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패러다임·운영방식 변화시켜야 성공 … 사업구조·인력 재배치 등 경쟁기반 구축 필수

우리나라의 경영자는 무엇보다 먼저 실질적 의미의 구조조정이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과정임을 이해해야 한다. 급격한 경쟁환경의 변화속에서 기업의 영속성을 보존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과거 통계자료를 통해서도 충분히 설명이 되고 있다.(표1)에서 보듯 1960년 이후 세계 1백대 기업의 평균 잔존율은 38% 정도이고, 이중 미국기업은 21%, 일본기업은 22%에 달했다. 우리 나라의 경우 90년 매출액 순위 30대 기업중 99년까지 생존한 기업은 16개, 65년 1백대 기업중 99년까지 1백대 기업으로 잔존한 기업은 13%에 불과하다.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통한 기업가치 재창출에 성공한 일부 기업만이 오늘날 자신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특히 국내 대기업의 시장탈락은 85조5천억원의 금융기관 무수익 자산을 양산해 막대한 규모의 국민부담을 초래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대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다만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은 주주가치의 재창출에 두어져야 하며, 재무구조 뿐만 아니라 사업구조, 인력재배치, 구매관리, 평가체계 혁신 등 지속가능한 경쟁기반 구축이 필수 과제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구조조정에는 여러 차원과 분야가 있다. 이어지는 연재 시리즈에서 우리는 사업 포트폴리오 구조조정, 매각 및 인수, 재무 구조조정, 공급체인망 관리, 관리구조 재조정 등 구조조정의 분야별 주요 원칙과 이슈를 점검해 볼 것이다.지난 몇년간 한국 기업들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하에 주로 추진해왔던 것은 기업의 재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재무 구조조정이었다. 주어진 짧은 기간 내에, 정부가 설정한 일정한 수치상의 기준에 맞추어야 했던 한국 기업들에는 이런 재무 구조조정이 특히 유효했다. 높은 부채비율을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에 재무 구조조정은 채권단과 경영단이 모두 만족할 만한 가시적이고 확실한 결과를 낳았다.한국기업 구조조정, 재무구조조정에 국한재무 구조조정이란 부채구조조정과 주식구조조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부채 구조조정을 위해 흔히 쓰는 방법은 부채 종류의 재조정과 부채 상환 방법의 재조정 등이 있다. 주식구조조정은 주식 시장을 이용하게 된다. 다행히도 98년과 99년 한국의 주식 시장은 자금도 풍부했고 거래도 활발했으며, 이는 기업들의 주식구조조정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2000년의 주식 시장은 사뭇 다른 모습이었고, 2001년의 사정도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이런 재무중심의 구조조정 작업이 상대적으로 실행하기가 쉽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재무 구조조정 후에도 기업의 총자산 및 매출수준은 줄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는 매력이 있으며, 또한 인력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무 구조조정만으로는 한 기업의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이룰 수 없다.재무 구조조정은 말하자면 응급처지와 같은 것이다. 건강하지 못한 기업에 재무 구조조정이라는 처치를 하면 일단 출혈은 멈추지만 근본적인 체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단기 부채를 장기 부채로 전환하게 되면 유동성 압박은 완화될지 모르지만, 전체 부채 금액은 그대로다. 주식을 팔아서 현금을 확보할 수도 있고 부채와 주식을 맞교환해서 외부 현금조달을 용이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업의 펀더멘털(fundamental)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재무적으로 리엔지니어링을 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간에 근본적인 시장 경쟁력의 차이는 없다.지난 2년간 한국의 기업이 실행한 구조조정은 재무 구조조정에 국한돼 있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거시 경제 지표의 빠른 회복과 언론과 정치권의 과장 섞인 선전에도 불구하고, 주식회사 한국의 경쟁력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가령 2년 전 워크아웃 프로그램에 들어갔던 기업들을 살펴보면 당시와 지금의 차이는 거의 없어 보인다. 좀 더 거시적으로 볼 때 대부분 국내 기업들은 부채 비율을 정부가 세웠던 목표 수준까지 낮추는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이것만으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뤘다고 말할 수는 없다.진정한 의미의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과 기업 운영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경우에 따라서 사업의 매각 및 이에 따른 인력조정 등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구조조정의 여러 가지 측면과 결과중 작은 부분일 뿐이다.성공적 구조조정은 실보다 득 훨씬 많아기본적으로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는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제고하기 위함이다.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제고한다는 것은 기업의 자산이나 인력이 양적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과는 다른 얘기다. 다시 말해 기업 구조조정과 기업의 유무형 재산의 증감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기업 구조조정 중 아무래도 가장 예민하고 논란이 많은 부분은 인력감축과 관련된 부분인데, 실제로 대개의 사업구조 재조정은 인력구조 재조정을 수반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인력감축 그 자체가 구조조정의 동기가 돼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인력규모와 구조를 미리 못박아 두고 어떤 변화도 불가하다는 식의 접근도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는데 있어 전략적 선택의 폭을 상당히 제한할 것이다.구조조정에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단호한 결심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위험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잘 계획되고 성공적으로 실행된 구조조정은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