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외환시장에서는 조지 부시가 집권할 경우 '강한 달러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부시 정부의 최대과제가 경상수지적자를 줄이는 문제이고 우리의 대미 수출품목도 갈수록 자동차, 철강과 같은 특정품목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중국과 함께 미국 통상정책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공화당의 부시 후보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들은 차기 정부의 인선과 경제정책에 대한 분석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다행히 클린턴 시절의 경제적 성과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부시 정부에서는 경제정책에 있어서 커다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두가지 측면에서는 커다란 정책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금년에만 4천억달러가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경상수지적자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부시 정부의 최대 경제과제가 되고 있다. 동시에 한해 평균 2천억달러에 달하는 재정흑자를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문제다.부시, 경상수지적자폭 줄이기 ‘과제’이미 국제외환시장에서는 조지 부시가 차기 대통령으로 들어올 경우 ‘강한 달러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무엇보다 강한 달러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새 대통령 취임과 함께 미국경제의 위상을 재확인시켜 보고자 하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내에 유입된 외국자본의 이탈을 방지해 최근 들어 부쩍 높아지고 있는 급속한 경기둔화(경착륙)에 대한 우려감을 불식시키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현재 예상대로 차기 부시 정부가 강한 달러화 정책을 추진할 경우 여타 국가들은 아시아 위기에 이어 또 한차례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처럼 ‘제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 계획’ 시행을 앞두고 내외국인의 자금을 국내에 머무르게 할 수 있는 유인이 없는 상황에서는 그 부담은 의외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강한 달러화 정책을 추진했을 경우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모든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책을 받아들일 만한 시장여건이 형성돼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강한 달러화 정책을 추진해 성공했던 로버트 루빈 시절과 비교해 차기 부시 정부의 시장여건을 살펴본다.루빈이 재무장관으로 취임했던 95년초에는 강한 달러화 정책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국제적인 여건이 형성돼 있었다. 당시 세계교역에서 50% 이상 결제되던 달러화 가치가 멕시코 페소화 위기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79엔대까지 떨어질 만큼 약세였다.주요 선진국들은 세계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달러화 가치가 어느 정도 회복돼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이에 따라 95년4월 서방선진 7개국(G7) 재무장관이 모여 시장에 협조 개입해 달러화 가치를 부양하자는 역플라자 합의(Anti-Plaza Agreement)를 도출한 바 있다. 미국내에서도 강한 달러화 정책추진에 따른 부담이 적은 상황이었다. 미국 국민들은 경상수지적자가 국민소득(GDP)의 3%수준까지는 용인한다. 다행히 루빈이 재무장관으로 취임하던 때에는 경상수지적자가 GDP의 0.1%에 불과해 강한 달러화 정책추진에 따른 경상수지적자 확대가 문제가 되지 않았다.반면 차기 부시 정부의 상황은 어떤가. 통화별로 차이가 있지만 아직까지도 국제적으로는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고평가된 달러화 가치가 시정돼야 한다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들어 위기감이 재연되고 있는 개도국들의 경제안정을 위해서는 달러화 가치가 지금 수준보다 낮아져야 한다. 미국 내부적으로도 경상수지적자가 더 이상 확대돼서는 안되는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결국 차기 부시 정부가 강한 달러화 정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이것을 받아들일 만한 시장여건이 형성돼 있지 않아 의도한 정책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근처럼 미국증시와 경제가 부진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차기 미국정부의 첫 번째 정책변화로 금리인하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도 이런 연유다. 시장여건도 금리와 총수요와의 관계가 탄력적이다. 더욱이 금리정책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고유권한임을 감안할 때 차기 부시 정부로서도 금리인하에 따른 정치적인 부담이 적은 상황이다.금리인하 정책 선택확률 높아문제는 차기 부시 집권하에서 미 연준리의 금리정책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결국 이 문제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미국경제의 연착륙과 경착륙에 대한 시각이 어느 쪽으로 확정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나라의 경제가 연착륙되느냐 혹은 경착륙되느냐 여부는 두가지 기준에 의해 판명된다. 하나는 성장의 질이 얼마나 건전한가 하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의 성장동인이 약화될 무렵에 새로운 성장동인으로 얼마나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 하는 정책운용능력이다.최근 들어 미국경제는 구경제에서 신경제 국면을 지나 ‘골디락스 경제’로 불리고 있다. 다시 말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노동시장이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면서 ‘고성장·저물가·저실업’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여전히 성장의 질이 이보다 더 좋아질 수 없다고 평가할 만큼 건전한 상태다.최근 들어서는 첨단기술업종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나스닥 주가가 빠지면서 차기 부시 정부하에서는 더 이상 성장동인이 못될 것이라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으나 기존의 구조조정·강한 달러화·첨단기술과 같은 동인이 복합돼 시너지 효과에 의해 미국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제3의 성장섹터인 ‘혼합경제(Fusion Economy)’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차기 부시 집권하에서도 미국경제는 여전히 연착륙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재 세계자본시장을 중심으로 기대하고 있는 연준리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보다 신중을 기할 것으로 예상된다.경상수지적자와 함께 향후 10년간 2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흑자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선거과정에서 밝혔듯이 클린턴 시절처럼 정부가 진 채무를 상환하기 보다는 세금감면을 통해 미국 국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방향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이같은 맥락으로 볼 때 차기 부시 정부는 대외적으로 강한 달러화 정책을 추진해 미국의 위상을 확인하고 대내적으로는 국민들의 복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의 중점이 모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 대한 정책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지금까지 예상되는 차기 부시 정부의 경제정책을 토대로 본다면 클린턴 시절보다 불리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무엇보다 통상압력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시 정부의 최대과제가 경상수지적자를 줄이는 문제이고 우리의 대미 수출품목도 갈수록 자동차, 철강과 같은 특정품목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중국과 함께 미국 통상정책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클린턴 시절에 북한에 대한 정책에 있어 골격을 이룬 페리보고서가 현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해 남북관계를 이끌어가는데 비교적 수월했다. 반면 부시 정부의 대북 관계에 골간을 이룰 것으로 보이는 북한 보고서는 북한에 대해 강경노선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유념해야 할 것은 현재 예상으로 차기 부시 정부 시절에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하더라도 대외정책이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만큼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대미 외교를 통해 우리의 국익을 최대한 개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