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와 신문을 통틀어 또다시 포르노그래픽 스캔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소위 ‘모양 비디오’로 통칭되는 이 사건은 잘 알려진대로 이번이 두번째. 인기 연예인의 정사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 하나 때문에 전국이 뜨겁게 달궈진 지금의 사태는 대중들의 관음증 심리와 성에 대한 왜곡된 환상이 얼마나 팽배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포르노 그래픽 어페어 designtimesp=20446>라는 당돌한 제목의 이 영화는 대중들의 이 은밀한 심리를 유혹하는 것처럼 보인다.상상만 해오던 성적 판타지를 경험하기 위해 포르노 잡지에 광고를 낸 그녀(나탈리 베이)는 처음 만난 그(세르지 로페즈)에게 호감을 느끼고 바로 호텔로 향한다. 서로에 대한 이야기도 없이 오로지 섹스만을 위해 매주 목요일만 되면 호텔로 직행하는 두 사람이지만,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 그들 사이에는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이제는 단순한 섹스가 아니라 사랑의 행위를 나누기 시작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그 사랑을 접고 헤어짐을 선택하게 된다.제목에서 물씬 풍기는 끈적한 분위기와는 달리 <포르노 그래픽 어페어 designtimesp=20451>에서 농염한 정사 장면을 기대한다면 얻을 수 있는 건 실망밖에 없다. 벨기에 출신의 감독인 프레데릭 폰테인이 말했듯이 이 영화는 포르노나 섹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정사는 그저 건조하고 무의미하게 비춰지거나, 아니면 지극히 절제된 상징으로 대체되곤 한다.반면 영화는 맹목적인 정사에서 사랑의 감정으로 나아가는 두 남녀의 관계를 매우 정밀하게 그려낸다. 군더더기를 없앤 깔끔한 화면과 두 남녀의 클로즈 업은 미묘한 정서적 굴곡을 마치 폭로라도 하듯 정확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이에 더해 99년 베니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나탈리 베이의 섬세한 연기는 뚜렷한 극적 전개가 없이도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을 보여준다.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사이를 경험해 본 관객이라면 다소 진부할 수 있는 대사도 예사롭지 않게 들릴지도 모른다.결국 사랑을 포기해버린 두 남녀의 인터뷰로 끝을 맺는 이 영화는 어쩌면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되묻는건지도 모르겠다. 찰나적인 즐거움과 왜곡된 성적 환상에 시달리는 지금의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감정과 관계에 대한 책임감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도발적인 제목으로 시작해서 진지한 사고로 끝을 맺는 <포르노 그래픽 어페어 designtimesp=20456>는 이에 대한 대답의 길을 열어두고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