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 활성화 기대감 높아 … 항구적 재생 이끌 제도 보완 필요

지난 2월27일 자산관리공사와 조흥은행은 경쟁적으로 CRV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진념 부총리가 한 심포지엄 축사에서 “CRV, CRC, M&A펀드, 정크본드시장 등 상시 구조조정기구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일련의 발표는 그동안 정부 주도로 진행되어 온 기업 구조조정을 시장 주도로 변화시키겠다는 정부 의도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증권시장에서도 CRV, CRC 등과 관련된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관리종목들의 주가상승률이 일반기업의 상승률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도 이러한 관심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겠다.정부도 CRV, CRC활성화 의지보여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시장 자율 구조조정 기구 중 M&A펀드와 정크본드 시장은 이전부터 존재했던 시장을 제반 법률 간소화를 통해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이므로 굳이 새로운 정리를 필요로 하지는 않을 듯 하다. 그러나 CRC와 CRV는 우리 시장으로서는 다소 낮선 개념으로서 약간의 설명을 필요로 한다.먼저 CRC(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는 화의나 법정·은행관리에 있는 기업 혹은 이에 준하는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회사로 정의할 수 있다. 이것은 이미 99년 말 산업발전법에서 도입된 제도로서 이미 많은 투자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들 CRC는 채권기관(자산관리공사)으로부터 부실채권을 매입하거나 부실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인수해 기업을 정상화시킨 후, 재매각하는 것을 업무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한도 확대, 주식양도차익 면제 등의 다양한 법률적 뒷받침을 해주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CRC의 활성화를 위해 경영권을 인수하지 않고도 대상기업의 구조조정을 실행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한 바 있다.또다른 구조조정의 한 축이 될 CRV(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는 금융권의 부실채권을 일괄적으로 이전받아 처리하고 나아가 기업의 구조조정도 수행하게 될 회사다. 이것은 일종의 Paper Company로서 인수한 부실채권의 운용과 관련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은 AMC라고 불리는 자산관리전문회사에 위탁하게 된다. 즉 과거 정부주도의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가 CRV라는 채권단의 자율협약 기구로 대체된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CRC가 주로 규모가 비교적 작은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구조조정을 촉진시키는 제도라면 CRV는 금융권의 부실채권 처리를 우선적인 목표로 해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이나 공기업 등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이같은 제도을 통해 그동안 부진했던 기업 구조조정이 보다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민간기구로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절해야 하는 부담에 대한 한계 지적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부실기업의 대다수가 한계산업 및 경기순환적 산업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즉 소위 구 산업계가 과연 현재의 구조조정을 통해 재생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지금은 금융정책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한다. 또한 CRC들이 기업의 항구적인 재생을 이끌지 못하고 재무구조 개선만을 이룬 채 증권시장을 통해 차익을 획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최근 법 개정을 통해 CRC에 대한 등록요건 및 사후관리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같은 제도 보완을 통해 증권시장이 ‘쓰레기 처리장’이 아닌 궁극적인 구조조정의 핵심으로 떠오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