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창이공항 벤치마킹, 일본 간사이ㆍ중국 푸동보다 경쟁력 앞서 ... 비싼 이용료는 '흠'

2001년 하계 비행운행시간(Summer Schedule)에 맞춰 3월24~26일에 개항예정인 인천국제공항은 현재 막바지 개항준비로 바쁘다.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던 2000년12월 중순의 어느 날. 시청 앞에서 50여분 차를 달려 도착한 인천국제공항은 외부에서 보이는 커다랗고 황량한 모습과는 달리, 여객청사 안에는 1천여명의 자원봉사자들로 북적거렸다. 이날이 마침 입·출국을 포함한 공항의 종합시험운영일이었기 때문이다. 서울 일산 등지의 일부 교회 및 학교, 아파트단지 등에서 동원된 주부 및 학생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은 공항도착 후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하고 비행기를 타는 것부터 비행기 도착 후 짐을 찾아 세관 검색대를 통과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실제 상황에 맞게 연출했다.이들 자원봉사자들은 우선 단일 건물로는 아시아 최대(양쪽 끝에서 끝까지의 길이가 1천66m)라는 공항 여객터미널의 어마어마한 규모와 김포공항과는 완전히 다른 체크인 카운터 등 새로운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공항관계자들이 설명하는 공항운영 및 편의시설의 우수성에도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다.그러나 이들은 신공항이 단순히 크다는 것 외에 김포국제공항에 비해 어떤 점이 뛰어나고, 무엇이 다른지,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인천국제공항은 무엇보다 동북아 허브공항을 지향한다. 자전거 바퀴에서 바퀴 살(Spoke)이 맞물리는 중심부(Hub)처럼 동북아시아 지역의 다른 도시들을 연결하는 중심 축이 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이나 유럽지역의 장거리 노선 비행기들이 대형 비행기로 일본, 중국, 극동 러시아 등 동북아 지역 여행객들을 태우고 일단 인천국제공항에 안착하면, 보다 작은 단거리 노선 비행기들이 이들 여행객들을 해당 목적지까지 태워다 준다는 개념이다.여기에는 제 3세대 항공기 개발경쟁으로, 현재의 비행속도보다 3배 이상 빠른 마하 2.0 이상의 극초음속기 및 승객 6백~8백명 이상의 초대형 비행기의 출현(2010년 이내 상업화 목표)이 멀지 않았다는 항공 기술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이런 여건에서 동북아 허브공항을 지향하는 것은 지리적인 여건이나 규모, 시설 측면에서 그만큼 역량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리적 이점인천국제공항은 일본과 중국 및 러시아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동북아 항공망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비행거리 3.5시간 안에 인구 1백만명 이상의 도시가 43개나 있다. 물론 대부분이 일본과 중국의 주요 도시들이다. 이들 지역의 2010년 항공수요는 중국이 6천2백여만명, 일본이 9천1백여만명, 한국이 5천여만명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세계 항공시장의 거의 40~50% 수준이다. 일단 수요면에서 허브공항으로 나아가기 위한 뛰어난 조건이라 할만하다.북태평양 항공노선(동북아~북미) 및 시베리아 횡단노선(동북아~유럽)의 최전방에 위치, 중간기착지이자 경유지로서의 역할도 기대할 만하다. 예를 들어 홍콩에서 미국으로 갈 경우 비행거리가 1만3천km가 넘는다. 따라서 현재의 항공기술상(1만2천km까지 논스톱 가능) 중간에 한번은 반드시 쉬어가야 하는데(테크니컬 랜딩), 인천국제공항이 이를 위한 최적의 위치에 있다는 얘기다.도심과 떨어진 바닷가에 위치해 항공기 소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덕분에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도 환승 및 허브공항으로서의 매력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이에 따라 인천을 거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환승객을 전체 여객의 36%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같은 환승객 비율은 김포공항(17%)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아무리 위치가 좋더라도 시설수준이 뒤떨어지고 이용료가 비싸면 누가 이용하겠는가?◆ 시설 및 운영상의 특징과 경쟁력인천국제공항이 1차 경쟁대상으로 삼고있는 국제 공항은 일본 간사이와 중국 상하이의 푸동공항이다. 이들은 비교적 최근에 개항한 신공항인데다, 비행거리 3.5시간 이내에 위치해 여객수요층을 공유하는 공항이라는 뜻에서다. 물론 조금 넓게 보면, 싱가포르의 창이나 말레이시아의 세팡, 홍콩의 첵렉콕 공항도 2차 경쟁공항에 속한다.우선 1차 경쟁공항과 비교했을 때 인천국제공항은 규모나 시설면에서 일본 간사이나 중국 푸동공항을 훨씬 능가한다. 전체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활주로와 여객 및 화물처리 능력이다. 2001년 개항당시 인천은 2개의 활주로, 2005년 3개, 2020년(최종) 5개의 활주로를 갖게 되지만, 일본 간사이는 1차 완공시(94년) 1개, 최종 완공시(2007년) 3개의 활주로를 갖게 된다. 중국푸동도 현재 1개의 활주로를 갖고 있고, 2005년까지 3개를 더 만들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운항·여객 및 화물처리 능력에서 인천이 장기적으로 일본 간사이나 중국 푸동보다 훨씬 앞서있다.