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시내버스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젊은 엄마와 유치원생인 듯한 귀여운 딸이 버스에 오른다. 딸의 한손엔 음료수가 든 종이컵이 들려 있었다. 엄마와 딸이 자리에 막 앉는 순간 버스가 갑자기 출발했다. 차체가 크게 흔들리며 딸이 들고 있던 종이컵의 음료수가 쏟아져 아이 옷은 물론 엄마 옷에까지 튀었다. 순간적으로 화가난 엄마가 종이컵 하나도 제대로 못드느냐고 윽박지르자 딸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엄마와 어린 딸의 어이없는 행동을 보면서 우리의 삶 속에서 내가 다스릴 수 있는 것과 다스릴 수 없는 것을 분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버스가 가끔 덜컹거리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며 실제로 승객이 통제할 수 없는 현상이다. 엄마가 해야 할 일은 이런 현상을 고려해 쏟아지기 쉬운 음료수 컵을 들고 버스에 타지 않도록 어린 딸을 지도하는 일이다. 그 엄마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엉뚱하게 딸만 나무라는 어리석은 행동을 보여 주었다.급변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즉 내가 다스릴 수 없는 여러가지 일들이 새롭게 우리를 엄습해오고 있다. 우리는 내가 다스릴 수 없는 여러가지 일들을 어떻게 다스려 보려고 애쓰기보다 어떻게 적응하고,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관심을 기울이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우리가 잘 아는대로 아직까지 사람의 힘으로는 바람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수도 없고, 또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을 조절할 수도 없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들은 바다를 항해하며 바람의 방향과는 관계없이 돛을 조절해 자기가 가야 할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다.급변의 디지털 시대를 맞아 거센 변화의 바람을 우리힘으로 막거나 조절할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에 얼마든지 잘 적응하고 또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있다. 내가 다스릴 수 없는 급변의 바람에 맞서거나 공연히 겁을 먹고 외면하려는 자세는 어리석은 일이다.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내 힘으로 다스릴 수 있는 통제력은 약화되는 대신 새로운 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한 위험 부담은 더욱 커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다행히 내 힘으로 다스릴 수 없는 것들이라도 우리가 이에 적응하고 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은 항상 열려있다.앞으로 한 국가나 한 기업, 또는 개인의 미래는 바로 내 힘으로 다스릴 수 없는 것들을 잘 분별해 이에 잘 적응하고 잘 이용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그 모양을 달리하게 될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것과 다스릴 수 없는 것을 구분해 정책변수(Policy Variables)와 행태변수(Behavior Variables)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두가지 변수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경제나 기업의 성패가 결정된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실제로 지금 우리나라 경제나 기업들이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인의 하나는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것과 다스릴 수 없는 것을 혼돈해 아까운 에너지를 소모하고 시간을 낭비하는데 있다.스스로 다스릴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련하게 맞서거나 스스로의 통제력과 관계없는 행태변수의 영향으로 상황이 호전된 것을 자기 스스로의 노력때문인 것으로 착각하고 허세를 부리다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급변의 디지털 시대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기 위해선 나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과감히 변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나스스로 변화시킬 수 없는 것엔 적극적으로 나 자신을 적응시키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