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서비스망 구축, 클레임 즉각 해결 … 미국 중국 등 해외시장 개척 심혈

실개천이 흐르고 황소 울음소리가 들리는 충북 옥천.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야산 아래 마을이 있고 저녁 때면 밥짓는 구수한 냄새와 함께 연기가 잔잔하게 피어오르는 시골마을이다.이곳에 국제종합기계(대표 신현우)가 있다. 트랙터 경운기 콤바인 등 농기계를 만드는 업체다. 농부의 일손을 덜어주는 제품이다. 덕분에 황소도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고 있다. 요즘은 논을 갈거나 모를 내는 것, 추수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기계로 처리한다.이 회사는 최근 몇가지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2천9백50억원 매출에 50억원의 이익을 냈다. 7년 연속 흑자를 낸 것.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수출을 본격화해 작년 7월에는 3천만달러어치의 트랙터를 수출키로 계약을 맺었다. 아메리칸자와(American Jawa)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30여년의 역사를 지닌 아메리칸자와는 미국에 3백여개의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는 굴지의 농기계업체다. 수출브랜드는 ‘센추리’.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의 광활한 들판에서 일하고 있는 센추리 트랙터는 바로 국제종합기계가 만들어 수출한 것이다.세계 최대시장 미국 본격 진출중국에도 진출해 헤이룽장성의 중식기업집단유한공사, 신태공정기계와 공동으로 농기계 합작회사도 설립키로 작년 11월 계약을 맺었다. 하얼빈에 콤바인을 6백대 수출한 적이 있는데 이 경험을 토대로 중국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앞으로 2년내에 설립될 중국합작법인은 자본금이 1천만달러 규모로 국제종합기계의 고유모델인 이앙기를 조립 생산, 중국내에서 팔게 된다.이 회사는 작년 9월에는 우수자본재 개발 유공업체로 뽑히기도 했다. 경운 운반 비료살포 등에 다양하게 쓸 수 있는 트랙터를 개발, 수입대체에 기여했다는 공로로 신사장은 철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작년 12월에는 농협과 주문자상표로 농기계를 납품하고 애프터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략적 제휴도 맺었다. 이에따라 올해부터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에 농협브랜드를 붙여 공급하게 된다. 국제종합기계가 갖고 있는 각 도의 정비공장과 이동식 정비차량을 활용해 애프터서비스도 실시하게 된다.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지만 이 회사가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국제종합기계가 창업된 것은 지난 68년. 이후 국제그룹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동국제강그룹에 인수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동국제강 출신의 신현우(56) 사장이 93년 최고경영자를 맡기전까지 회사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한양대 금속공학과를 나와 동국제강의 도쿄사무소장 등을 역임한 신사장이 사장을 맡을 당시만 해도 연간 2천억원 매출에 70억원의 적자를 냈다.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를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것.그는 사장에 취임하면서 몇가지 개혁을 시도했다. 가장 중시한게 서비스였다.“농기계는 전진 후진 경작 중량물이송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자동차는 보통 4~5단 기어를 사용하지만 농기계는 28단 기어까지 사용합니다. 자동차보다 훨씬 더 정밀하지요”신사장은 이런 기계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고장이 나면 바로 고쳐줘야 하는데 제대로 수리를 못해주자 농부들의 불만이 팽배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 이런 문제를 파악한 뒤 곧바로 모든 임직원을 소집했다. 직급이나 근무부서에 관계없이 전임직원이 농기계에 대한 기술과 지식을 익히도록 했다. 고객들로부터 언제 어떤 전화가 와도 즉각 대답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기 위한 것. “저는 담당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라든지 “담당자가 없으니 내일 다시 전화를 해주세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승진에서 가차없이 탈락시켰다. 한시가 급해 애타게 전화하는 농부들에게 이런 대답은 회사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었기 때문.매출 절반 해외시장에서 달성 포부사전서비스(Before Service)도 도입했다. 농기계는 특정시기에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계절제품이다. 모를 내는 이앙기는 봄철에, 추수하는 콤바인은 가을에 사용한다. 고장이 생기면 일시에 해결해야 한다. 아무리 서비스요원을 많이 확보해도 일손이 달릴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미리 찾아가 수리해주고 부품을 바꿔준 것. 민원을 반드시 24시간이내에 처리하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이를 위해 전국 8개도에 있는 영업소와 이들 산하의 대리점을 거미줄같이 연결했다. 누가 클레임을 전달받든지 즉각 해당 임원과 영업소 대리점에서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인력감축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부임당시 1천6백명이던 인력을 지금은 절반수준인 8백40명으로 줄였다.신사장은 해외시장개척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일본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제품성능에 자신이 있어서다. 작년에 트랙터 80대를 팔았고 올해는 완제품과 부품공급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오는 2004년에는 매출을 1조원으로 늘릴 생각입니다. 그래서 50조원에 이르는 세계 농기계시장의 2%를 장악할 계획입니다.”신사장은 한정된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세계시장 공략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세우고 있다. 미국의 농기계업체인 존디어는 연간 매출이 1백40억달러에 이른다. 농기계 분야의 성장가능성이 얼마나 큰지 말해준다. 매출의 절반을 해외시장에서 달성하겠다는 그는 연말연시에도 외국 바이어를 만나느라 바쁘게 뛰고 있다. (031)740-5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