼14도를 유지, 새우젓 숙성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홍성군 광천읍 옹암리 일대는 주변 땅이 간척지로 메워지기 전까지는 새우젓 배를 비롯한 각종 어선들이 마을 앞까지 가득 들어차 흥청대던 포구였다. 독배마을 뒷산으로는 금광이 있어 포구의 흥청거림을 부추겼다. 그러나 이제는 옹암포라는 지명만이 남아 이곳이 한때는 포구였음을 증명할 뿐이다. 고깃배가 사라진 포구 주변 도로에는 20여개의 새우젓 전문판매점들이 늘어서 있고 50여개의 젓갈점포는 광천버스터미널 옆 시장 안에 형성돼 있다.주민들에 따르면 광천의 토굴젓은 1960년대 초 독배마을에 살던 윤병원이라는 노인에서 비롯됐다. 윤씨 할아버지가 마을에 방치돼 있던 방공호며 폐광에 새우젓 장독들을 갖다놓기 시작했는데, 굴속에서 숙성시킨 새우젓이 훨씬 맛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마을에 보급시켰다는 것이다.지금 독배마을 바위산 밑으로는 20개도 넘는 새우젓 토굴이 거미줄 같은 지굴을 보유한 채 여기저기 파여 있다. 토굴을 갖고 있지 못한 상인들은 일부 지굴을 임대해서 쓰기도 한다. 광천으로 새우젓을 사러갈 경우 젓갈상회 주인에게 토굴도 구경시켜 달라고 하면 대부분 안내를 해준다.1kg당 새우젓 값을 보면 최상품인 육젓은 2만5천∼3만원, 오젓은 1만5천∼2만원, 추젓은 3천∼9천원선이다. 광천의 장날인 4일, 9일에 맞춰 찾아가면 새우젓, 조개젓, 어리굴젓 등 젓갈뿐만 아니라 조선김이며 햇곡식들도 사올 수 있다. 광천 주변 여행명소로는 만해 한용운선생 생가, 김좌진장군 생가, 남당리포구 등이 있다.여행메모: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 아산, 예산, 21번 국도, 홍성, 광천읍 코스를 달린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홍성행 버스가 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홍성에서 대천행 버스를 타면 광천에 내릴 수 있다. 광천젓갈시장 안에는 인천상회(041-641-1844), 독배마을 도로변에는 광일토굴새우젓(041-641-8281) 등의 점포가 있다. 택배로도 주문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