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매매패턴에 따라 웃고 울게 되면서 외국인의 투자자금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은 연초부터 설연휴 직전인 1월22일까지 연일 한국주식을 사들였다. 순매수 규모가 무려 2조5천억원 어치에 달한다. 덕분에 지난 연말 504.62였던 종합주가지수는 627.45로 솟구쳤다.그런데 외국인은 지난 1월26일에는 8백39억원의 순매도로 급선회했다. 충격파는 상당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5.69%나 폭락해 단숨에 591.73선으로 밀려 버렸다. 연초부터 나타난 폭발적인 유동성 장세가 공격적인 외국인 투자자금에 의해 주도됐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날의 갑작스런 외국인 매도세는 이같은 시각을 대변하는 듯했다.이날 시장에서는 “한국에서 20∼40%의 단기수익을 올린 헤지펀드들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을 토해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주가가 620∼650 이상 상승하면 헤지펀드 매물이 예상된다”고 점친 일부 시장관계자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한 날이었다.갑작스레 대량 순매도 … 한국증시 ‘휘청’사실 외국인의 이런 급작스런 태도변화는 매수강도가 높아지고 매수자금 규모가 계속 늘어나면서 우려돼 왔다. 외국인 의존도가 너무 높아져 순매수추세에서 순매도 기조로 돌변할 경우 주가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외국인 매수자금 성격을 놓고 재경부까지 나서 단기 투자성 헤지펀드 자금이니 중장기 투자자금이니 하며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과연 연초부터 한국증시에서 2조5천억원어치 주식을 사모았던 외국인투자자금은 대부분이 단기차익을 노린 헤지펀드의 자금인가.국내외 시장관계자들은 일단 1월26일 차익실현에 나선 자금은 단기성 투자자금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수가 500대 초반부터 주식을 매집한 자금의 경우 이미 한달도 안되는 사이에 20%에서 40%가까운 수익을 올렸기 때문에 목적달성이 돼 유출을 시작했다는 것이다.또 원화값이 하락해 대다수 주식가격이 달러화 가치로는 크게 떨여져 있다 보니 환차익을 노릴 수 있었던 것도 한국주식에 대한 투자동기를 유발했다는 분석이다. 엔화약세를 활용, 엔화를 빌려 한국증시에 투자하는 ‘엔캐리(Yen-carry)자금’이라는 분석도 있다.그러나 외국인 투자자금의 대다수가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성자금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중장기 투자자금과 단기투기성자금이 혼재한 것으로 보는 견해다. 지난해 한국주가가 크게 하락해 중장기투자자금들로서는 한국주식을 싸게 매입할 기회였다는 것이다.한국증시의 장기적 성장성을 감안해 한국시장 비중확대 및 기존펀드의 교체매매를 위한 중장기자금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글로벌 펀드 등 미국내 뮤추얼펀드 등의 수탁고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이의 근거로 제시된다.그러나 대다수 외국인 전문가들이 한국의 경기회복이나 구조조정 등 펀더멘털한 경제여건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는 판단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중장기투자자금이라 하더라도 펀더멘털이 크게 좋아지지 않은 한국시장에서 급작스러운 주가상승으로 예상 이상의 수익이 발생했다면 차익실현의 욕구를 느낄 수 있다.어떤 경우든 중요한 것은 한국증시의 펀더멘털이다. 외국증권사 관계자들은 “앞으로 과감한 구조조정과 빠른 경기회복을 통해 한국 스스로 경제여건을 개선시키지 않는 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금리 등 외부변수에 더 신경을 쓰게 되고 그런 외국인들에게 한국증시는 계속 휘둘릴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