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초에 한 때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3월 2일 현재 5.55%. 콜금리는 5.04% 수준이다.시중은행도 잇따라 예금금리를 내리고 있다. 농협과 주택은행은 이달부터 1년만기 정기예금의 고시금리를 연 6.0%대에서 연 5.7%로 내렸다. 이 정도면 세금을 제하고 연간 이자가 5%도 될까 말까하는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금리는 거의 1%도 안되는 셈이다.3월 미FRB의 금리인하 가능성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 당분간 현재의 저금리추세가 상승세로 반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문제는 단군이래 최저라는 저금리에서도 시중의 부동자금이 아직 증시로 들어오기를 꺼린다는 것. 지난 연말 6조원대였던 고객예탁금은 1월에 2조원 이상 늘어나 8조원을 넘어섰지만 추가로 늘지 않고 있다. 지난 98년부터 99년말까지의 상승기간 동안 예탁금은 2조원대에서 6월까지 10조원 이상으로다섯배 가까이 늘었었다.물론 현재의 고객예탁금 수준이 과거와 비교해 결코 적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SK증권은 최근의 예탁금 수준이 “시가총액(거래소+코스닥)대비 3%대 중반으로 99년 평균치와 비슷하며 하락장세가 지속된 지난해보다 개선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수의 추가상승이 제한될 경우 예탁금이 줄어들 수 있지만 아직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그러나 2월 중순이후 유동성장세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자 고객예탁금은 다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또 투신사 및 자산운용사들이 2월 이후 잇따라 각종 형태의 펀드를 내놓고 있음에도 순수 주식형상품의 설정잔고가 크게 늘지 않고 있다.한국투신협회에 따르면 순수주식형펀드의 설정 잔고액은 1월말 4천1백52억원에서 2월 들어 오히려 줄어들었다. 2월 마지막주에 일부 자산운용사의 주식형뮤추얼펀드 판매가 시작되면서 다소 늘어 4천2백7억원이 됐지만 여전히 본격적인 자금유입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일부 B등급 회사채시장이 활성화되는 조짐도 없지는 않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스필오버현상이 나타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사상 초유의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증시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 원인은 뭘까.이근모 굿모닝증권 전무는 “금리가 낮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금리도 낮지만 저금리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리스크가 높다는 인식 때문이다. 기업의 부도위험이 더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경기바닥에 대한 인식이 동시에 진행돼야 증시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경기바닥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박만순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이사는 “금리바닥에 대한 인식과 함께 경기의 저점에 대한 인식이 동시에 진행돼야 주가도 바닥에 대한 확신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한다.그러나 현재 경기저점에 대해서는 정부의 시각과 민간경제연구소나 투자자들의 전망이 서로 엇갈린다.최근 전철환 한국은행총재는 “1분기가 경기저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빠르면 2분기부터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다수 민간경제연구소나 외국계 금융기관 국내외 증권사들은 빨라도 올 4분기를 이야기한다. 좀 더 비관적인 사람들은 올해안에 경기저점을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내부요인도 요인이지만 미국의 경착륙 가능성과 ‘3월 위기설’로 대표되는 일본의 심각한 경기불황에 근거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