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가사와 육아에 매달렸던 여성들이 취업전선으로 돌아가는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적성과 취미에도 맞으면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는 것은 더 더욱 어렵다. 하물며 집안에만 머물러 있다가 유망 사업 아이템을 발견했다며 불쑥 회사를 차린다는 것은 무모에 가깝다.“무슨 선을 타고 어느 역에서 내릴 때는 몇번 차량에 타고 있어야 다른 선으로 갈아 타기 쉽습니다.”도쿄를 중심으로 한 일본 수도권 일대의 2백여 환승역에 대한 정보를 백과사전처럼 꿰차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아이디어 마마(www. ne. jp. /asahi/ideamama/corp).놀랍게도 이 회사의 사장은 평범한 전업주부 출신의 34세 여성이다. 아이디어 마마를 이끌고 있는 후쿠이 야스요 사장이 회사를 차린 배경은 단순했다.3년전 한살배기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환승역에서 지친 다리를 끌고 한참을 헤매야 했던 경험이 창업의 씨앗이 됐다. 역들이 고객을 위한 정보를 제대로 갖춰 놓지 않아 엉뚱한 칸에 탔다가 수없이 다리 품을 팔았던 것이 남들 만큼은 이런 헛수고를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오기로 발전한 것.“지하철당국은 승객들이 특정 칸으로 몰려 차내 혼잡이 더 심해진다며 펄쩍 뛰었습니다. 출판사는 별 돈이 안된다고 판단했는지 처음엔 아예 눈길도 주지 않더군요.”후쿠이 사장은 환승역 정보를 인터넷 사이트에 제공하기 전 책으로 펴낼 당시의 일만 떠올리면 지금도 기가 막힌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약자가 차를 갈아탈 때 겪는 수고와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면 그런 반응을 보일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후쿠이 사장이 남편에게 아기를 맡기고 6개월간 발로 뛰어 다니며 취재해 펴낸 ‘환승역 정보’책자는 이제 지하철 승객들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고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이 잇따르면서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아이디어 마마의 환승역 정보는 인기 콘텐츠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환승역 정보 인기 급상승그러나 후쿠이 사장은 이에 머물지 않았다. 일본 전국의 철도연구회와 손잡고 학생들을 동원해 각지의 역지도, 지하, 버스정류장 등에 관한 정보를 샅샅이 캐냈다. 그리고 이를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제공하고 있다. 그녀는 자동차에는 자동차의 운행정보를 알려주는 ‘카 나비(카 내비게이터의 일본식 발음)’가 달려 있듯 사람들에게는 교통수단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아이디어 마마가 사람을 위한 ‘맨 나비’의 역할을 떠맡겠다고 자처하고 있다.아이디어 마마는 도쿄 일대의 민간철도 회사들의 포털 사이트 제작에도 한몫 거들고 있다. 특정 회사만이 아니라 모든 회사들이 함께 이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노선도를 만들어 정보를 신속히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에 후쿠이 사장이 쌓은 경험과 지혜를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30이 넘은 나이에 인터넷 벤처 기업인으로 변신했지만 후쿠이 사장의 포부는 원대하다. “맨 나비에 특화해 차세대 휴대전화에도 통할 수 있는 첨단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입니다. 콘텐츠에 관한 한 최고라는 평을 듣고 싶습니다.”후쿠이 사장은 2001년에는 아이디어 마마를 상장시켜 특정인만의 회사가 아닌, 제법 기업다운 틀을 본격적으로 갖추겠다는 계획이다.그녀는 세이조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전 캐논판매에서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