(비교표 참조).외국 항공기의 인천공항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항공기 이착륙 비용이다. 인천공항공사측은 현재 항공기 이착륙료로 2천8백~3천5백달러 사이를 고려하고 있다. 이는 김포공항의 2천3백달러 선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만, 주요 경쟁공항인 일본 간사이의 8천~9천달러, 중국 푸동의 5천달러 선에 비하면 훨씬 낮은 편이다. 그만큼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인천국제공항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일본 간사이 국제공항도 당초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을 목표로 세워졌지만, 비싼 이·착륙비 때문에 외국항공사들이 이용을 꺼려온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함께 일본 간사이가 지반 침하가 심해 승객 6백명 이상의 초대형 점보 제트기의 이착륙이 쉽지 않고, 활주로 신설 등 시설 확대여력이 많지 않은 점, 중국 푸동의 경우 기본적인 항공 인프라가 열악한데다 미국 등 주요 국가와 자유항공(Open Sky)협정을 맺지 않고 있다는 점 등도 인천국제공항이 허브공항으로서 경쟁력을 갖게 하는 요인들이다.◆ 첨단시설인천국제공항에는 김포공항이나 주변 경쟁공항과 비교했을 때, 전혀 새롭거나 ‘세계 제일’ 또는 ‘세계 몇 번째’라고 할만한 첨단시설들이 적지 않다.인천국제공항공사가 가장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첨단 이착륙 시스템이다. 2001년 개항당시 인천국제공항이 갖게 될 착륙 등급은 CAT-IIIa. 좀더 쉽게 표현하자면 육안 가시거리가 200m만 돼도 비행기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초정밀 자동착륙시스템과 악천후시 안전접근을 보장하는 전방향 표지시설 등을 갖춰 결항률을 낮췄다.(0.48%이하) 2020년 최종 완공시엔 가시거리 50m만 돼도 이착륙이 가능한 CAT-IIIb 등급으로 높여 결항률을 0.09% 이하로 낮출 방침이다. 김포공항이나 일본 간사이, 중국 푸동의 착륙등급은 3백50m 이상의 가시거리가 필요한 CAT-II이고, 김포공항의 결항률은 98년 기준 2.48%로 기록돼 있다. 게다가 인천공항의 안개일수 및 지속시간은 김포공항의 60% 수준이다.비행기 착륙후 적합한 게이트로 안내하기 위해 라이트가 자동으로 움직이며 켜지는 SMGCS(Surface Movement Guide Control System)도 노르웨이 공항에 이어 세계 2번째다. 전통 석등 모양을 본떴다는 인천국제공항 관제탑의 높이는 무려 1백8m로 미국 덴버공항 등에 이어 세계 3번째에 속한다.◆ 취항항공사 및 비전지금까지 인천국제공항에 취항하기로 한 항공사는 47개 항공사다. 현재 베트남항공, 가루다항공, 폴라화물항공, 일본 스카이마크항공, 에어재팬항공, 영국항공 등이 적극적인 취항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 2001년3월말 개항 전까지 취항항공사는 52~53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루 뜨고 내리는 국제선 항공편수는 3백50편으로, 김포공항의 하루 2백50편에 비해 1백편이 늘어날 예정이다. 공항 관계자는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경우 김포공항을 통해 주14회 운영하던 미국~한국 노선을 주 27편으로 늘려 신청하는 등 외국항공사의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인천국제공항은 단순한 공항(Airport)이 아닌 종합정보 및 비즈니스센터로서의 텔레포트(Tele-port), 항만시설을 겸한 시포트(Sea-port), 종합레저가 가능한 레저포트(Leisure-port)를 지향한다. 따라서 최초 5만평, 최종 45만평의 국제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고, 공항근처에 관세자유지역을 마련하며, 영종도~용유도 일대를 호텔 해양레저시설 카지노 등이 갖춰진 종합해상공원으로 개발하겠다는 장기계획을 세워놓고 있다.여태수 마케팅팀 과장은 “편의시설 및 서비스 면에서도 세계 최고수준을 지향하고 있다”며 “고객 만족도에서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이 주요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밝혔다.★ 경제적 파급효과5년내 19만명 고용유발 효과신공항 개항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교통개발연구원 허종 박사(경제학)는 공항공단과 항공사, 지상하역업체 등에 미치는 신공항의 생산유발 효과가 공항 개항 첫해에 1조1천억원(2001년 1월1일 개항을 기준으로 산정), 2005년에 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생산유발에 관련된 종사자들의 소득(일종의 구매력)이 일으키는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첫해에 4천억원, 2005년엔 1조9천억원에 달한다. 신공항의 고용유발효과는 개항 첫해에 2만9천명, 2005년 19만명으로 예상됐다.신공항 개항으로 인해 경제적 파급효과가 가장 큰 업계가 관광업계. 개항 첫해엔 전체 생산유발 효과의 20%, 2005년엔 40%를 관광업계가 차지하게 된다. 특히 부가가치 유발효과의 경우 개항 첫해엔 전체 부가가치 유발효과의 30%, 2005년엔 60%를 차지할 전망이고, 관광관련업의 고용유발 효과도 전체의 3분의 2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막바지 개항준비로 바쁜 인천국제공항. 2000년6월부터 활주로 이착륙을 비롯한 시험비행에 들어간데 이어 요즘은 공항의 종합운영 연습이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