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준비 제작한 국내 첫 창작뮤지컬 … 브로드웨이 이어 내년 일본 공연 ‘롱런’ 예약

'강력한 조명, 우아한 무대장치, 화려한 의상, 힘찬 음악과 뛰어난 연기가 어울려 눈과 귀가 황홀해진다'는 찬사를 받았던 <명성황후 designtimesp=20439>의 한 장면‘장려함의 의미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전달해준 한국의 에비타’(LA Times), ‘일급 스펙터클’(NewYork Post), ‘강력한 조명, 우아한 무대장치, 화려한 의상, 힘찬 음악과 뛰어난 연기가 어울려 눈과 귀가 황홀해진다…어떤 국적의 관객이건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뉴욕 타임즈)까다로운 비평으로 소문난 미국 유수의 매체들로부터 이런 찬사를 들은 우리나라의 공연물을 꼽으라면 선뜻 떠오르는 작품이 없다. 뮤지컬이라면 더욱 그렇다. 세계 공연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영국 미국 등에서 제작된 것이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국내 공연작들도 외국작품을 들여온 것이 대부분이었다.한국의 전통문화 잘 버무린 점 ‘성공 요인’하지만 순수한 국내 창작뮤지컬로 당당히 브로드웨이를 들었다 놓은 작품이 있다. 뮤지컬전문제작사인 에이콤의 <명성황후 designtimesp=20447>다. 제작비만 12억원을 들인 대작이다. 지난 95년 처음 선을 보인 후 6년에 걸쳐 국내외 공연 3백5회에 4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다. 지난해에는 아시아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최고의 연극상 가운데 하나로 ‘LA의 토니상’으로 불리는 ‘LA오베이션어워즈(Ovation Awards)에서 여우주연·음향·조명 등 3개 부문의 수상후보로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뮤지컬 <명성황후 designtimesp=20450>가 이처럼 나라 안팎에서 커다란 성공을 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먼저 해외시장을 겨냥한 치밀한 전략을 들 수 있다. 9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뮤지컬이 붐을 이뤘지만 국내시장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브로드웨이나 런던 등 뮤지컬도시에서는 늘어나는 관객과 반대로 소재가 고갈되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시아소재의 공연물로는 ‘나비부인’과 ‘투란도트’가 전부였지만 서구에서는 아시아문화에 대한 동경이 있다.이를 고려해 한국역사와 문화를 살린 작품으로 기획하되 대사를 없애고 음악과 춤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에이콤 윤호진대표의 말이다. 일단 명성황후시해를 다룬 이문열씨의 소설 <여우사냥 designtimesp=20453>을 바탕으로 작업에 들어갔다.김광림(각색) 김희갑(작곡) 서병구(안무) 최형오(조명) 양인자(작사) 박칼린(음악감독) 박동우(미술) 김현숙(의상) 등이 참여했다. 각각의 분야에서 첫손에 꼽히는 사람들이지만 만 4년간의 준비 끝에 작품을 무대에 올릴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무대도 수시로 외국흐름을 조사해 세계적인 수준에 뒤지지 않게끔 꾸몄다. 지름 12m짜리 조립식 턴테이블로 안과 바깥이 나란히 또는 엇물려 돌 수 있도록 설계된 회전무대로 만들어 인물의 등·퇴장과 무대전환이 부드럽게 이뤄지도록 했다.한국의 전통문화를 잘 버무린 점도 성공 요인이다. 경복궁과 한양도성의 축소모형, 태껸군무, 명성황후의 혼례장면, 수태굿장면 등은 모두 6백여벌이 등장하는 화려한 의상과 함께 외국인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볼거리다. 음악도 전통가락의 리듬이 오케스트라의 화음과 잘 어우러진다는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특히 “한발 나아가면 빛나는 자주와 독립, 한발 물러서면 예속과 핍박. 용기와 지혜로 힘 모아 망국의 수치 목숨 걸고 맞서야 하리”라며 명성황후가 노래하는 피날레는 백미로 꼽힌다.매 공연후 문제점 분석, 완성도 높여나가해외시장을 겨냥한 만큼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한국의 창작뮤지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뮤지컬소재로 고민하는 브로드웨이 흥행시장을 파고든 것이다. “뉴욕공연을 추진하면서 수차례 국내공연을 담은 테이프를 보내 대관을 타진했다. 