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손실위험 축소, 수익추구형 경영 정착 … 재무 리스크 적은 우량 소형은행에 초점 맞춰야

IMF 위기이후 국내 은행은 국내의 여타 어느 부문 보다 또 통화위기를 겪은 아시아 어느 국가보다 구조조정면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그간의 구조조정이 위기국면 탈출의 성격이 컸다면 이제는 겸업화나 금융지주회사제 도입 등 경쟁력 향상을 위한 소프트웨어적 구조조정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 한빛은행, 신한은행 등 금융지주회사 출범으로 대변되는 업계 재편을 앞두고 은행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이를 반영하듯 은행업종의 주가도 지난해 5월22일을 저점으로 반등, 현재 시장대비 약 93%의 초과수익을 시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장기 시계열상 은행의 전반적 주가수준은 업종지수로 14년 전인 86년의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은행업종주가가 상승추세로 전환하기 위한 열쇠는 오랫동안 은행주 상승의 걸림돌이었던 대출손실위험과 열악한 수익성으로부터의 탈피여부에 달려 있다.(표 1 참조)먼저 대출손실위험과 관련해 자산 건전성 또는 ‘자산의 질’의 척도로서 고정이하 여신비율을 보자.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이 강화되고 대우그룹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들어간 99년 말 8개 시중은행 합산기준 12.4%를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해 2000년 말 현재 8.2%에 이르렀다. 금액으로는 99년 말의 34.4조원에서 25.5조원으로 8.9조원이 감소했는데 계속된 상각과 처분의 결과이다. 부실여신에 대한 충당금 적립상태도 개선됐다. 고정이하 여신 대비 적립비율이 99년말 약 51%에서 2000년말 현재 약 57%로 상승, 현존 부실여신에 관한 추가손실의 여지를 상당폭 줄인 것으로 보인다.더 나아가 은행들은 금년중 ABS(자산담보부 증권) 발행이나 CRV(구조조정 전문회사)를 통한 문제여신의 대대적 처분을 앞두고 있어 연말까지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4%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또 문제기업의 구조조정이 CRV로 일원화돼 문제여신의 미래 회복가치를 높일 여지도 있다.(표 2 참조)합병·금융지주회사 등으로 경쟁력 강화국내은행의 구조적 저수익성을 얘기할 때 흔히 ‘Overbank’, 즉 은행과잉상태에 의한 과당경쟁과 비효율을 주요 요인으로 든다.합병은 점포망의 횡적 증가에 의해 오프라인상의 고객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영업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또 자산의 풀링을 통해 노출된 위험에 대한 흡수능력을 키우는 효과, 즉 위험배분의 보험효과를 가져와 은행의 재무적 안정성과 신뢰도도 높일 수 있다.양대 소매은행인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은 자산규모에 있어 1백60조원, 총수신 점유율 36%, 가계대출 시장 점유율 62%인 압도적 규모의 초대형은행을 탄생시킨다. 합병이 없었다면 서로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였을 것임을 상정해 보면 잠재 경쟁요인의 배제라는 이점이 크다. 3월말까지는 합병이 구체화될 것이므로 이를 계기로 합병후 미래 기대가치에 대한 주가반영이 본격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사실 은행은 지난 2년 동안 큰 폭의 자산증가를 통해 기본영업이익(순이자이익 +순수수료이익+신탁보수)만큼은 상당히 양호한 실적을 견지해 왔다. 특히 지난해 은행으로의 수신집중 현상에 따라 수신이 평균 25% 이상 증가해 대출금리하락에 따른 마진의 지속적 축소에도 불구하고 순이자이익이 8개 시중은행 평균 5.3% 증가했다. 또 신용카드 거래규모의 급신장과 기타 수수료 수입기반확대로 순수수료이익이 43.5% 증가해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렸다.문제는 호의적 상황이 금년에도 계속될 것이냐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보다 도전적 환경에 직면하겠지만 수익 추구형 경영에 의해 극복될 것이고 핵심영업이익은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도전적 환경으로 보는 것은 경기의 위축과 함께 여수신 증가가 둔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의 이례적 수신증가에 따른 자산팽창을 감안하면 올해의 외형신장은 둔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기가 위축되면 기업의 재무위험 또한 증대돼 채권자인 은행에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은행은 상대적 위험이 큰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에 집중할 것이고 그만큼 경쟁과 대출금리 인하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은행은 수익성의 악화를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첫째,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수신금리인하가 빠르게 진행돼 그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고 대출금리 인하압력에도 불구하고 예대마진이 이미 최저수준이라 마진방어 필요성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다.둘째, 정부의 적극적 금융시장기능 복원 노력, 기업지원, 경기진작 노력에 의해 극단적 신용위기의 위험이 적어도 단시일 내에는 닥치지 않을 것이다. 일정 범위내의 기업재무위험은 은행이 그간 쌓아온 대손충당금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결국 지난해가 자산의 팽창적 증가, 수수료기반의 확대에 의한 기본영업이익의 신장(12.8% 증가)으로 특징된다면 금년도는 자산증가의 둔화와 마진의 현상유지 또는 감소세의 둔화, 수수료이익의 지속성장에 의해 기본영업이익이 완만하게 신장(8.2% 예상)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기본영업이익의 신장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년간 은행들이 전체적으로 적자를 면하지 못했던 까닭은 역시 부실자산에 내재된 손실의 현실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거액의 대손비용 부담에 있다.일례로 8개 시중은행은 99년도에 기본영업이익 11조원에서 자산손실비용(대손상각비, 신탁보전금, 대출채권 매각손)으로 무려 10조원을 떨어냈고 2000년에도 12.4조원에서 9.8조원을 떨어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 손실이 과거로부터 전가된 일과성 비용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손실 계상한 결과 이후의 추가적 손실부담은 현저히 줄어 그만큼 이익회복과 정상화의 여건이 무르익었다는 것이다. 또 적극적 비용관리로 기본영업이익대비 일반관리비 부담률이 98년 49.4%에서 2000년에는 42.8%로 하락했고 금년에도 40%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그 만큼 이익기반이 튼튼해졌다.(표 3 참조)2001년도는 이익 정상화 시발점그러면 왜 은행의 주가가 장기적 저평가 상태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이는 역시 은행자산의 주요 운용처인 기업대출과 관련, 우리 기업의 구조적 위험성, 즉 채무불이행 위험이 근본적으로 가시지 않았다는 우려에 기인한다고 본다. 우리 기업부문 총 금융부채의 약 30~40%가 이자보상배율이 1배에 못 미치는 기업에 해당되는 것이어서 추가부실화의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구조조정을 철저히 이행한다면 그 위험이 상당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 또 위의 우려 요인들은 표면화 될 경우 은행의 이익정상화의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을 뿐 지난 1, 2년동안과 같이 9조~10조원에 달하는 손실부담으로 이어질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거시경제변수가 극단적으로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따른다.이러한 전제 하에서 올해 은행의 이익 개선 모멘텀은 과거 어느 때보다 크며 계속될 합병논의, 금리인하에 따른 유동성 장세 분위기 등 재료가 가미돼 주가상승 탄력이 큰 한 해가 될 것이다. 기업부문의 구조조정 성과와 대외 경제변수의 호전여부에 따라 추세적 상승도 기대된다. 다만 종목선정에 있어 기업부문의 재무리스크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는 점, 우량·비우량은행간의 양극화 현상이 지속된다는 점을 감안, 우량 소매은행에 초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