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기업, 토털컨설팅 통해 가치극대화 실현 … 올해 2천6백억원 투자 추진

KTB네트워크 사옥인수합병설이 나온지 4개월만에 옥션이 e베이에 최종 매각됐다. 한국 인터넷 산업의 시장성과 기술력을 세계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사건이다. 또 국내 선두 인터넷벤처가 외국기업에 매각되는 첫번째 사례를 만들어 많은 인터넷 벤처들에 희망을 던져 주었다. 이금룡 옥션 사장은 “협상내용이 외부로 알려져 곤란하기도 했지만 협상은 큰 무리 없이 진행됐다”며, “회사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았다”고 말했다.이처럼 인수합병설이 외부로 불거져 나왔음에도 협상이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협상의 중심에 있던 권성문 사장과 KTB네트워크의 힘이 컸다. 특히 자산규모가 2조원대를 돌파한 벤처투자의 거목으로 성장한 KTB네트워크의 신중하고 조심스런 협상능력이 성공의 열쇠로 작용했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이번 옥션 매각으로 KTB네트워크는 1백10억원의 투자이익을 봤다. KTB관계자는 “투자이익을 노렸다면 보호예수기간이 끝나는 지난해말 주당 3만원일 때 팔았을 것”이라며, “그때 매각하지 않은 것은 e베이와의 협상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KTB네트워크의 의지 때문”이라고 말했다.투자 중단 소문만 돌아도 업계 긴장KTB네트워크는 그동안 옥션 이외에도 투자이익 회수에 성공한 사례가 많다. 네트워크 인터넷접속장비 개발업체인 한아시스템은 지난 96년9월 10억원을 투자해서 99년12월에 매각해 1백13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또 ISDN용 터미널 개발업체인 디지텔은 99년6월에 7억5천만원을 투자해 지난해 5월 매각 76억5천만원의 이익을 보았다. 또 댄스 게임 제조업체인 이오리스에는 97년6월 22억원을 투자, 지난해 7월 매각한 결과 1백87억원의 투자이익을 남겼다. 이외 씨엔에스테크놀로지, LG홈쇼핑, 서두인칩, 핸디소프트, 한통프리텔 등이 대표적이다. KTB네트워크는 옥션을 비롯해 지난해 8월말 현재 1백14개의 벤처기업을 코스닥에 등록시켰다. 또 33개 업체를 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으며, 14개 기업을 나스닥으로 보냈다.업계에서 KTB네트워크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실례로 지난해 하반기 벤처 자금난을 겪고 있을 때 KTB네트워크가 투자를 중단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벤처업계가 긴장하는 해프닝도 있었을 정도다. 벤처캐피털 업계에 우뚝선 KTB네트워크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우선 KTB네트워크 탄생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KTB네트워크는 권성문 사장이 부실의 끝에 있던 한국종합기술금융을 인수해 이름을 바꾼 회사다. 99년1월 권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미래와사람이 당시 누구도 거들떠 보지않던 한국기술금융을 93억원에 인수한 것. 권사장은 인수후 투자 패턴을 리스크 부담을 피한 융자중심의 영업에서 리스크를 부담하면서 미래의 높은 수익가치를 추구하는 벤처캐피털 본연의 역할로 경영방향을 전환했다. 그 결과 민영화 첫해인 99년말 부채비율을 2백16%로 낮추고 자기자본비율 31.7%, 당기순이익 1천1백7억원 등 우량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했다.벤처캐피털 본연의 역할 충실또 하나는 투자기업에 대한 네트워크 지원이다. 단순히 자금지원만이 아니라 전략적 구조조정, 세무, 법률 등 경영전략에 대한 컨설팅, 홍보마케팅 지원을 통해 해당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실례로 투자업체 모임인 KTB n클럽 등을 구성해 투자업체들에 ‘논외’의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현재 2백50명의 인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1백20명이 심사역일 정도로 풍부한 인력도 자랑이다. KTB네트워크 김승일 홍보팀장은 “20년 노하우가 무형의 투자시스템이라면 유형의 투자시스템은 철저한 심사과정”이라고 말했다. 심사역들이 ‘엮어온’ 투자 대상 기업은 각 심사팀장으로 구성된 투자심사위원회에서 걸러지고 다시 임원들로 구성된 집행임원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그만큼 꼼꼼하게 투자한다는 얘기다.KTB네트워크는 유형 무형의 투자시스템을 바탕으로 올해 2천6백억원(자기계정 1천2백억원, 조합계정 1천4백억원)의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상반기에 1천억원을, 하반기에 1천6백억원을 사용한다. 현재 투자여력은 자체 여유자금 3천억원과 조합 미소진금액 1천5백억원을 합친 4천5백억원. 올해 조합결성 계획 규모는 1천8백억원이다.업종별 투자 포트폴리오는 전자(60%), 인터넷(20%), 생명기계(10%), 엔터테인먼트(5%), 기타(5%)로 구성했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인터넷(28%)이 줄어든 반면 전자(48%)가 늘어났다. 이에 대해 KTB네트워크는 업종다각화를 통한 시장위험분산, 경쟁력있는 업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KTB네트워크의 분기별 투자 기업체수는 3백여개였고 투자 금액은 5천억원이었다. 또 지난해 실질 투자수익은 3천5백억원이었으며, 당기순이익은 2천억원이었다.★ 옥션 매각을 보는 업계 시각국내 인터넷 벤처, 인수합병 기폭제될 듯‘우리도 잘만하면 옥션처럼 될 수 있다.’ 올해 인터넷 벤처 업계의 최대 이슈는 인수합병(M&A)이 될 전망이다. 옥션이 e베이에 인수합병되자 많은 인터넷 벤처들이 부러움을 표시하고 있다. “우리도 옥션처럼 돼야죠. 회사가 매각돼 더 잘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지 않겠어요.” 테헤란밸리 닷컴 기업 한 관계자의 말처럼 이제 인수합병은 벤처 업계의 희망이 되고 있다.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옥션 이후 닷컴 기업으로 해외매각 사례는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외국기업이 인수할 만한 닷컴 기업은 현재 없다는 얘기다. 한국M&A 윤형수 차장은 “현재 상장돼 있는 닷컴 기업 가운데 외국기업에 매각될 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는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닷컴 기업으로 외국기업에 인수합병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해 4월 여행전문사이트 3W투어와 한글과컴퓨터 정도다. 두 회사 모두 코스닥등록 기업이다. 비상장회사로는 인츠닷컴이 미국 투자회사와 1천억원대 인수협상을 벌이다 결렬됐다. 또 솔루션 업체로 MP3플레이어 제조업체인 디지털캐스터와 시노스텍이 각각 미국의 다이아몬드와 홍콩의 파인사에 매각됐다.드림디스커버리의 김정국 이사는 닷컴 기업이 해외 매각되기 위해서는 “우선 시장내 1위 기업이어야 하고, 같은 업종이어야 하며, 자본이득을 노릴 수 있는 상장회사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로벌 경영이 필수적인 벤처들도 해외업체와 인수합병을 적극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금룡 옥션 사장도 보안과 무선솔루션 분야에서 외국기업에 매각되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사장은 인수합병 협상과 관련해 “인수합병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능력, 기술력, 비전이 인수기업과 일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쨌든 옥션 매각으로 국내 인터넷 벤처에 해외매각을 포함한 국내업체간 인수합병 열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