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는 평판과 자산의 합이다. 선진 대기업들은 평판관리 차원에서 수조원까지 투자한다. 경쟁이 심화되고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비슷하면 비슷할수록 기업의 평판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이때에 특히 최고경영자의 명성이 기업의 평판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그래서 그러한지 요즘에 최고경영자를 활용한 홍보전략이라 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 명성관리(PI, President Identity)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 부쩍 늘었다.투자자 관계 관리 즉 IR가 최고경영자의 최대 관심사라 하는데,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도 최고경영자이다. 즉, 투자자들은 최고경영자가 보여주는 비전과 그 기업의 평판을 보고 투자한다. 최고경영자의 명성이 투자에 70%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다.위기가 발생하면 CEO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위대한 CEO 엘리자베스 1세’를 보면 16세기 초반 엘리자베스 1세는 성모 마리아를 떠올리게 하는 처녀 여왕(Virgin Queen)의 이미지를 구축해 영국 국민들을 사로잡고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해 화폐가치 하락, 급격한 인플레이션, 종교 분쟁으로 인한 내분 등으로 파산 직전에 놓인 유럽의 후진국 영국을 로마 이후 세계 최대 제국으로 탄생시킨다.기업인 중에 바람직한 명성을 지니고 있는 세계적인 CEO로는 GE의 잭 웰치 회장을, 한국에서는 안철수 안철수연구소사장을 들 수 있겠다. 만약 잭 웰치회장이, 또는 안철수 사장이 유사 규모의 다른 기업의 CEO로 발탁된다면 그 기업의 가치는 1.5배 이상 뛸 수 있다고 본다.이들과 같이 CEO가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동시에 조직을 우량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PR적 자질을 가지고 있어야 하나. 첫째, 듣기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대우인력개발원이 내놓은 <사장이 되기 위한 7가지 자질 designtimesp=20516>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자질을 강조했다. 보통 대기업 사장이 부진한 실적과 실수만 문제삼아 부하들을 윽박지르면 직원들은 사장 눈치만 살피게 돼 조직의 창의성은 멍들기 십상이라고 말한다.이의용씨는 <좋은 리더가 되는 2백12가지 노하우 designtimesp=20519>에서 상당한 부분을 지도자의 커뮤니케이션 문제에 할애했다. 신세대 부하직원들의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기 위해서는 옛날 얘기를 꺼내지 말고, 의사결정과정에 참여시키며, 개인시간을 보호해주고, 술로 만사를 해결하지 말고, 둘만의 시간을 가질 것을 충고한다.외국계 경영진, 커뮤니케이션 변화로 경영혁신 꾀해외국계 경영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한국 사장들보다 반드시 우수하다고 말할 순 없어도 적어도 우리는 이들이 커뮤니케이션 변화로 경영혁신을 꾀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P&G쌍용제지의 경우 직원들이 사장실로 보고서를 들고 바로 들어간다. 과장-부장-임원으로 이어지는 결재란이 없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사장은 5~10개나 됐던 기안서류 결재란을 두세 개로 줄이도록 했다. 커뮤니케이션은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로 간략히 나눌 수 있다. 이중에서 ‘듣기’가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외국계 사장들이 변화시키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종류도 바로 ‘듣기’이다.<그들은 어떻게 최고 경영자가 되었을까 designtimesp=20527>의 저자 벤턴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물어보고, 또 물어보라고 충고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designtimesp=20528>의 저자 스티븐 코비는 다섯번째 습관으로 ‘경청한 다음에 이해시키라’는 공감적 경청 원칙을 제시한다. 공감적 경청이란 가장 고차원적인 것으로 이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경청하기에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이다.해태, 동아, 한일, 극동, 삼미 그룹 등이 부실 기업으로 가는 과정은 비슷햇다. 재벌 총수들이 ‘황제’처럼 군림하는 한국적 오너십이라는 독특한 경영방식속에서 오랫동안 그들이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그룹의 실상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 기업들이 부실화되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지녔던 문제는 최고경영자의 듣는 통로가 차단되었다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IMF 경제위기도 현재의 경제 혼란도 대통령의 듣는 기능 마비 때문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