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사정이 비슷하지만 일본에서 연식이 8년을 넘겼거나 주행거리가 10만km를 넘은 차들은 중고차 시장에서 ‘퇴박’이다. 물건 아껴쓰는 것이 몸에 밴 일본 국민들이라 할지라도 차량만큼은 아주 오래된 것을 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고차를 사는 수요자들도 매장을 방문해 차량을 확인하고 담당자들과 상담을 거친 후 구입여부를 결정하는 습관이 뿌리깊이 남아 있다.아가스타(www. agasta. co. jp)의 마쓰자키 미사(30) 사장은 이같은 아날로그적 관행과 사고의 허점을 파고 들어 온라인상에서 첨단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낸 여성기업인이다.교토 출생으로 종합상사 직원인 부친을 따라 6세 때부터 4년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살았던 그녀는 전공인 프랑스어를 공부하면서 서구식 합리적 사고에 길들여지게 됐다.마쓰자키 사장이 인터넷을 통한 중고차 수출판매에 착안하게 된 것은 3년전 일본의 대형 중고차전문 딜러인 걸리버의 한 매장 앞에서였다. 너무 오래된 차는 취급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그같은 관행에 한동안 의문을 품은 후 호주, 영국처럼 차량이 좌측 통행인 나라에서 일본 차들이 얼마나 환영을 받을 것인가를 떠올렸다. 그리고 일본의 폐기대상 차들 중 상태가 괜찮은 것을 골라 해외에 내다 팔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아가스타의 사업방식은 철저히 첨단 스타일이다. 매장도 없고 차량을 팔고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다리 품도 팔지 않는다. 외상판매도 하지 않는다. 사려는 사람이 통장에 돈을 입금시킨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물건을 건넨다. 차량은 중고차 판매업자들을 대상으로 전국 각지에서 인터넷 상으로 열리는 경매에 참가해 사들인다.구시대적 거래 관행이 절대 우세한 중고차 업계에서 첨단방식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지만 해외거래선의 반응은 훨씬 우호적이다.97년에 설립된 아가스타는 98년12월에야 비로소 주식회사로 형태를 바꿨지만 2000년6월 결산기에만 무려 3천여대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일본 소비자들이 쳐다 보지도 않는 중고자동차를 갖고 7억5천만엔의 돈을 당당히 벌어들인 것이다.마쓰자키 사장은 남들이 버린 것에서 상품가치를 발견해 냈을 만큼 사업에 뛰어난 눈썰미와 자질을 가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녀는 93년 대학 졸업 후 벤처 회사에 몸담으면서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개발업무를 통해 도전의식과 사업센스를 갈고 닦았다.“내가 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찾느라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다. 유망한 아이템은 곧바로 수익으로 연결되니까요.”마쓰자키 사장의 사업 스타일은 틈새를 정확히 찾아내면서도 일단 목표물이 정해지면 과감히 밀어붙일 만큼 공격적이다.중고차업계 첨단 주자로 급부상아가스타는 지난해 가을 인터넷 중고차유통 시스템을 일본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리고 가입회원수가 무려 7천개사에 이르는 오토 서버와 해외 시장개척을 위해 서로 손잡기로 합의했다. 걸음마를 시작한지 3년이 채 안된 인터넷 벤처지만 폐기 대상의 헌차로 귀중한 외화를 벌어들인 수완과 안목이 일본 중고차 업계의 전문가들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았음을 보여주는 셈이다.제휴업체들이 늘어나고 정보 수집능력이 보강되면서 아가스타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2001년6월까지 23억엔대의 매출을 올려 전년보다 3배 이상의 신장률을 달성한다는 각오가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