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 중에는 선천적으로 에이즈(AIDS)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바로 유전자 때문이다. 이 유전자의 정보만 밝힐 수 있다면 이것을 이용해 에이즈를 예방하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이는 최근 한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의 연구소에서 나온 주장이다. 미국 학계에서도 주목하는 이 주장이 사실로 입증되면 불치병으로 불리는 에이즈를 정복하는 건 시간문제다.지난 5월 설립된 SNP제네틱스(www.snp-genetics.com)는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정보를 찾는 동시에 이를 특허받아 의료기관과 제약회사에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정보들은 임상의들이 인체 유전역학을 연구할 수 있는 핵심 정보가 된다. 뿐만 아니라 신약개발을 추진하는 국내외 제약회사들에 귀중한 자료가 돼 막대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아이템이다. SNP제네틱스는 현재 수개의 질병에 대한 유전자정보를 발굴하고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유전자 정보특허를 확보한 상태다.환절기만 되면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알레르기, 아토피성 피부염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 이처럼 바이러스에 대한 반응이 사람마다 다른 것은 ‘타고난’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가 바로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다. SNP는 인간 유전자에서 약 1천개의 염기마다 1개꼴로 나타나는 변이. 유전체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SNP는 유전병 및 질병에 관련된 것이다.암 심장병 천식 당뇨 정신분열 등과 같은 유전성 주요 질환에 관련된 유전자를 진단할 수만 있다면 질병예방 정보를 찾아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따라서 SNP 특허는 엄청난 경제적 가치가 있는 바이오 상품이다.첨단 장비활용 임상의들과 공동연구지난 6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발표돼 미국 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전세계 관련기업이 참여해 인간 DNA의 30억여개에 달하는 염기의 순서가 공개됐다. 그 결과 유전자 조작과 치료법으로 아직 풀지 못하고 있는 많은 질병을 예측·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무병장수의 길이 열린 것이다.SNP제네틱스는 세계적인 제약회사들과 게놈 연구기관들이 공동 운영하는 ‘SNP 컨소시엄(snp.cshl.org)’의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30만개에 이르는 SNP를 적극 활용한다. 현재 수천 개의 질병시료에 대한 SNP 분석을 진행중이다. 앞으로 수만개의 SNP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다. 이를 통해 찾아낸 질병 SNP 특허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누가 빨리 얼마나 많은 특허 정보를 개발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SNP제네틱스는 첨단 연구기법과 장비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임상의들과 공동연구를 확산시키고 있다. 첨단연구기법을 확보하기 위해 이 분야의 선두그룹인 미국 보건원 암연구소의 유전다양성 실험실과 연계하고 있다. NIH와 공동특허를 출원해 실질적인 연구능력을 검증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질병모델을 제약회사나 국책연구 프로젝트에 제공하는 계획도 수립중이다.이 사업을 위해 국내 대학 병원과도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서울대 간연구소를 비롯해 한림대 의대와 B형 간염에 대한 인체유전 역학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결핵 진단용 키트를 생산하는 SJ하이테크, 마산결핵병원과 공동으로 결핵에 대한 유전역학 연구도 진행중이다.SNP제네틱스는 한국적 특성을 지닌 질병의 유전적 요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질병인 간염, 간암, 위염, 위암 등의 질병 연구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임상정보와 유전자 및 SNP의 상관관계를 규명해 유전자 특허를 쌓아간다는 전략을 세워놓았다.박병래 선임연구원은 “B형 간염의 경우 미국에서 발병률은 1∼2%인 반면 우리나라 40대 이상의 발병률은 50%를 넘어 정확한 임상자료만 확보할 수 있다면 신약개발이 훨씬 더 유리하다”고 설명한다.한국형 질병 유전적 요인 밝히는데 주력SNP제네틱스는 궁극적으로 이른바 ‘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인마다 유전적 차이 때문에 같은 약이라도 그 효능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해당 약품에 관여하는 유전적 특징을 밝혀낼 수 있다면 개인별로 보다 효과적인 처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인터뷰 / 신형두 사장“게놈전쟁 우위확보 자신”SNP제네틱스 신형두 사장(37)은 “질병 관련 SNP의 규명은 의학 및 유전체학에서 질병을 이해하고 치료하는데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한다.신사장은 미국 보건원 암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할 때 에이즈의 감염과 진행에 대한 유전역학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유전역학 통계기법, 임상자료 분석 등 상당한 지식을 습득해 게놈연구 분야에서 촉망받는 인물이다.신사장은 이 분야의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한 것은 SNP 특허가 바이오산업의 다른 분야와 달리 단기간에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미국의 바이오벤처인 셀레라는 미국 화이자, 일본 다케다 등 제약회사에 게놈 정보 사용권을 팔아 수천만달러를 벌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체 게놈 연구가 질병SNP 분야에서 집중되고 있습니다.”신사장은 “게놈 사업은 치열한 경제논리가 적용될 것”이라며 “상당량의 유전자 정보가 이미 공개돼 특정 질병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덧붙인다.유전자 정보 확보와 신약개발 산업이 경제적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며 국가와 기업간 유전자 특허가 전쟁을 방불케 할 것이란 얘기다.신사장은 “국내도 유전자 정보 개발 및 확보에 연구와 투자 초점을 맞춰야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된다”고 강조한다.“지구상의 모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더 많은 유전자 특허를 획득하기 위해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바이오 코리아’의 선구자를 자처한 신사장의 각오가 다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