음악 무대 조명 등 모든 면에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공연이 성사됐다”는게 에이콤 마케팅팀 권혜란씨의 말이다.공연물의 장점은 수시로 수정·보완을 통해 완성품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음악과 춤만으로 진행되는데다 장면전환이 빨라 캐릭터 구현이 어려운 <명성황후 designtimesp=20465>도 매 공연후 나타난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 계속 보완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수태굿, 무과장의 때껸군무, 임오군란, 명성황후의 혼례 등이 꾸준한 매만짐을 통해 다듬어지거나 삽입됐다.이처럼 한국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명성황후 designtimesp=20468>는 다시 한번 세계 관객의 기립박수를 꿈꾸며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뮤지컬의 본고장인 런던과 아시아에서 가장 큰 뮤지컬시장을 가진 일본공연이 그것이다. 내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이를 위한 영어버전작업이 마무리에 들어갔으며 일부 스태프도 교체했다. 특히 일본공연은 주당 40만달러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개런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에이콤측은 예상하고 있다. “런던을 징검다리 삼아 유럽을, 일본을 발판으로 홍콩 싱가포르 대만 중국 등 동남아에 진출해 <명성황후 designtimesp=20469>를 롱런하는 매스터피스의 반열에 올리겠습니다.” 윤대표의 말이다.★ 인터뷰 / 윤호진 에이콤 대표“몽유도원도 완성, 성공스토리 이어간다”‘돈키호테’. 뮤지컬 <명성황후 designtimesp=20482>의 연출가인 윤호진 에이콤 대표를 두고 나왔던 말이다. 정통연극도 아닌 뮤지컬을 들고 브로드웨이에 진출한다고 호기를 부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이상 ‘돈키호테’라고 부르지 않는다. 기어코 뉴욕과 LA에서 일을 저질렀으며, 성공적인 공연으로 세계에 우리 공연예술에 대한 강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춤 노래가 어우러진 뮤지컬이야말로 최고의 공연예술이자 문화상품입니다. 가장 비극적이고 강력한 스토리를 가진 명성황후를 ‘역사적 교훈’을 생각해서라도 꼭 뮤지컬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소극장운동에 전념하던 윤대표가 <명성황후 designtimesp=20485>에 빠지게 된 배경이다. 명성황후를 무대로 올려내 다시 평가받게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평소 ‘흥미’만 자극하는 문화상품이 아닌 ‘감동’을 주는 문화상품으로서의 뮤지컬을 추구해온 고집도 작용했다. 덕분에 <명성황후 designtimesp=20486>는 국내외 공연을 마칠 때마다 각종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하지만 이런 흥행성공외에 명성황후가 윤대표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1987년 뉴욕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자신에게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10년후에 창작뮤지컬을 들고 브로드웨이를 밟겠다”는. 게다가 국내외에서 본격적으로 공연이 이뤄진 때가 IMF구제금융을 받은 시기였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한국의 작은 극단에서 대형뮤지컬을 들고 당당히 미국시장에 진출한데다 언론의 리뷰도 상당히 좋았으니까요. IMF로 어려웠던 국민들에게도 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윤대표는 요즘 다시 돈키호테처럼 ‘풍차’에 달려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명성황후에 이은 뮤지컬대작 <몽유도원도 designtimesp=20493>의 완성이다. 최인호 원작을 각색한 뮤지컬로 첫 공연을 해외에서 올릴 계획이다. “동양적인 갈등과 사랑, 쇼킹하면서도 탐미적인 사랑이 담긴 작품으로 지금 구성마무리단계이며 2002년에 개막할 예정입니다.” ‘한국뮤지컬의 선구자’ 윤대표가 자존심을 걸고 만드는 작품이라며 맺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