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샐러리맨으로 시작, 대기업을 통째로 사버린 배짱 두둑한 사람이 있다. 지난해 12월 대우전자부품을 인수한 박주영(54) 파츠닉 회장이 주인공이다. 대우그룹 계열사였던 대우전자부품은 워크아웃중에도 지난해 2천6백억원의 매출(순익 10억원)을 올렸다. 박회장은 인수한 대우전자부품을 파츠닉으로 사명을 바꿨다.박회장은 지난 75년 대우전자부품에 입사했다가 86년 부장으로 퇴직했다. 하지만 박회장은 이 회사를 아예 떠난 것이 아니었다. 박회장은 퇴직하던 그해 대우전자부품의 콘덴서 소재인 ‘음극 박’을 납품하는 ‘알루코’라는 회사를 세워 계속 관계를 맺어왔다.“대우전자부품에 근무하면서 콘덴서 소재산업의 무한한 성장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때마침 내가 일하는 것에 비해 회사가 월급을 많이 준다는 생각도 들어 아예 회사를 그만 두었습니다.”‘고래’ 삼킨 샐러리맨 출신 CEO박회장은 알루코를 창업한지 2년만인 87년말 음극박을 개발, 소재국산화 1호의 주인공이 됐다. 음극박은 콘덴서의 핵심소재인 알루미늄 에칭박중의 하나다. 박회장이 개발한 음극박은 뛰어난 성능이 구매기업 사용자들의 구전으로 알려지면서 동남아시장을 휩쓸어 지금 전세계 시장의 15%를 점유하고 있다.알루코는 지난해(6월결산) 매출 3백억원, 순익 30억원을 올렸다. 때문에 주위에선 자기몸집보다 거의 10배가 큰 대우전자부품을 인수한 알루코를 두고 ‘고래를 삼킨 새우’라고 빗대어 말하기도 했다.하지만 주식시장에서의 회사가치를 비교하면 이같은 말은 무색해진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알루코의 주식시가총액은 지난해말 1천2백여억원인데 비해 대우전자부품은 그 절반도 안되는 5백여억원에 불과했기 때문.박회장은 당초 지난 98년 대우전자부품을 인수하려 했었다고 한다. 이 회사가 무한한 성장가능성이 있는데도 대우그룹이 관심을 안보여 그나마 갖고 있던 성장 잠재력마저 사장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당시 대우전자부품을 잘만 꾸려가면 수백억원의 이익을 남기는 우량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회사가 대우그룹내 대우중공업 대우전자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엄청나게 큰 계열사들에 밀려 투자는커녕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어요.”박회장은 대우전자부품 인수를 작정하고 대우그룹 고위관계자들을 6개월 동안 쫓아다니며 설득했다. 이내 박회장은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으로부터 대우전자부품 인수허락을 얻어냈다. 하지만 대우전자부품에 대한 박회장의 ‘오랜 공’은 이 회사가 98년말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허사가 되고 말았다.“이 회사가 올해 3천억원의 매출과 1백50억원의 순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다만 가뜩이나 대우그룹 부도로 실의에 빠져 있는 회사 직원들이 중소기업에 인수된 것을 실망해 더욱 자신감을 잃을까 걱정이 됩니다. 나는 회사를 살릴 자신이 있는데 말입니다.”박회장은 이미 알루코로 성공한 기업가이다. 그는 하반기에 출시되는 저압양극박에 힘입어 알루코는 올해 5백억원의 매출을 거뜬히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박회장은 성공비결에 대해 ‘경쟁사와 다른 발상으로 제품을 만들어 독창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과 ‘경영자가 직접 기술개발 현장에 뛰어들어 직원들을 독려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