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미테크-인터넷제국, 신안화섬-프리챌 ‘결합’ 후 재도약 의욕 … A&D 늘어날 듯

박재천 아이클러스터 사장.‘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프리챌과 서버 호스팅 업체 인터넷제국이 각각 신안화섬, 동미테크라는 오프라인 기업에 인수합병 돼 재도약을 할 수 있게 됐다. 반대로 IT 인터넷 기업을 인수한 신안화섬과 동미테크는 굴뚝 기업이란 ‘꼬리표’를 떼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았다.’ 최근에 일어난 A&D(인수개발) 사례다.지난해 리타워테크놀로지스로 시작한 A&D열풍이 주가 차익을 노린 ‘머니게임’으로 인식되면서 주춤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회사가치를 올리는 쪽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늘어나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경기 악화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IT 인터넷 기업들의 생존 돌파구로 A&D를 통한 전통기업과의 ‘결합’을 선호하고 있어 사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국내 서버 호스팅 시장 60%를 점유하고 있던 인터넷제국은 2000년10월부터 과다한 광고, 마케팅 비용 지출로 인한 현금부족으로 부도직전까지 갔다.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아 고객도 줄어든데다 2차 펀딩도 안돼 곧바로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이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낚싯대 등 레저용품 제조업체에서 종합호스팅 전문업체로 변신중인 동미테크가 인수를 제의한 것이다. 인터넷제국 최건 사장을 포함한 주주들은 이에 동의했고 인수합병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동미테크는 2000년11월29일 인터넷제국의 지분 51.3%를 54억원에 인수해 회사 경영권을 확보했다.인터넷제국, 동미테크 만나 재기인터넷제국을 인수할 당시 동미테크는 이미 호스팅 전문업체를 목표로 ‘e-트랜지션 중’이었다. e-트랜지션 컨설팅 전문업체인 아이클러스터가 중심이 된 ‘컨소시엄’에 인수됐기 때문. 컨소시엄은 벤처캐피털 디스커버리벤처스, 스토리지 전문업체 씨디데이타, 보안호스팅 업체 넷시큐어, 투자회사 캔싱턴테크놀로지인베스트먼트 등 8개 법인과 3명의 개인으로 구성됐다.“컨소시엄은 호스팅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구성됐다. 여기에 맞는 전통기업을 찾는 것이 문제였는데 동미테크 김연호 사장과 합의가 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인터넷제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수 대상으로 생각해 오던 터였다.” 동미테크가 정상궤도에 올라올 때까지 위탁경영을 맡은 박재천(49) 아이클러스터 사장의 설명이다.컨소시엄은 동미테크 지분 61.5%를 75억원에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박사장은 “동미테크가 낚싯대 수출로 매년 1백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미래가 불확실했다. 원가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와 중국 등 저가 제품 등장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었다”며 “한마디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오너의 판단으로 e-트랜지션 작업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위탁 경영을 맡은 박사장은 동미테크를 종합 호스팅 전문업체로 바꾸기 위해 구조조정 작업에 돌입했다. 인터넷제국의 부실한 재무 회계 마케팅 부문부터 ‘수술’에 들어갔다. 박사장은 “구조조정은 동미테크도 같이 진행됐다. 인터넷제국이 안정화되는 올해 2/4분기에는 서버 호스팅을 시작으로 스토리지, 미디어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 시큐리팅 등 호스팅 사업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2000년12월21일 여찬기 전 한국전산원 초고속사업단장을 인터넷 제국 신임 사장으로 영입하고 조직정비에 들어갔다. 동미테크란 이름도 2000년12월27일에 글로벌호스텍으로 바꾸는 등 변신을 시도했다. 글로벌호스텍은 올해 동미테크 낚싯대 매출 1백50억원, 인터넷제국 호스팅 사업 2백억원 등 총 3백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의 가치를 올리는 A&D는 ‘머니게임’과 다르다. 금융이나 재무출신이 아닌 인터넷 기술 분야의 전문가에 의한 A&D는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진정한 구조조정이 될 것”이란게 박사장의 e-트랜지션 지론이다.프리챌, 신안화섬 만나 자금난 해결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프리챌도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신안화섬이라는 오프라인 기업과 손을 잡았다. 2000년1월 서비스를 시작한 프리챌은 여느 커뮤니티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수익모델 부재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2000년 하반기 들어서면서 펀딩이 어려워지자 새로운 돌파구로 인수합병을 은밀히 추진해 왔다.이태신 프리챌부사장.이태신(35) 프리챌 부사장은 “2000년12월말 현재 현금이 60억원 정도 남았는데 올해 3월까지 추가 펀딩을 받지 못하면 위기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해결 방법으로 이미 상장된 회사의 지분을 확보해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수합병을 모색하던 프리챌의 생각은 신안화섬을 인수한 개인 투자펀드인 IHIC파트너스를 만나면서 현실화했다. 이미 이름만 남아있는 신안화섬을 인터넷 지주회사로 변신시키기 위해 중심이 될만한 회사를 물색하던 IHIC파트너스 눈에 띈 것이다. IHIC와 프리챌의 인수합병은 순식간에 진행됐다. 이에 2000년12월17일 신안화섬은 프리챌 전제완 사장을 비롯한 기존 주주들의 지분 41%를 액면가 15배로 인수하고, 프리챌은 신안화섬의 주식 33%를 인수하는 주식교환이 이뤄졌다. 이부사장은 “프리챌의 회사가치를 6백80억원으로 보고 이 가운데 40% 정도인 2백80억원 어치와 경영권을 넘겨주는 방식을 택했다”며 “양사의 주주가 지분을 교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자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금은 올해 1월15일 예정돼 있는 신안화섬 주식 유상증자 때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프리챌을 인수한 신안화섬은 프리챌 전제완 사장과 IHIC 이성주 사장이 공동 경영한다. 신안화섬은 조만간 이름도 바꾸고 프리챌의 자회사 드림챌, 게임맥스, 지오이스트, 바로인, 웹쇼티브이, 815닷컴과 IHIC의 자회사 아이스타뮤직 등을 거느리는 인터넷과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지주회사로 탈바꿈한다. 이부사장은 “신안화섬과의 결합으로 프리챌은 지주회사로 편입돼 투명경영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또 코스닥 등록기업인 신안화섬을 통해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금 융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리챌은 2000년12월말 현재 3백만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2000년 하반기부터 전자상거래, B2B 수익사업에 나서 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통기업의 e-트랜지션은 한계상황을 벗어나 새로운 사업으로 확대할 수 있고 IT 인터넷 기업에는 자금을 수혈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게 이부사장이 말하는 e-트랜지션 효과다.이밖에 과도한 연구개발 비용 지출로 자본금까지 잠식당한 영상압축기술 소프트웨어 업체인 한국미디어산업기술도 레미콘업체인 한일흥업에 인수 합병돼 자금난을 해소했다. 최근에는 화의기업 중 한 곳이 IT 인터넷 기업을 A&D 방식으로 인수 합병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한계상황에 도달한 전통기업들의 e-트랜지션 붐과 함께 자금난을 겪고 있는 IT 인터넷 기업들의 A&D 방식을 통한 인수합병이 올해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