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라인 야후의 중간 지주사 A홀딩스의 네이버 주식을 사들이기 위한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 야후 대주주인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하고 있어 라인 야후의 실질적인 모회사다.
네이버의 라인 야후 지분을 인수하려는 소프트뱅크의 움직임은 지난달부터 일본 총무성이 라인 야후가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이버 보안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두 차례 행정지도를 내린 이후에 나왔다.
앞서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악성코드에 감염돼 일부 내부 시스템을 공유하던 라인야후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하자, 일본 총무성은 올해 3월 5일과 이달 16일 두 차례에 걸쳐 통신의 비밀보호 및 사이버 보안 확보를 위한 행정지도를 실시했다.
일본 정부는 두 차례의 행정지도에서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했다.
2011년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라인은 현재 일본인들이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일본 국민 메신저'다. 일본을 포함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라인 가입자는 현재 2억명에 이른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대주주인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언론들은 소프트뱅크가 일본 정부의 강경한 요구에 따라 이 같이 행동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인은 네이버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다. 당시 네이버는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 당시 전화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터넷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들은 무리 없이 작동하는 것에 주목했다. 또한 대지진으로 사회 전반적 분위기가 변화하면서 인터넷상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온라인 인맥 중심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 지진의 여파가 계속되던 4월 말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라인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현지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한국 국적을 최대한 지워야 했다. 라인은 대부분의 직원이 일본인이며 고도로 현지화된 회사다. 네이버는 자본을 투입했고, 일본에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 꽃피운 글로벌 기업이 바로 라인이다.
2016년 라인의 글로벌 성장을 이끈 당시 신중호 라인 글로벌 사업전략 담당임원(CGO)은 “규모 면에서 수십 배 큰 글로벌 기업과 싸우려면 똑같은 전략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해 2008년 일본으로 직접 떠나 그 나라 사람이 중심이 된 조직을 만들고자 했다”며 “이해진 네이버 의장도 ‘선입견을 갖고 일하면 안된다. 그 나라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현지화 전략에 따라 일본에서도 라인을 ‘일본산’으로 인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라인의 국적에 대해 “원래 라인은 NHN재팬 산하의 네이버 재팬에서 기획, 개발한 서비스지만, 네이버의 일본법인에 속하기 때문에 라인은 일본에서 기획돼 만들어진 순국산(일본산)으로 볼 수 있다”고 정의한 바 있다. 하지만 라인이 고속 성장할 때마다 ‘국적’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2021년 3월 17일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라인과 관련해 “(메신저 앱에) 수집되는 개인정보가 한국에 근무하는 한국인 개발자 영향력하에 있고, 라인이 인공지능 개발에 있어 중국 상하이의 업체에 위탁한 점이 문제”라며 “라인의 서버가 한국에 있으며, 일본인의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라인 측은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했으나 일본 정부의 통신정책을 총괄하는 당시 다케다 료타(武田良太) 총무상은 기자들과 만나 라인을 대상으로 “적절한 대처를 할 것”이라며 라인을 통하는 의견의 모집과 문제 대응 등의 행정 서비스 운용 중단까지 시사하고 있다 밝혔다.
3년이 지난 지금 국적 논란이 다시금 라인을 덮쳐왔다. 이번엔 총무성까지 나섰다.
우리 외교부는 최근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린 상황과 관련해 “네이버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네이버 측 요청을 전적으로 존중해 협조하고 있다”고 4월 30일 밝혔다. 지난 27일엔 첫 정부 입장을 내고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이라며 “필요시 일본 측과도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일본 국민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후속 행정지도와 관련한 것으로 한일 외교관계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과기정통부는 네이버와 협의해왔으며 앞으로도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지원이 필요한 경우 이를 제공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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