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영화를 벤치마킹한 무협광고는 이제 광고업계의 주요 흐름이 됐다. 업체 입장에서 무협광고의 매력은 간단하다. 숱한 무협영화에서처럼 절대강자만이 살아 남을 수 있는 현실에서 소비자들에게 경쟁 제품보다 우수하다는 이미지를 분명히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무협광고의 대표주자인 대우자동차 마티즈II 광고올들어 무협영화로 광고 및 제품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는 대표주자는 대우자동차의 마티즈II다. 지난해 하반기 ‘환골탈태’를 선언하며 중원을 향해 길을 떠났던 마티즈II는 올들어 ‘경차지존(輕車至尊)’을 부르짖으며 본격 무협광고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광고내용은 안개가 자욱한 어느 집 앞뜰에서 시작된다. 복면을 쓴 검은색 복장의 고수들이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하며 마티즈를 따라잡기 위해 혈안이 돼있지만 마티즈는 유유히 이를 따돌리고 어느새 지붕위에 올라가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이어서 외치는 한마디는 바로 ‘경차지존!’. 외롭게 길을 떠났던 마티즈II가 와신상담의 몸부림으로 내공을 쌓은 뒤 마침내 무림을 평정하고 지존이 되어 돌아왔다는 것이 광고의 스토리다. 이를 통해 마티즈II가 같은 차종의 경차 중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음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마티즈II가 벤치마킹한 무협영화는 바로 비천무. 검은 옷에 복면을 쓴 고수들이 지붕 위를 휙휙 날아 다니는 모습은 비천무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광고를 제작한 금강기획측은 비천무를 찍었던 홍콩 특수촬영팀과 스턴트맨들이 촬영과 연기를 맡았다고 전한다.동양제과 오리온 프리토레이의 ‘오!감자’ CF는 감자스낵 시장을 춘추전국시대에 비유한 코믹 광고 ‘춘추전국시대편’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박진감·신비감 쫓는 소비자 기호에 맞아오리온의 오!감자 광고99년 무림편, 2000년 패왕별희편에 이어 세번째로 나온 이 무협광고는 시트콤 ‘세친구’에서 특유의 코믹연기로 인기를 얻고 있는 윤다훈이 오감자맨으로 나와 ‘감자구멍송송권법’ ‘둘둘말이권법’ 등 오감자 권법으로 ‘우후죽순 변방감자’들을 물리치고 ‘절대감자 오!감자’를 외치며 감자시장을 평정한다는 내용이다.이 광고에 쓰인 무협패러디 코믹 카피들은 요즘 어린이 청소년층에서 즐겨 사용될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이밖에 신세기통신 무선인터넷 브랜드인 ‘017i’는 악당에게 위협당하는 전지현을 구하기 위해 중국무술의 달인 황비홍을 연상시키는 ‘아이 캐릭터’를 등장시켜 이소룡의 화려한 쌍절봉 솜씨로 악당을 기절시킴으로써 017i가 ‘당신의 해결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지난해엔 롯데칠성음료의 ACE4U가 여자 무사 한 명이 대나무 숲에서 덩치 큰 남자검객들을 맞아 무술 승부를 벌인다는 내용의 광고로 ‘와호장룡’의 환상적인 대나무숲 결투를 연상시키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한편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리복도 지난해 세계적인 무협바람에 편승, 한국의 전통 스포츠 `‘축국(蹴鞠)’을 무협풍으로 제작한 광고를 선보였다. 서해 제부도에서 촬영한 리복광고는 드넓은 광야, 바람에 날리는 깃발을 배경으로 무협영화의 결투장면처럼 진용을 짜고 서있는 도인과 젊은이들을 내세워 스포츠세계의 모습을 무협영화처럼 다이내믹하면서도 재미있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업계 관계자들은 절대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오늘날의 경쟁현실이 무협영화가 배경으로 하는 당시의 현실과 많이 닮아 있는 데다 박진감과 신비감을 쫓는 소비자의 기호가 맞아 떨어져 무협광고 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